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병 진단은 조증과 우울 증상의 확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조증과 우울증의 과거력을 확인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과거 가벼운 조증이 있었던 경우 병이라는 인식이 없어 기분에 별문제가 없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고, 조울병의 우울증은 우울하다는 느낌보다 그냥 처지고 피곤한 느낌으로 나타나 우울한 적이 없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울증만 경험한 경우 우울증의 양상과 가족력 등을 통해 조울병을 의심해 볼 수는 있으나 조증이 관찰될 때까지 조울병을 미리 확인할 방도는 없다. 조울병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적 검사는 없다. 심리 검사도 보조적인 참고 자료일 뿐 진단을 확인하거나 전문가의 면담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혈액 검사나 뇌 MRI를 찍는다고 조울병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간혹 신체적인 질환이 조울병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갑상샘 질환이나 면역학적 질환 또는 뇌 질환 같은 경우다.

또 약물 치료를 하기 전에 혹시 있을지 모를 약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혈액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하게 된다. 

치료는 조증 치료, 우울증 치료 그리고 예방적 유지 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조증은 대부분 약으로 조절할 수 있다. 입원 환자도 3~4주 사이에 호전된다. 조증 시에는 기분 조절제와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가벼운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사용하지 않고 일단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절로 또는 항우울제에 의해 조증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울증의 우울증은 간혹 치료 효과가 미흡하거나 더디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힘들 때가 있다. 그러나 치료를 지속하면서 참고 기다리다 보면 결국은 좋아진다. 

우울증이 극심하거나 약의 반응이 미흡하고 견디기 어려울 때는 전기 충격 요법이 도움될 수 있다. 조증과 우울증이 호전된 후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약을 최소한으로 조절해서 장기간 유지한다. 그러다가 재발 조짐이 있을 때는 약을 추가하거나 용량을 올릴 수 있다.

재발 방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짐이 있을 때 재빨리 약을 추가하거나 조절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재발 증상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본인은 조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에게 환자 취급한다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조증은 대개 본인보다 주위 사람이 먼저 알게 된다. 반면에 우울증은 주위 사람보다 본인이 먼저 느끼게 된다. 

심리 치료도 함께 받으면 좋다. 조울병이 심리적 원인에서 온 질환이 아니라도 증상 발현과 악화에 심리적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조울병을 앓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심리 치료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며 조울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다루는 것이다. 심리 치료에서 우선 되어야 할 부분은 조울병 증상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다. 조울병 자체가 환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다. 조울병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심리 치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환자가 우울할 때는 기능이 저하됨을 받아들이게 하고, 포기하지 않게 격려하면서 참고 견디게 해야 한다. 조증이 시작될 때는 경솔한 행동을 삼가도록 하고 빨리 약을 조절해야 한다. 우울증 또는 조증 증상이 있을 때는 중요한 결정은 유보하도록 하는 것도 유념 할 일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재발 조짐을 잘 숙지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울병을 잘 관리하는 일 외에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나친 열등감과 우월 욕구가 교대로 나타나는 것 자체가 콤플렉스의 발현일 수 있다. 개인적인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증상이 악화 될 수 있어 이를 적절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조울병을 가지고 살면서 조울병 자체를 좌절이라기보다 실존적 조건(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실존적 치료가 될 수 있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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