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영원불변하며 없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긴 세월 존재하더라도 결국은 생멸하거나 오고 가는 것은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물질 우주조차도 생멸하고 변하는 것인 만큼 진리가 아닙니다. 또한 어디에나 진리는 다 있어야 합니다. 가장 어둡고 참혹한 생지옥일지라도 진리는 여여하게 존재해야 합니다.

이처럼 진리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니만큼 우리 주변에서 한번 찾아봅시다. 진리의 특성을 다 가진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그것을 우주 자연과 삼라만상을 만들거나 인식함으로써 있게 하는 최초의 정신이자 생명력이라고 봅니다. 종교는 그것을 하나님, 부처님, 신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만든다’와 ‘인식하다’를 다르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말은 서로 같은 의미일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영화〈아바타〉에서 ‘판도라’라는 행성에 사는 나비족들의 인사말이 “I SEE YOU(나는 너를 보고 인식한다)”인데, 이 말은 서로 인식함으로써 인사가 시작되고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부모 자식 관계도 인식함으로써 만들어집니다. 친구 사이도 다양한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인식함으로써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았는데 관계든 뭐든 존재한다는 인식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식하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것은 단지 생각일 뿐이며, 실제로 우리 삶 속에서는 반드시 내가 인식해야만 대상이 나타나고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우주 자연과 삼라만상을 만들고 인식하는(둘 다 같은 뜻이지만) 궁극적 주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의식조차 투사하는 우리의 생명 활동입니다. 생명이 먼저 있어야 의식 활동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명이 죽으면 끝이 아니냐고 얼핏 생각하지만 그것은 육체 중심에서만 보는 치우친 관점입니다.

과학적으로 우리 몸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 이전에도 그 정자와 난자는 제각기 생명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 생명은 부모의 부모인 조상으로부터 한번도 끊어지지 않고 유구하게 내려온 것이지요.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깃들어 있는 그들의 태초이자 존재의 근원은 바로 영원한 생명입니다. 게다가 생명은 그 자체로는 개체성이 없기에 정자와 난자 둘이 만나서도 다시 하나가 됩니다. 즉 개체성에 갇혀 있지 않으니 죽거나 사라질 일도 없는 것입니다.

혹자는 물질 우주에 생명이 시작된 것은 빅뱅 이후 아주 늦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빅뱅 자체가 우주의 살아 있음과 그 이전에 생명이 홀로 있었음을 암시하는 생명의 활동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과학에서도 바위 같은 무정물에도 그 형체를 유지하는 낮은 차원의 의식 결합이 있는데 이를 넓은 의미에서의 의식 활동이자 생명 현상이라고 인정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즉 우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이자 의식 활동이란 것입니다. 생명은 우리가 아직 다 모르는 무한한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이렇게 본다면 진리인 생명은 우주를 창조하고 스스로 여러 개체 형상 속에 의식과 무의식으로 투사되어 존재하면서 다시 또 그 속에서 일체 형상과 시공간을 인식해 존재하게 합니다.

그래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인식하는 개체성을 넘어서 있지만 다시 또 불가사의하게 모든 개체 현상 속에 일일이 깃들어 있는 일즉다다즉일의 생명 현상이야말로 하나님이며 부처님이자 신, 영원한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유思惟를 여기까지 깊고 넓게 확대해본다면 진실로 진리인 생명은 지금 내가 아는 나보다 더 깊이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내 존재의 본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서울대학교 미대를 다니다가 진리를 얻기 위해 출가했으나 세상으로 돌아와 전문 직업을 구해 변리사가 되었다. 지금은 직원 백 명이 넘는 <한양특허법인>의 대표 변리사로 수십 명의 변리사, 변호사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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