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자료사진/본문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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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도덕경' 12장에서 “다섯 빛깔이 사람 눈을 멀게 하고, 다섯 소리가 사람 귀를 막고, 다섯 맛이 사람 입맛을 상하게 하고, 멋대로 하는 사냥질이 사람 마음을 미치게 하고, 귀중품이 사람 행동을 방해한다”고 하였다.

나이 들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노자의 말처럼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온갖 빛깔과 소리와 맛으로 찌들어 있다. 두 손으로 움켜쥐는 마음의 작용에만 익숙한 나머지 탐욕의 욕망에서 손쉽게 벗어나지를 못한다.

고집불통의 늙은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자의 주장대로 살아오면서 익숙해진 감각에서 벗어나 마음을 바르게 하고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를 통해 탐욕과 욕심을 버리고 무위의 도를 즐겨야 한다.

무위의 도란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닦아 일상의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찾아가는 인생길이라 할 수 있다. 그 길을 안내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나이 들면서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최고 최대의 컨트롤타워이자, 푸코가 말하는 삶의 테크놀로지 기술이다. 명상이 자기 내면을 바라보고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나는 자리를 바르게 통찰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명상은 자신의 몸과 마음 및 감정․정신상태를 보다 열린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자기 자신의 존재와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 그 동안 삶의 과정에서 잘못된 인체시스템을 정상화하거나 리셋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정과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명상 이해는 그 어원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명상 (meditation)은 라틴어 mederi(치유하다)가 어원이며 medicine(의약)도 여기서 파생된 용어이다. 명상은 그 자체 치유 요소가 있어, 삶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명상은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집중한 뒤 고요히 생각하거나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아가고 상처를 치유하고 깨달음의 지혜를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은 삶을 좀더 효과적으로, 좀더 진지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좀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명상은 인류문명사에서 고대부터 다양한 형태로 발달되어 왔다. 불교,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수피, 아메리카 원주민 등 세계의 모든 종교적 활동에는 명상 요소가 있다. 인간과 신을 연결시키는 매개로, 또는 치유수단으로 명상기법이 활용되어 왔다.

종교 가운데 불교와 힌두교는 어느 종교보다 명상법이 발달되어 왔으며, 요가는 그 자체 깨달음을 위한 명상이라 할 정도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명상법이 확립되어 있다.

인류문명사에서 수천년 동안 다양한 전통과 형태로 이어져온 명상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도 또는 풍류도의 한 범주로 명상이 행해지고, 불교가 전래되면서 다양한 불교식 명상법이 확산되었다.

고려시대에는 깨달음에 이르는 돈오돈수(頓悟頓修) 논쟁이 일거나, 선정과 지혜를 닦는 정혜쌍수(定慧雙修) 논쟁이 이는 등 깨달음을 향한 명상 담론이 활발하였다.

◇ 심학은 마음[心]의 문제를 사상의 핵심으로 삼는 학문으로 조선 전기에 유학사상이 주자학-도학으로 정립되면서 심학은 일찍부터 성장하였다.  *사진=심경/심학도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 심학은 마음[心]의 문제를 사상의 핵심으로 삼는 학문으로 조선 전기에 유학사상이 주자학-도학으로 정립되면서 심학은 일찍부터 성장하였다.  *사진=심경/심학도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시대에는 심학(心學)으로서 성리학이 발달함에 따라, 수신의 방편으로 ‘경(敬)’이 강조되었다. 경이란 명상 개념과 대동소이한데, 영어로 mindfulness(마음챙김)로 번역된다.

그래서 선비들의 일상생활은 경(명상)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바른 예의와 행동을 지향하였다. 선비는 명상가나 다름없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명상 전통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으나, 20세기에 들어와 단절되고 왜곡되었다.

다행히 21세기에 들어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명상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다양한 명상법이 보급되고 있으니, 전통 기반 위에서 새로운 명상문화를 펼쳐나갈 때이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

충남 천안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전공은 한국근현대사. 국사편찬위원회,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를 거쳐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을 다년간 역임한 뒤,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다. 요가명상에도 관심을 기울여 현재 사단법인 한국요가문화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전공서적 외에 ‘지리산에 가련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청주학 이야기’ 등을 펴냈고, 최근에는 노년학에 관심을 기울여 ‘나이듦 가슴뛰는 내일’(2020)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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