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사용이 많은 경우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항우울제는 뇌의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며 우려할 만한 부작용이 별로 없다. 효과는 2~3주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4~6주 후에 치료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대개 60~70퍼센트의 환자가 상당히 호전되는 치료적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걱정이 해결되기 전에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J의 경우 약물 치료 후 한 달 만에 발병하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다.

좋아지고 나니 자신의 지나친 걱정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병적 우울증이다.

최근 사용되는 약제들은 치료 초기에 식욕이 약간 감소하는 정도 외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졸리지도 않고, 수면제와 달리 습관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약도 아니다. 모든 환자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효과가 미흡한 경우도 있으나, 약을 사용해 보기도 전에 항우울제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우울증이 극심하면 식음을 전폐하고, 꼼짝 않고, 허공만 쳐다보고, 누워만 있고,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망상이나 환청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전기 충격 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서너 번 치료받고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을 보면 치료 효과를 믿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 충격 요법은 머리에 전류를 흘리는 것인데, 마취 후 시행하기 때문에 본인이 불편하게 느끼는 점은 없다. 일시적으로 기억력 저하가 있을 수 있으나 한 달 이내에 돌아오고 그 외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다.

약물 치료 외에 심리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지 행동 치료는 우울하게 만드는 부정적 생각을 돌아보고 바로잡는다. 부정적 생각에는 다양한 논리적 추론의 오류와 비합리적 믿음(역기능적 믿음)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자신과 무관한 말을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하거나 부분적인 사실을 전부로 받아들이고, 합리적 근거 없이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등이 논리적 추론의 오류다. 

특별한 사람 또는 남보다 우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주위 사람이나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면 자신을 보잘것없다 여기는 생각 등이 비합리적 믿음의 예가 된다. 이러한 생각을 찾아서 좀 더 합리적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인지 치료다.

의미 치료, 실존적 정신 치료, 철학적 상담 치료, 인본주의적 치료 모두 우울증 치료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철학적 접근 방식에서는 정신 분석 이론과 달리 현재 당면한 문제를 과거 어린 시절의 상처로 환원해서 보지 않고, 세상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하게 한다. 

질병 치료나 증상 완화가 아니라 병이나 증상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자신 및 세상과의 관계, 즉 삶에 대한 태도와 살아가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삶의 유한함과 같은 실존적 한계를 수용하고, 대중적 삶이 아닌 의미 있는 삶을 살 때 또는 본래적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 때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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