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 건장한 체격의 활동적인 젊은 사업가 P가 응급실을 통해 내원했다. 회의 중에 갑자기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두근거리면서 숨이 막힐 것 같았으나 신체적으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술은 자주 마시는 편이나 운동을 즐기고 건강에 문제는 없다. 사업도 별문제 없고 돈도 제법 모았다. 지역 사회 유지로 사회적 활동도 많이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괜찮다 한다. 근래 세무 조사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긴 했으나 그것 때문에 그렇게 불안한 것 같지는 않다. 

아내 몰래 여자를 만나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여자인데 계속 만나면 안 되는지 묻는다. 

공황 장애는 갑자기 심한 불안, 즉 공황 발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갑자기 죽을 것 같은 심한 불안 증상과 함께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고, 속이 메스껍고, 땀이 나고, 손발의 감각이 이상해지는 등 다양한 신체적 불안 증상을 보인다. 

공황 발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사람 앞에 노출될 경우, 터널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 또는 중간에 내릴 수 없는 지하철이나 비행기 안에서처럼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심장 질환이 아닌가 놀라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는데 심전도나 혈액 검사 등에서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공황 발작은 10분 이내에 가장 심해졌다가 20~30분 사이에 저절로 사라진다.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재발에 대한 예기(豫期) 불안은 지속될 수 있다. 공황 발작 빈도는 하루에 여러 번부터 몇 개월에 한두 번 정도로 개인 차이가 크다. 대개 100명당 1~4명 정도가 공황 장애를 경험한다. 

◇ 미국 코미디 영화 애널라이즈 디스(1999) 
◇ 미국 코미디 영화 애널라이즈 디스(1999)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흔히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한다. 영화 <애널라이즈 디스>(1999)를 보면 마피아 보스 폴 비티로 분한 로버트 드니로가 공황 장애 환자로 나온다. 공황 장애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증상으로 마피아 보스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공황 장애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뇌의 경보 시스템이 너무 과민하게 작동하는 것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족 중에 공황 장애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높아 유전적 요인도 관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황 발작은 느닷없이 나타나는 듯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트레스를 겪고 힘들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이 공황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P의 사례처럼 무의식적 죄책감이 공황 발작의 원인일 수도 있다. <애널라이즈 디스>에서는 폴 비티가 어린 시절 부친의 암살 장면을 목격한 것이 원인인 것처럼 나온다. 마피아 보스니 아버지처럼 살해 당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 불안 때문에 공황 발작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황 증상은 단순히 어린시절 상처나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 마피아로서 사는 삶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무의식이 의식에 보내는 경고로도 볼 수 있다. 

공황 장애 진단은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신체적 질환을 배제할 수 있을 때 진단을 내리게 된다. 공황 장애에 대한 진단을 확인해 줄 수 있는 검사는 아직 없다. 내원하면 협심증이나 심근 경색, 부정맥 같은 심장 질환과 갑상샘 항진증 등을 배제하기 위해 심전도나 혈액 검사를 시행한다. 

공황 발작이 자주 발생하지 않고,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고, 특별히 우울하지 않다면 치료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공황 증상에 대한 심리 치료는 증상에 대한 교육이 주된 내용이다. 

공황 증상은 사람을 매우 놀라고 당혹스럽게 하지만 대개 길어도 20~30분 이내에 저절로 사라지고 실제 잘못되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면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호흡을 하나부터 열까지 반복한다. 숨을 내쉴 때마다 몸에 힘을 빼고 팔과 다리, 몸통을 늘어뜨린다. 

숨을 내쉴 때마다 불안과 긴장이 점차 사라진다고 상상하며 속으로 되뇌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도문 이나 좋아하는 구절을 암송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증상이 누그러질 때까지 이렇게 하기를 몇 번 반복한다. 

눈은 감아도 좋고, 한곳을 응시하며 해도 괜찮다. 의자에 기대앉아서 하면 좋지만 익숙해지면 서서 해도 상관없다. 증상이 사라진 다음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하는 것이 곧 심리 치료가 된다. 

공황 발작의 빈도가 잦고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줄 때는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울증이 없더라도 항우울제가 공황 발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항불안제는 의존성이 있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황 장애 환자의 40~80퍼센트는 우울증을 동반한다. 공황 증상보다 우울증이 더 심각한 경우도 많다.

이때는 우울증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울증 초기에 공황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우울증을 간과하기 쉽다. 

공황 장애는 치료 후 30~40퍼센트는 증상이 사라지고, 50퍼센트가량은 경한 증상은 있으나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즉 대부분은 괜찮아진다. 신경 쓰일 정도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하는 경우는 10~20퍼센트가량이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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