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급성기 증상 완화 치료와 재발을 방지하고 사회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유지 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급성기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는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약물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지 치료를 하지 않고 약물을 중단한 경우 1년 내 약 70퍼센트가 재발할 수 있다. 

처음 발병한 정신병의 경우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 약 1~2년간, 재발한 경우에는 약 5년 이상 약물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재발이 잦고 증상이 심하다면 환자에 따라 평생 약물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정신과 약이 독하고 부작용이 심하다는 편견이 약물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과거 할로페리돌 같은 전통적 항정신병 약제는 복용 시 파킨슨병처럼 동작이 둔해지는 신경학적 부작용을 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경학적 부작용이 현저히 개선된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약물 복용 시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졸림, 입마름, 변비 등이 있으며 대부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일부 항정신병 약물은 식욕 및 체중 증가를 일으킬 수 있어 식이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항정신병 약물을 장기간 사용할 때는 흔하진 않지만 몸의 일부 근육이 저절로 움직이는 신경학적 부작용(지연성 운동 장애)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지연성 운동 장애는 몸의 어느 부위에나 나타날 수 있으나, 혀를 내밀거나 입맛 다시고 턱이 좌우로 움직이는 등의 입이나 턱 주변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이러한 증상이 약의 부작용인 줄 모르고 의사에게 자발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을 못하고 간과하기 쉽다. 

지연성 운동 장애가 발생하면 가능한 한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체적으로 약의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저울질해 보면 치료 효과 쪽이 훨씬 크다. 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도 재발 조짐이 보이면 조기에 내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발 조짐으로 볼 수 있는 증상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갑자기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경우,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 환청이 심해지는 경우, 혼자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 이상한 언행을 하는 경우 재발을 의심해야 한다.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경우,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악화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안전과 치료를 위하여 입원을 고려해야 한다. 

심리 치료와 사회 기술 훈련도 병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병을 가지고 살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치료에 대한 반응은 개인 차이가 크다. 

발병 시 증상이 심하다고 하여 반드시 예후가 나쁜 것은 아니다. 뒤늦게 호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예후는 장기적인 관찰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일부 환자들은 증상 조절이 어렵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하나(20퍼센트), 대부분의 환자는 잔여 증상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며(50퍼센트), 상당수 환자는 완전히 호전되어 발병 전 상태로 회복된다(30퍼센트). 

가족들은 환자의 병을 인정하고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서히 호전되거나 치료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환자가 때로는 가족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참고 격려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망상과 환청을 동반한 정신병을 앓고도 회복되어 법대 교수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엘린 삭스(Elyn Saks)는 예일 대학교 법대 재학 중 정신병이 발병하여 강제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으나, 치료 후 결혼도 하고 법학 교수가 되었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재발을 경험 하기도 했다. 엘린 삭스는 테드(TED) 강연과 저술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정신병 체험을 공개하고 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테드 강연에서 그녀는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말대로 일을 하고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저작권자 © 마음건강 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