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자신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특정 정신 질환의 유무는 얘기할 수 있으나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아닌지는 막상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 건강을 정의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사실 정상과 정신 질환의 경계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또한 정신 질환이 없으면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계 보건 기구 WHO는 정신 건강은 각자의 잠재 능력을 인식하고, 정상적인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고, 생산적 일에 종사해서 성과를 내고 소속한 사회 집단에 공헌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정신 장애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이고 있다. 

정신 질환이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현실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서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쉬면서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콤플렉스에 사로잡히지 않고 내면의 어두운 면을 포함하여 실제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적절하게 어울리고 자기중심적인데서 벗어나 공감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적절하게 소통하며 감정 표현을 하고, 참을 줄도 알고,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종교적 심성을 지닌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지는 잘 살고 있는지를 평가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현실 적응력, 자신에 대한 이미지, 대인 관계, 평소 기분 및 감정 조절, 적절히 쉴 줄 아는지, 삶의 가치관 또는 종교적 태도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이기도 하다. 

정신 장애의 진단 기준 정신 질환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신 질환을 프로이트처럼 정상의 과장된 또는 극단적 형태로 볼지,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처럼 정상과 다른 별개의 범주로 볼지도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 

정신 질환은 아직 생물학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진단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도 없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나 MRI 촬영 등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환자가 보이는 증상이 뇌 질환이나 다른 신체적 질환에서 기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지 정신 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심리 검사도 사실상 환자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할 뿐 경험이 많은 정신과 의사의 면담에 추가 제공해주는 정보는 없다. 다만 그때 그때 달라지는 면담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평가 한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신 질환을 어떻게 정의할까? 정신 질환은 발병 기전을 모르기 때문에 부득이 드러난 현상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는데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정의한다. 

첫째는 주관적 불편함이다. 심리적 문제로 불편해하는 경우를 신경증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기능적 장애다. 정신병의 경우처럼 현실 판단력 장애로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해당한다. 대표적 정신병으로는 조현병과 조울병(양극성 장애)을 들 수 있다. 

셋째는 평균적 관점에서 볼 때 보통 사람과 다른 경우다. 정신병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인격 장애도 여기 해당한다. 정신 질환은 뇌 질환이나 신체적 질환에 따라 이차적 정신 증상 을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크게 세 개의 범주, 즉 신경증(노이로제), 정신증, 인격 장애로 나눌 수 있다. 

신경증은 본인은 불편하나 기능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약간 능률이 떨어지는 정도이고 사회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로 불안 장애, 공황 장애, 강박증 및 가벼운 우울증이 여기에 속한다. 

정신증은 현실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사회적 또는 직업적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고 평균적 관점에서 볼 때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해당된다. 대표적 증상으로 망상이나 환청을 들 수 있다.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신경증과 달리 본인은 불편한 점이 없는데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정신병과 달리 현저한 기능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제삼자가 볼 때 보통 사람과는 성격이 남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의 성격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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