◆ 열셋째 주 85~91일 : 복의 그릇

신라 시대 의상 대사가 쓴 《법성게(法性偈)》 말미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우보익생 만허공(雨寶益生 滿虛空), 중생수기 득이익(衆生隨器 得利益).’ 우리 삶을 이롭게 하는 보배 비가 허공 가득 내리는데, 중생들은 자기가 가져온 그릇만큼만 그 보배를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복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닙니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축복입니다. 

오늘 깨어 있으면 복의 그릇을 키우고 있는지 복의 그릇을 작게 만드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불교 경전 《백유경(百喩經)》에는 3층 누각을 짓고 싶어 하는 한 부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부자는 목수를 불러 화려하고 멋진 3층 누각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며칠 동안 목수는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으며 누각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부자는 “3층 누각을 짓는다면서 왜 아래층을 짓고 있나. 3층을 지어주게”라고 합니다. 목수는 자세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아래층을 짓지 않고는 2층을 지을 수 없습니다. 2층을 짓지 않고는 3층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3층 누각을 짓기 위해 아래층을 짓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3층이 지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부자는 고집스럽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래층이나 2층은 필요가 없네. 3층을 지어주게.”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내려 하고, 공부는 조금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승진은 남보다 빨리하려 하고, 남을 대접하지 않고 남에게서 대접받으려 하는 우리는 어리석은 부자와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받고자 하는 복은 만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요행이 아니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우리는 심지 않고 거두려는 욕심 때문에 항상 괴로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복을 받기 위해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어떤 복의 씨앗을 심고 있습니까?

◆ 85일차 화두: 명상

‘명상’에는 특별히 정해진 방식이 없습니다. 서 있든, 앉아 있든, 걸어가든, 무슨 일을 하든 가능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 가부좌 자세로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요리할 때는 요리에, 설거지할 때는 설거지에 머무는 것. 그 순간순간 들이쉬고 내쉬는 들숨과 날 숨을 느끼며 감각, 생각, 감정들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은 어렵지 않지만, 실천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고 쉬워집니다. 습관이 곧 업이며 업이 곧 삶이지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쉽니다.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를 내려뜨리며 온몸에 움츠리고 있던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코끝을 통해 들어오는 들숨과 날숨에 집중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생각이 올라오고 사라짐을 바라봅니다. 

몸이 전하는 여러가지 감각들을 느끼며 바라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바로 움직이지 말고 그저 그 부위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각, 생각,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올라오고 사라지는 변화들을 알아차림 합니다. 

고정된 실체 없이 매 순간 변화하고 있음을 명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붓다의 말

명상에서 지혜가 생긴다. 생과 사의 두 길을 알고 지혜가 늘도록 자기 자신을 일깨워라. - 《법구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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