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들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느껴지는 일을 해야한다. *출처=셔터스톡
◇ 나이들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느껴지는 일을 해야한다. *출처=셔터스톡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위기 가운데 하나는 희망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희망이 있어도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또는 ‘나이 들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과 같은 아주 소박한 바램이 있을 뿐이다.

그에 따라 삶이 점점 소극적으로 되고 대외적인 활동력도 떨어지면서 삶의 공간이 점점 좁아져 끝내 집안에 고립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나이를 떠나서 꿈, 희망,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의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나이를 들면서 점점 꿈과 희망이 없는 일상이 되어 가고, 특히 은퇴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희망을 잃어간다는 것은 미래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미래가 없다 보니, 삶이 현실 안주형으로 변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살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점점 ‘늙음’이라는 나이 감옥에 갇혀 감옥 밖의 희망찬 세상을 잊고 산다. 희망이 없는 일상의 나날들 뿐이다. 삶이 무료하고 재미가 없어진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나이듦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희망은 나이로 우울해진 마음의 밭에 드리우는 햇살과도 같다.

희망을 품으면 마음의 밭에서 용기, 설레임과 같은 새싹이 돋는다. 희망이 있는 나이듦은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으로 바뀐다. 삶을 긍정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줄어들면서 삶의 질도 한층 좋아질 수밖에 없다. 회복탄력성도 높아져 질병이나 우울감에서 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의미 있고 알찬 삶을 산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희망 역시 사랑, 감사 등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묘약으로, 삶에는 행복을, 마음에는 안녕감을, 몸에는 열정을 선물한다.

희망이란 뭔가 좋은 것을 기대하는 바램이다. 희망이 꼭 자기 자신에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성숙한 나이듦을 위해서는 희망의 대상이 개인 차원에서 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 세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든가, 남북 통일을 희망한다든가, 아파트 고양이가 배고프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더욱이 이런 희망들이 마음으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이다.

예를 들어 매일 희망일기를 쓰는 것은 성숙한 나이듦을 위해 바람직하다. 자신의 희망을 수시로 기록함으로써 마음에 깊이 새겨보는 것도 희망이 가지는 정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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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지구 평화를 희망하면 반전・반핵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내가 사는 마을이 깨끗한 공동체가 되길 희망하면 매일 새벽 집 주변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희망이 희망으로 끝나지 않고 실행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는 성취감을 느꼈을 때 삶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보다 성숙한 나이듦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청년은 꿈을 먹고 살고 노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으나, 이 말은 아주 잘못된 말이다. 나이 들어 추억만을 먹게 되면, 결국 흘러간 과거에 갇히게 되면서 지루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꿈과 희망이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꿈과 희망은 내가 탄 인생 배를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게 하는 바람이요, 행복한 삶의 조건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행복해지려면 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희망이 없는 삶은 불행으로 이어지며,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진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 사무엘 울만(1840~1924)이 쓴‘청춘’이란 시 마지막에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라는 구절이 있다. 그가 78세 쓴 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맥아더 장군의 책상 위 액자에 들어 있던 시이다.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희망이 없는 청년은 애늙은이요, 희망이 있는 노년은 80대에도 늘 청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희망’이라는 인생 열차를 타고 달리는 지구별 여행자의 여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춘과, 젊음과, 열정이 함께 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죽는 그 순간까지 꿈꾸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망리스트, 버킷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실천에 옮기는 삶을 사는 습관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

하루 하고 싶은 일과 희망, 일주일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희망, 일년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희망, 3년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희망 등을 적고 실천에 옮기다 보면, 희망의 인생 열차가 어느덧 청춘열차로 바뀌어 죽음의 종착역까지 지구별 여행자를 행복하게 데려다 주리라 본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

충남 천안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전공은 한국근현대사. 국사편찬위원회,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를 거쳐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을 다년간 역임한 뒤,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다. 요가명상에도 관심을 기울여 현재 사단법인 한국요가문화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전공서적 외에 ‘지리산에 가련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청주학 이야기’ 등을 펴냈고, 최근에는 노년학에 관심을 기울여 ‘나이듦 가슴뛰는 내일’(2020)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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