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라이트 감독, 제이미 폭스 주연의 영화 '솔로이스트(2009)'   *출처=다음 영화
◇ 조 라이트 감독, 제이미 폭스 주연의 영화 '솔로이스트(2009)'   *출처=다음 영화

조 라이트 감독의 <솔로이스트>(2009)는 노숙자가 된 첼리스트에 대한 실화로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환청과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잘 보여 주는 영화다. 

LA 타임즈 기자 로페즈는 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노숙자 나다니엘을 우연히 만난다. 횡설수설하는 나다니엘이 원래 첼로 연주자였고 줄리아드 음대를 중퇴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로페즈는 그에 관한 기사를 쓰고 그를 돕고자 한다. 

로페즈는 한 독자로부터 첼로를 기증받아 나다니엘에게 전해 주고 숙소와 개인 레슨을 주선해 준다. 연주회를 마련했는데 여러 사람 앞에 서 연주를 시작하려는 순간 환청(“내 말대로 해”, “여긴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야”, “실패할 거야”, “도망쳐”)과 피해망상(“죽일 것이다”)에 사로잡혀 과격한 행동을 보이며 연주회장을 뛰쳐나간다. 

과거 나다니엘은 줄리아드 음대 재학 중에도 정신병적 증상을 체험하면서 매우 놀라고 혼란스러웠다. 연주 연습 중 환청에 사로잡혀 집중하지 못하고 지휘자의 지시를 따르지 못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듣고 있다는 망상과 지시하고 명령하는 환청(“내가 지켜 줄게”, “생각을 그만 둬”, “도망쳐”, “달려”, “숨어”)에 사로잡혀 갑자기 뛰쳐나왔다. 집에서도 누이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음식에 염산을 넣었다고 의심하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가출하게 된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조용히 지내는 대학 1학년 휴학생 F는 평소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가 없다. 약 1년 전부터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혼자서 말을 계속하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창피한 행동을 하라고 시킨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리는데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을 피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고도 한다. 누군가 자신의 방에 도청 장치를 해서 자신을 감시하고 위층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쿵쿵 소리를 낸다고 화를 내며 위층 주민과 다투기도 한다. 

발병해서 휴학하기 전에도 수업 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곤 했다. 나름 진지하지만 보통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을 질문한다. 다른 학생들이 독특한 생각이라고 웃는데 본인은 왜 웃는지 모른다. 눈치가 없고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 

정신병은 망상이나 환청과 같이 현실 판단력의 장애를 보이는 질환이다. 조현병(調絃病)은 정신병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병이다. 조현병의 이름은 조율[調]이 안 된 현악기[絃]처럼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망상 또는 환청이 있다고 모두 조현병은 아니다. 우울증이나 조울병과 같은 다른 정신 질환에서도 망상이나 환청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은 만성적 경과를 보이는 조현병과 달리 경과가 좋은 경우도 많다. 

조현병은 100명에 1명 정도로 발병한다.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양성 증상, 음성 증상, 사회적 인지 기능 장애를 들 수 있다. 양성 증상은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 이상한 생각(망상)을 하거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체험(환청)을 말하며 횡설수설하고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포함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관계 망상부터 피해망상, 과대망상, 생각이 방송되듯이 빠져나가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다 안다는 망상,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와 있다거나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조종한다고 생각하는 망상 등 다양한 내용의 망상을 보일 수 있다.

조현병에서 환청은 나다니엘이나 F처럼 사람들이 대화하는 목소리 또는 자신에게 지시하거나 논평하는 내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음성 증상은 말수가 적고, 무표정하고 주위에 무관심하고, 동떨어져 지내며 자발적 행동이 결여된 상태를 말한다. 

자신의 외모나 위생 관리에도 소홀할 수 있다. 조울병의 우울 증상도 자발성이 결여되고, 무기력하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타나 음성 증상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사회적 인지 기능의 장애는 사회적 상황에서 사고의 관점 변경과 맥락 파악을 잘 못하는 증상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눈치와 요령이 부족하고, 분위기 파악을 잘하지 못 해 엉뚱하거나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망상은 아니나 상황에 맞지 않는 얘기를 불쑥 꺼내거나, 상대의 반응을 헤아리지 않고 부적절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사회적 인지 기능 장애의 예가 된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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