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군 인격 장애 ― 제멋대로 감정적인 사람들 

두 번째 범주는 행동이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다. 연극성 인격 장애와 자기애성 인격 장애, 경계선 인격 장애,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여기에 포함된다. 

연극성(histrionic)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과시적이고, 사소한 일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고, 감정 표현이 지나친 인상을 준다. 과장된 행동이 연극을 하듯 꾸민 듯하여 진정성이 없고 천박한 인상을 준다. 융이 말하는 외향적 감정형의 극단적 형태로 볼 수 있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도 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행동이 사교적이고 애교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상대가 유혹에 넘어오고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차갑게 멀어질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라기보다 자신이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을 타인을 통해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즉 대인 관계가 사교적인 것처럼 보이나 상호적이라기보다 매우 자기 중심적인 셈이다. 

사소한 일로 자존심이 상하면 굉장히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하소연하는데 감정적으로 얘기하느라 사실 관계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사실 관계를 물어보면 설명이 모호하고 관점이 매우 주관적이다. 

성적인 매력을 과시하며 유혹적이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자신을 매력적인 사람으로 봐 주지 않으면 속상해한다. 기분이 상하면 제멋대로 행동해서 주변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러나 요란한 듯해도 기분만 맞춰 주면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연극성 인격 장애는 히스테리성 성격의 유아적 형태로 볼 수 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자기애성(narcissistic)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을 남보다 우월 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다. 타인의 입장은 안중에 없고 당연히 특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게 많으나 미안한 마음이 없고 감사할 줄 모른다. 

착취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고 다른 사람의 감정 반응에 대한 공감 능력은 부족하다. 한마디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의 요구가 거부되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화를 참지 못한다. 

잘난 척하고 칭찬 받길 좋아 하고, 오만하고 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 매우 까다롭고 비판적이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나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 내면의 못마땅한 점만 찾아내 그것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거나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의견이 항상 옳고 싫은 소리는 누구 말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인 관계 갈등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얘기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우월감을 과시하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있는 정상적인 자기애라고 볼 수 있다. 자기애성 인격 장애는 우월감의 정도가 지나쳐 보기에 거슬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정상적 자기애와 다르다. 

또한 자기상이 겉보기와 달리 불안정해서 쉽게 상처받고 과민해진다는 점도 정상적 자기애 와 다른 점이다. 정신 분석가 하인즈 코헛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키지 못해 주었을 때 병적인 자기상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자기애적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가 일방적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원하는 대로 맞춰 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가능하면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에 따르면 자 기애적 성향이 강한 것이 문제다. 

지나치게 우월감을 과시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은 멀리하고, 거짓말을 마다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고, 제멋대로라는 지적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 판단해 보는 체크 리스트식 기준상 자기애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성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에 관해서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융의 관점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외향적 직관형이다. 사업가가 지녀야 할 안목과 협상가로서의 자질은 타고난 셈이다. 외향적 직관형은 주된 관심 사항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적인 것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당장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만이 관심 사항이고 타인의 감정은 주변적인 것이 된다. 이런 모습이 사실 관계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예의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사실을 무시하거나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행동은 우월감과 특권 의식에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 거나 피해를 주고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또한 외향적 직관형은 객관적 자료보다 자신의 직관을 따르는 경향이 강해 의사 결정 방식이 보기에 따라서는 예측하기 어렵고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외향적 직관형이 모두 자기애적 성격은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겉보기에 자기애적 성격처럼 보인 것뿐이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저작권자 © 마음건강 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