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e Winfrey, 1954~)  *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e Winfrey, 1954~)  *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성숙한 나이듦을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의미있는 관계맺기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존재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해서는 다른 어느 심리적 기제보다 일상생활에서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소중한 품성이자 사회적 덕목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다.

감사함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고마움과 행복감을 표현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얻는 자신의 존재 가치와 행복감이 반영된 긍정적인 마음의 표현이다. 그래서 존 밀러는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감사의 깊이에 달려 있다”고 하였을 정도다.

실제 감사하는 마음과 태도가 자아 효능감을 높여주고 자아 존중감과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심리적 안녕감을 키워준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이 들면서 겪게 되는 우울감과 불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도 감사하는 마음이 줄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 낙천적이며 우울과 스트레스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나이 들어가면서도 화분에 물을 주듯이 감사하는 마음과 태도를 지속적으로 길러주어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바로 감사일기 쓰기이다. 감사일기 쓰기의 긍정적 효과는 어린이, 청소년, 교사,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사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는 미국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주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가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의 하나는 일기였다.

그녀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면서 날마다 다섯 가지 감사한 일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사소한 것에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상쾌한 아침 감사합니다.’, ‘새파란 하늘 감사합니다.’, ‘맛있는 스파게티 감사합니다.’, ‘오늘 읽은 책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그녀에게는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넘치는 삶이었다.

오프라 윈프리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함이 감사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종의 긍정심리학이며, 강력한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특히 그녀는 단지 마음만으로 감사하지 않고 일기에 감사한 일을 직접 기록함으로써 감사함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내면화시켰다는 점이다. 생각과 감정은 단지 마음속으로만 하는 것보다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표현되었을 때 더 강력한 힘으로 나타난다.

감사일기는 단지 쓰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를 통해 나이듦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나이 들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성숙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길벗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 감사일기를 쓰면서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한 사실이다.

감사일기는 감사 대상이 굳이 사람에게만 국한될 필요가 없다. 지역사회나 국가, 세계 등으로 감사 대상이 확장되어야 한다. 도로가 개설된 것에 감사하거나, 환경운동에 앞장을 선 시민단체에 감사하거나, 세계 평화에 기여한 유엔에 감사하는 것과 같이 사회적 감사도 매우 중요하다.

또는 자신과 관계 맺는 사물이나 동식물, 자연현상도 감사대상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매우 소중한 삶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셀프 감사도 자기 사랑과 존재 가치를 높여 주기에 매우 중요하다. 셀프 감사일기는 자기 성찰 외에 자신의 존재와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또한 나-너-세계의 연결성을 강화함으로써 순수의식을 각성시키고 우주의식으로 확장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로써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든든한 다리를 건너게 된다.

감사일기는 매일 쓰는 것이 중요하나, 굳이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많이 쓸 필요는 없다. 3,4줄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할 대상과 감사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감사일기 쓰기가 삶의 기록과 문학 활동으로 확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푸코가 “우리 자신을 배려하는 것은 지속적인 글쓰기 행위와 결합되어 있다”라고 하였듯이, 글쓰기는 자기 인식과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자기 배려를 위한 효과적인 삶의 기술이기도 하다.

감사일기를 통한 글쓰기는 일종의 자기 대화이자 자기 성찰행위이다.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끊임없이 가치 지향적인 자기 존재를 형성해나감으로써, 삶을 예술로 만들어가는 테크놀로지 기능을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노화에 따른 불안과 위기를 극복하고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정체성 위기와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삶을 보다 의미 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

충남 천안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전공은 한국근현대사. 국사편찬위원회,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를 거쳐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을 다년간 역임한 뒤,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다. 요가명상에도 관심을 기울여 현재 사단법인 한국요가문화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전공서적 외에 ‘지리산에 가련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청주학 이야기’ 등을 펴냈고, 최근에는 노년학에 관심을 기울여 ‘나이듦 가슴뛰는 내일’(2020)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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