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보통 사람들과 다르고 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어 가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인격 장애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주위 사람을 곤란하게 하거나 피곤하게 만드는데 정작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본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며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으나,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예도 있다. 인격 장애는 지속적으로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일시적이거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성격적 단점은 인격 장애라 부르지 않는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에 따르면 인격 장애는 크게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A군 인격 장애 ― 기이한 사람들 

첫 번째 범주는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다. 분열성 인격 장애, 분열형 인격 장애, 편집성 인격 장애가 여기에 속한다. 

분열성(schizoid) 인격 장애는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별로 관심이 없고 친밀한 관계를 불편해하면서 혼자 있길 좋아한다. 감정 표현도 별로 없어 냉담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것이고 알고 보면 순박하고 따뜻한 속마음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 내향적 성격의 극단적 형태일 수도 있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이 없고 본인도 불편한 것이 없다면 인격 장애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그런 경우다. 스스로 매력이 없고 심술궂은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나이 마흔에 하급 관리로 일하다 친지에게 약간의 재산을 물려받아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사회적 접촉을 단절하고 지낸다. 

그는 자신의 볼품없는 외모와 옷차림, 가난 등에 열등감을 느끼고 벌레조차 되지 못하는 존재라고 의식하나 내적으로는 아름답고 숭고한 것을 추구하며 세상을 비웃고 지적 우월감을 느낀다. 

모욕을 당하면 혼자만의 소심한 복수라도 하며 내적 우월감을 과시하려 한다. 창녀 리사에게 그는 도덕적 훈계를 하면서 동정심을 느끼게 되는데, 그를 찾아온 그녀에게 매몰차게 대하고 후회하는 모습에서 실은 그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냉정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겉보기에 사람들과 어울릴 줄 모르는 분열성 인격 장애처럼 보이나 속을 들여 다보면 그렇게 진단하기 어려운 사례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도 극단적인 내향적 성격을 보여주는 비슷한 사례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는 말로 시작하는 주인공 요조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학업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그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보인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란 것이 알 수가 없어졌고, 저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웃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못 나눕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 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행복이란 개념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면서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제 가족에 대해서조차도 그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고 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고, 그저 두렵고 거북해서 그 어색함을 못 이긴 나머지 일찍부터 숙달된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가족에게 꾸중 듣고 말대꾸 한 번 한 적이 없고, 아버지가 원하는 선물을 물었을 때도 좋고 싫은 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권하는 선물을 받고 싶다고 답한다. 

요조는 술과 담배를 하며 창녀에게 마리아의 후광을 보았다고도 말한다. 카페에서 한 번 만난 쓰네코라는 여성과 자살 시도를 하다 혼자 살아남게 되고 학교를 그만둔다. 연상의 유부녀 시즈코를 만나 정부 노릇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순박한 담배 가게 처녀 요시코와 결혼하는데, 그녀가 겁탈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약물 중독에 빠지고 자살 시도를 하면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훗날 요조를 기억하는 술집 마담은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라고 회상한다.

《인간 실격》의 요조와 같은 사람을 흔히 분열성 인격 장애로 보는 경우가 많다. 요조의 사고와 행동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기이해 보이지만 그의 내면세계는 내향적 성격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외향적 기능이 부족하여 청소년기에 적합한 페르소나를 갖추지 못 하고 한때 정신적으로 방황한 점은 있으나, 인격 장애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본질과 세상의 실체에 의문을 가진 요조의 불안은 병적이라기보다 내향적 청소년이 가질 수 있는 삶의 근원적 불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분열성 인격 장애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객관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만든 용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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