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는 스산한 겨울 풍경을 담고 굽이굽이 휘어지는 산길을 달렸다. 차창으로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강이 보였고 서걱대는 마른 갈대가 지나가기도 했다.장과 내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주변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마을 입구의 작은 가게의 알전구만이 주변의 어둠을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장과 나는 가게에 들어가 양초를 사서 헌 신문지로 똘똘 말았다. 거기에 불을 붙이면 산길을 밝힐 간이횃불이 됐다. 우리는 산 짐승 소리가 멀리 들리는 눈 덮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장과 나는 장학재단에서 일 년간 고시공부를
사사기 4장“에훗이 죽으니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매”(삿 4:1)인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탁월한 지도자 곁에 있거나 부흥하는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는 뭔가 좀 변화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지도자가 부재하거나, 부흥의 분위기가 사그라들면 언제 그랬냐는듯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맙니다.에훗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 사사입니다. 에훗이 살아있는 동안 이스라엘은 80년간 평화를 누렸습니다. 13명의 사사들 중에 가장 오랜 기간 이스라엘에게 평화를 선물한 인물입니다.80년 동안이나 탁월한 영적 지도자
잔치에서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는데젓가락에 걸린 면발이 뺨을 치며 물고 늘어진다너 누구야? 나 혼자뿐인데서 나는 누군가? 먹다말고 거울 보며 나도 묻는다나라고 우기는넌, 누구냐? 땅에 살며 넌 뭘 했니?내가 누군지 나도모르는데직업 아닌구별된 무얼 했냐고? 라면을 먹다가 나는 누구냐는 질문에 맞닥뜨린 유안진의 시가 시 속 면발처럼 뺨을 쳤습니다. 거울을 보며 직업활동이 아닌 무엇으로 너 자신을 구별할래 하고 묻는 시 구절이 번개처럼 가슴을 꿰뚫었습니다. 잔치에 다녀왔는데 라면을 먹는 시인이 왜 그런지 궁금했지요. 잔치집에 먹을 게 없었
깨달음이란 살면서 가진 모든 오온의 내용물이 본래 환영(공)인 것을 자기가 실체시하면서 일어난 마음고생이란 해프닝임에 활짝 깨어나는 것입니다.그래서 깨달으면 자기가 여태껏 가졌던 모든 생각이나 마음의 무거운 일들이 다 무게가 제로(0)인 공한 환영으로 바뀌게 됩니다.그 결과 눈앞에는 투명하고 밝은 본래의 순수청정한 의식만이 항상 현존하게 됩니다.즉 그간의 모든 일들은 다 면전에서 생각, 감정, 감각으로 일어났는데, 정견을 통해보니 모든 오온활동의 본질은 결국 내가 그만한 무게와 아픔이라는 분별(자기최면)을 통해 스스로 만든 허깨비
10대 때의 첫사랑, 콘스탄치아쇼팽은 19세에 바르샤바 음악원을 졸업했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음악에 대한 열망이 폴란드에서 활동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한 쇼팽은 앞으로 어떤 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지 고민하고 있었죠.그러던 중에 쇼팽은 음악원 내 연주회에서 성악 전공생인 콘스탄치아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실력에 반해 쇼팽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게 됩니다. 당시 쇼팽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 속에는 늘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매일 밤 쇼팽의 꿈속에 등장하는 콘스탄치아는 음악원 내 인기녀였지만 정
사사기 1장유다 지파의 갈렙은 헤브론 지역을 점령하였습니다. 그리고 헤브론 남쪽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해 갑니다. 그런데 헤브론과 그 이남 지역은 정복에 욕심을 낼 만큼 매력적인 땅이 아니었습니다.아브라함과 롯이 갈라질 때, 땅에 대한 우선권을 쥔 롯은 헤브론 반대쪽을 향했습니다. 선택권이 있다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땅이 헤브론이었습니다. 갈렙은 그런 땅을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하며 개척했던 것입니다.심지어 갈렙은 자기 딸을 걸고 황무지 개척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결국 옷니엘이라는 장수가 기럇 세벨을 점령하고는 갈렙의 딸, 악사를
식물인간이 된 노인의 병실로 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노인은 의사고 믿음이 깊은 분이었다. 진료하고 기도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게 생활의 전부였다. 침대 옆에 있던 그 노인의 늙은 부인이 이런 말을 했다.“이 양반이 진료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응급실로 갔는데 뇌 촬영을 한 의사들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요. 원인 모르게 소뇌에서 갑자기 피가 박카스병 하나 정도 나왔대요. 특히 소뇌 쪽은 수술이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바로 수술을 해서 생명은 건졌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13년간 식물인간으로 있으면서 나이 팔십을 맞이했네
철저한 무신론자였다가 서른한 살 때 회심하고 크리스천이 된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수로,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을 연구한 학자이자 등 뛰어난 책을 쓴 저술가이기도 합니다.C.S. 루이스는 (The Screwtape letters)라는 글도 썼는데, 대악마 스쿠르테이프가 후배 악마에게 '인간을 미혹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서른한 개의 편지입니다. 스크루테이프라는 이름은 배배 꼬인 나사를 뜻하는 스크루, 손가락을 비트
예수의 말씀대로 우리가 생명을 잃는다면 세상을 다 얻은들 무슨 소용입니까? 모든 것의 시작은 생명(법)이니 생명이 있은 이후에야 나란 생각도 만들어지고 이 몸과 마음도 생겨나며 그로 인해 세상도 인식되어 존재하기 시작합니다.그러므로 나와 세상의 시작(제1원인)은 이 몸과 마음이 아닌 생명(법)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몸과 마음인 자기가 먼저고 그런 내가 생명을 얻어 세상을 살아간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착각분별을 전도몽상이라 하는 거지요.그런데 우리 삶 전체와 생명을 한시라도 분리할 수가 있습니까? 분리되는 순간 바로 죽게 되
여호수아 23장“확실히 알라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민족들을 너희 목전에서 다시는 쫓아내지 아니하시리니 그들이 너희에게 올무가 되며 덫이 되며 너희의 옆구리에 채찍이 되며 너희의 눈에 가시가 되어서 너희가 마침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신 이 아름다운 땅에서 멸하리라”(수 23:13)이토록 위험한 땅인데, 하나님은 왜 자꾸 당신의 백성을 가나안 땅에 들여보내려 하셨을까요?사실 가나안 땅은 황무지에 가깝습니다. 좋은 땅도 아니었고 발전된 땅도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사막 지역에 비해 목축하기 좋은 땅이라는 말도 있지만
탤런트 송승환 씨가 눈이 안 좋다는 기사를 봤다. 시력을 많이 잃었는데도 여전히 무대에 서고 방송일을 계속하고 있다. 주변의 우려에 대해 그는 “안 보여도 형체는 알아볼 수 있다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한다. 안 보이면 열심히 들으면서 하면 된다”고 했다. 대단한 집념이 엿보인다. 성실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에 대한 평가였다.나도 눈이 상해 보니까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녹내장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다른 쪽 눈이 남아있다
하느님을 알게 된이 놀라운 행복을온 몸으로 태우며 살고 싶어요그분이 주시는 매일매일을새해 첫날처럼 새로운 마음으로언제나 설레이며 살고 싶어요하늘 향해 타오르는이 뜨거운 불꽃의 기도가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도록이웃을 위해서도 조국을 위해서도닫힌 마음 열겠어요좁은 마음 넓히겠어요내 키가 작아 드는 아픔을내 몸이 녹아드는 아픔을두려워하지 않겠어요하얗게 물이 되는따스한 물이 되는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흔들리는 바람에도똑바로 눈을 뜨며떳떳하게 살고 싶어요이해인(1945~), 대한민국의 수녀, 시인촛불은 심지에 불이 닿으면 계속 촛농을 녹이
살다보면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는 법이죠. 부부든 친구지간이든 누구든 말입니다. 이런 다툼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때 필요한 것이 유머감각입니다.유머는 우리의 공격성을 느슨하게 하고 딱딱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어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습니다.감정적으로 날카로워져 있을 때 적당한 재치로 위기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실수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면서 서로 긴장을 풀고 경계를 늦추게 만드는 것이지요.프랑스 심리상담사 모드 르안이 쓴 책 ‘파리의 심리학 카페’ 중에서 이런 대목이 생각납니다. 먼저 남편을 보낸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나에게로 나올 것이라."(미가 5:2)예수님 탄생보다 약 700년 전에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나실 것을 예고한 선지자 미가의 예언입니다.다윗왕의 고향인 베들레헴은 에브라다라고도 불리는데, 유대 열두 지파 중 인구도 적고 세력도 약한 에브라임 지파가 살던 변변찮은 촌 동네입니다.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유대 나라 수도 예루살렘의 왕궁에서 태어나시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여관, 마구간의 말
사회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섞여 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범들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규범들을 잘 지킬 때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기본적인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은 사실 인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규범을 지키는 것은 인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바른 행동을 하면서 인성이 건강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이런 기본적인 규범을 지키는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규범보다는 너무 추상적인 고등규범을 가르치는
[관념연속성]을 말했더니 그 말에 의지해 자기가 갇혀있던 기억(생각+감정)들의 실체를 정견하고 깨났다며 감사해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비단 이말 뿐만이 아니라 [생명의식]이라든가 [앎], [봄]같은 것도 체험하니 너무 좋다고들 하십니다.하지만 이런 말들은 단지 지금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채 갇혀있던 무지에서 벗어나오게 하는 지팡이(방편)역할을 하니까 좋은 것일 뿐 이 수준에서 한 번 더 나아가려면 이런 말들의 본질은 다만 임시방편으로서 스스로 그 말이 진리 자체인 건 아니란 진실까지를 똑똑히 봐야합니다. 즉 법상(法相)이란 거지요.
여호수아 22장가나안 땅은 요단강 서쪽입니다. 그런데 요단강 동쪽에 이미 자리를 잡은 지파들이 있었습니다. 르우벤과 갓, 므낫세의 반 지파입니다. 이 세 지파는 다른 지파들이 가나안 땅 정복전쟁을 치르는 동안 요단강 서쪽으로 넘어와서 함께 싸웠습니다.그리고 정복전쟁이 끝난 후 다시 자기네 땅으로 돌아갑니다. 이때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염려 섞인 당부를 합니다. 그 땅에 가서도 하나님을 떠나지 말고 힘을 다해 계명을 지키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이 여호수아 22장 초반에 등장합니다.그런데 그들이 요단을 건너 돌아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오래전 드라마에서 주인공이었던 여성 탤런트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우수가 낀 듯 잘생긴 얼굴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간간이 단역으로 나오는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서 기억의 아스라한 저편에 있던 한 남자의 희미한 형체가 떠올라 내게로 다가오는 것 같다.그러니까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던 가을 어느 날이었다. 나는 구치소에서 그를 만났다. 휠체어를 타고 접견실로 나온 그는 어깨 위로 온통 인공혈관을 걸치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피를 걸러줘야 한다고 했다.“예리한 면도날로 온몸을 얇게 써는 것 같이 아파요”그는 내게 고통을 호소했다.
변호사를 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내 나이 또래의 조직폭력의 두목급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의 과거 얘기를 들어보면 요즈음 중고등학교 일진 아이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어려서부터 싸움 선수들인 것 같았다.서방파 두목으로 전설적인 이름을 날리던 김태촌씨는 어린 소년 시절부터 싸움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샌드백을 두드리고 깡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극기 훈련을 했다고 했다. 우리 세대도 어려서부터 주먹을 쓰는 친구도 있었고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인생의 방향이라고 할까.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오는 조폭 두목의 모델로 알려진 사람도 서방파의
여호수아 19장땅을 누가 어디까지 소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류 역사에 있어 변함 없는 핫이슈입니다. 특정 지역을 두고 나라와 나라는 끊임 없이 다투고 있고, 한 국가 안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입니다.처음부터 끝까지 땅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여호수아서는 19장 51절을 끝으로 땅 분배에 관한 대단원의 막이 내립니다.“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자손의 지파의 족장들이 실로에 있는 회막 문 여호와 앞에서 제비 뽑아 나눈 기업이 이러하니라 이에 땅 나누는 일을 마쳤더라”(수 19:51)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