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공자도 무척 좋아했다. 전통 음악인 소악(韶樂)에 취해 한동안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논어》에서 인성은 ‘시(詩)’에서 시작해서 ‘예(禮)’로 서고, ‘악(樂)’으로 완성한다고 적을 정도로 인격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예’뿐만 아니라 음악도 중시했다.

음악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쇼펜하우어는 평소 플루트를 즐겨 연주했고, 음악에 재능이 있었던 니체 역시 직접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어 음악 없는 삶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융도 음악에 깊은 관심과 애착을 보였다.

음악은 들리는 것 이상으로 삶에 대해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은 의지의 모사이며 다른 예술과 달리 그림자가 아닌 본질에 관해 말하고 마음 깊은 곳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하면서 음악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니체는 음악이 영혼을 위로해 주고, 음악 속에 여인이 있다고도 말한다. 

그는 “음악이 제멋대로 굴면서도 싹싹하고, 겸손하면서도 우아하며 사랑스러운 여자와 같은 것이기를 바라고 있다”, “쇼팽을 선택하기 위해서라면 나머지 음악 전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아마 로시니도 없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니체의 음악에 대한 생각은 음악을 심혼(아니마)의 표현이라고 한 엠마 융의 생각과도 맥을 같이한다. 좋은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그냥 그 자체가 들어서 좋은 삶의 근원적 체험이다. 

춤을 배우는 것도 괜찮다. 모던 댄스도 좋고 라틴 댄스도 좋다. 멋있게 보여 주기보다는 기본적인 스텝을 배워 즐길 수 있으면 된다. 물론 재능이 있고 욕심이 나면 고난도 기교와 화려한 동작을 배워 볼 수 있다. 

◇ 중년의 샐러리맨이 사교댄스를 시작하게 되는 영화 '쉘 위 댄스(1996)'   *출처=다음영화
◇ 중년의 샐러리맨이 사교댄스를 시작하게 되는 영화 '쉘 위 댄스(1996)'   *출처=다음영화

영화 '쉘 위 댄스'(1996)를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단조로운 일상생활을 반복하던 중년의 샐러리맨이 우연히 댄스를 배우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그림도 좋다. 처칠은 우울할 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처칠은 나이 마흔에 그림을 취미로 시작했다. 김종필 전 총리도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재능이 없어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로 표현해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된다. 

그림 감상도 괜찮다. 화가의 마음을 느껴 보고 마음이 통하는 작품을 찾아본다. 보면 기분 좋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그림 역시 삶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알레테이아가 예술의 본질이라고 한 하이데거의 말을 기억하자.

목공이나 조각을 하며 삶의 의욕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융은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돌을 조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볼링겐 별장의 석조탑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예술은 삶을 다채롭게 만들며 즐거움을 더해 준다. 작가가 아니어도 글을 써 보는 것도 매우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소재가 마땅치 않으면 자신 또는 자신의 삶에 관해 써 볼 수 있다. 

글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볼 수 있다. 속상할 때 그냥 떠오르는 대로 써 보는 것도 관점을 달리하고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훗날 다시 보면 비극이 희극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융은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고 했다. 책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억울한 일이나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재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훌륭한 사람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인간적 결함과 미숙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도 상당히 위안이 된다. 노출증으로 상담받는 사람이 장 자크 루소의 《고백》을 읽고 위안을 받기도 했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접하다 보면 마음이 좀 더 느긋해지고 너그러워질 수 있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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