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형(schizotypal) 인격 장애는 사회성이 부족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관심이 없는 점은 분열성 성격과 비슷한데,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이 상식적이지 않고 기이한 경우다.

사회적 인지 능력이 부족해 눈치가 없고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 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모르고 맥락과 무관하게 엉뚱한 얘기를 꺼낸다. 

남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자신이 보는 관점에 사로잡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망상이나 환청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 조현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현병을 좁혀서 엄격히 정의하기 전까지 잠재적 조현병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간혹 조현병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주의를 요한다. 

편집성(paranoid) 인격 장애는 의심이 많고 오해를 잘하는 것이 특징이다. 타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도를 곡해하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무시당했다고 오해하고, 억울한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상대의 잘못을 집요하게 따지고, 적대감을 표출하거나 보복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해 농담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의심이 많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표정은 늘 긴장되어 보이고 심각하다. 

시기, 질투가 많고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기도 한다. 편집적인 사람을 대할 때는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조심스럽 게 대해야 한다. 둘러대거나 빗대어 말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의심을 사지 않는 방법이다. 

편집적 성격의 이면에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또한 사랑 대신 권력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전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 권력자 이오시프 스탈린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자기 애적 성향이 강한 편집성 인격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 소비에트 연방의 군인·정치인 스탈린(1878~1953)

스탈린 휘하의 수많은 장군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기 생각을 말했다가는 스탈린이 끔찍한 모욕으로 받아들일테고, 그렇다고 스탈린의 말만 고분고분 따랐다가는 그가 불같이 화를 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탈린은 장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내가 대체 말을 왜 하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자네들은 ‘예, 스탈린 동지. 물론입니다, 스탈린 동지.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스탈린 동지’라고 하잖아.” 혼자만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느낀 스탈린은 격노했고, 가장 유능하고 노련한 장군들을 파면해버렸다. 그는 이제 총검의 크기와 모양에 이르는 전쟁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하나하나 모두 다 직접 챙겼다.

그를 대하는 부관들의 태도를 잘 묘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탈린의 부관들에게는 스탈린의 기분과 변덕을 정확히 읽어내는 게 곧 생사와 직결된 문제가 됐다. (…) 스탈린의 눈을 똑바로 보아야만 뭔가를 숨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오래 쳐다보면, 그가 초조해하면서 시선을 의식할지도 모르니, 아슬아슬한 그 비율을 잘 섞어야 한다. 그가 입을 열면 메모를 해야 하지만, 모든 말을 다 받아써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수상쩍게 보일 것이다.

1930년대 후반 스탈린에 의해 공산당 내 대규모 숙청이 진행되었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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