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 때는 기분이 들뜨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자신감이 넘친다. 기분은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고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참지 못하는 과민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주부 N의 경우 사춘기 때 부모에게 대든 것과 결혼 전 직장에서 상사와의 갈등도 기분이 과민해진 탓이다. 또 조증 때는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이 된 것처럼 또는 유명 인사와 특별한 관계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한다. 

종교에 몰입하며 종교적으로 특별한 체험을 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말수도 많아지고 자기주장이 강해진다. 평소와 달리 말을 함부로 내뱉고 시비를 걸기도 한다. 심하면 말이 너무 빠르고 횡설수설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다. 

갑자기 할 일도 많아 바빠지고 여기저기 참견하고 나서면서 사회적 활동도 증가한다.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리고, 평소 나가지도 않던 모임에도 참석한다.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벌이거나 부담스러운 일을 떠맡는다. 평소 같으면 주저하고 망설일 일을 서슴없이 결정한다. 씀씀이도 커지고 성적 욕구를 자제하지 못해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후회할 행동을 하기도 한다. 

조증 증상은 이유 없이 잠이 줄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조울증의 우울 증상은 우울증만 나타나는 주요 우울증 때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우울증 때는 기분이 슬퍼지고 잠이 줄고 식욕이 저하되는 경우가 흔한 데 비해, 조울증의 우울증에서는 무기력해지고 기분이 처지면서 잠이 많아지고 식욕도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우울증 때 감정이 메말라 반응이 없는 것과 달리 주위 상황에 적절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를 하면 따라 웃기도 해서 가까운 사람들조차 우울증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관적으로도 슬픈 느낌이 동반되지 않을 수 있어 우울증이라는 생각을 못 할 수도 있다. 실제 우울감을 호소하기보다는 무기력감을 호소하며 역할 수행을 제대로 못 하는 것 때문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잘나가는 엘리트 회사원이 느닷없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거나 학생이 휴학하겠다고 해서 내원했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기분은 우울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무기력하고 멍한 느낌이 드는데, 공부가 안되거나 일을 잘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라고 말한다. 

양극성 장애의 우울증은 단순히 신경증적 수준의 적응 장애 정도로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기력하고 처지면서 피곤한 느낌이 들어 혹시 신체 질환이 아닌가 해서 내과를 전전하다 오는 일도 있다. 

자신이 적응을 못 하는 게 본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차라리 우울증이면 좋겠다고 반신반의하며 말하기도 한다. 그래야 그간에 겪은 어려움이 설명되고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 

우울증 초기에는 막연히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늘 해 오던 일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있다.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감퇴하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과거 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평소 즐기던 것도 재미 없고 허무하고 공허한 느낌이 든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부담스럽고 싫어진다. 혼자만 동떨어져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혼자 누워서 꼼짝도 하기 싫고 눈을 감거나 허공만 쳐다보고 지낸다. 

우울증은 잠이 많아지고 늘어지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의 경우 아침에 못 일어나 지각을 자주 하게 되고 수업을 빠뜨리게 된다. 수업을 들어도 집중이 안되고 기억력도 떨어진 느낌이다. 사람이 멍청해진 것처럼 보인다. 치매가 아닌가 해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직장인의 경우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미적거리면서 일 처리를 못 해 할 일이 쌓인다. 상사의 눈치를 보다 어느 순간 자신이 원래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사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조울증은 일반인의 눈에는 조증이 눈에 띄어 심각해 보이지만 환자 본인에게는 우울증이 더 괴롭다. 조울병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어 있지 않은데, 우울증처럼 뇌에서의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 여러 신경 전달 물질의 화학적 불균형이나 호르몬 또는 면역 기능의 변화가 발병 기전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울병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질환으로 보지만, 심리적 또는 환경적 스트레스 역시 발병 또는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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