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몇 십 년 살다 가는 것을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현재가 변해 과거가 되고 미래는 다가온다고 여기지요.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것은 사실과 다른 생각일 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기억을 되살릴 때만 일어나며, 미래 역시 이 자리에서 우리가 예측하고 상상할 때만 일어납니다. 즉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자리뿐이고, 이것이 진실입니다.

우리는 시간은 실재하며 끝없이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시 효과입니다. 마치 영화를 볼 때 ‘10년 뒤’란 자막이 나오면 우리는 그 순간 생각 속에서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여기지만 실제론 지금 그대로이듯이 말입니다.

사실 ‘지금’이란 말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현재를 뜻하는게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이 ‘지금 이 자리’에서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이 있었다고 분별하고 기억하니까 그 일이 마치 있는 것처럼 나타나서 내게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지금의 배우자도 그때 내가 다른 데 한눈을 팔았더라면 못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내가 큰일이라 여겼던 것들도 지금 와서 보니 별것이 아닌 게 됐다면 그 역시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난 그때 큰일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내가 그 사람은 좋다고 보니 인연이 되어 지금의 현실이 만들어졌고, 반대로 누군 아니라고 생각하니 인연이 끊어졌습니다.

즉 모든 일은 이처럼 매 순간 지금 여기에서 내 마음이 분별해서 일어나고 끝없는 분별 속에 인과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제 마음이 일체를 만든다는 일체유심조법을 잊은 채 마치 누가 뭘 어떻게 해서 지금 이렇게 된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다고 분별해 인식하는 내가 빠진다면 그 모든 것이 과연 그대로 성립되거나 의미를 가질까요?

지금 내 마음이 아직도 과거처럼 분별하고 있기에 과거 이야기와 그를 둘러싼 과정과 해석들이 진짜인 양 계속되고 있을 뿐이지 실제론 나만 그렇다고 여기는 내 생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은 지금 이 자리에서 시공간조차 넘어서 일어나고 펼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과거 내가 분별했던 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명백히 밝혀진다면 그것에 기초해 펼쳐진 모든 이야기와 생각, 감정들은 환영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이것은 시공간이 아니라 바로 이 마음자리가 모든 것을 꾸며내 사실처럼 만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나의 삶도 치매에 걸리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모든 일들은 그때그때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그때란 어느 한때가 아니라 항상 지금 이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란 내가 ‘지금 바로 이 마음자리요! ’ 하는 생각이 일어나는 자리입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서울대학교 미대를 다니다가 진리를 얻기 위해 출가했으나 세상으로 돌아와 전문 직업을 구해 변리사가 되었다. 지금은 직원 백 명이 넘는 <한양특허법인>의 대표 변리사로 수십 명의 변리사, 변호사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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