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면담을 통해 파악한 병력, 증상 및 경과를 종합하여 진단하게 된다. 망상이나 환청 같은 양성 증상이 현저하면서 1개월 이상 지속하고, 전체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해서 나타날 때 조현병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망상만 있으면 망상 장애라고 부른다. 증상 지속 기간이 한 달 이내면 단기 정신병적 장애, 한 달 이상이나 6개월 이내일 경우는 조현 양상 장애라 부른다. 혈액 검사, CT, MRI 등의 검사는 다른 원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다. 

아직 조현병을 진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는 알려져 있지 않다. 간혹 자가 면역 질환으로 뇌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인 ‘NMDA(N-methyl D-aspartate) 수용체 뇌염’이 생겨도 조현병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조현병은 기본적으로 뇌 질환으로 본다. 증상들은 100조 수준의 연결 부위를 가진 뇌 회로의 미세한 이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 된다. 이러한 뇌 회로의 이상은 도파민 또는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뇌의 신경 전달 물질 체계의 불균형이나 미세한 구조적 이상과 관련 있다. 

뇌에 도파민 기능이 과다해지면 자신의 체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정신병적 체험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어느 날 갑자기 고장 난 신호등이 깜박거리는데, 이것이 누군가가 자신에게 학교가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믿는 식이다(망상 지각). 

더 발전하면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자신과 연관된 것으로 확신하게 되고(관계 망상), 다양한 내용의 망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망상이 고착되면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질 수도 있다. 그간 체험한 이상한 일들이 망상 체계 내에서 나름 설명되기 때문이다. 필로폰과 같은 마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도파민 기능이 항진되어도 비슷한 망상 체험을 할 수 있다.

융은 조현병을 무의식의 원형적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상태로 보았다. 정상적인 사람이 꿈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을 깨어 있는 상태에서 겪는 것이 정신병이라고 본 것이다. 정신병적 체험은 무의식의 내용을 이해하면 반드시 그렇게 기괴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조종 망상은 생각이 무의식의 내용에 영향을 받는데 이를 의식하지 못하다 보니 외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느끼는 현상일 수 있다. 실제 망상이나 환청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체험을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구분하지 못하는데서 비롯한다. 

즉 망상은 자신의 생각을 외부 현실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고, 환청은 내면의 생각을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로 지각하는 것이다. 이는 뇌 회로에서 내부 활동과 외부 활동을 구별하는 기능의 오작동에 기인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리 사회적 요인도 발병의 일차적 원인은 아니나 발병 및 증상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때 가족 관계를 발병의 원인으로 본 적도 있으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를 좌지우지 하는 지배적인 태도, 지나친 간섭, 죄책감을 유발하는 말, 원색적이고 지나친 감정 표현, 일관성 없이 대하는 태도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에 유전적 요인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생아에서 이란성 쌍생아보다 발병 일치율이 높고 가족 병력이 있는 경우 일반 인구와 비교하면 발병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떤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는지와 유전 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 중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반드시 자녀에게 유전된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이 조현병을 진단받으면 자녀가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5~10퍼센트 내외다. 즉 90~95퍼센트는 괜찮다는 뜻이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저작권자 © 마음건강 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