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Top Gun: Maverick(2021)
*출처=Top Gun: Maverick(2021)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이하 탑건)이 올해 개봉한 외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탑건’은 젊음과 관록,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반복되고, 알맞게 갈등하고 적시에 서로를 구원하는 영화였다.

시네마의 고전적인 가치를 복원해낸 주인공 톰 크루즈는 말했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울어도 좋다”고. 그는 스스로를, 영화를, 극장을, 그 존재의 처음과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이륙의 스릴보다 더 큰 귀환의 기쁨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매버릭’으로 빙의한 톰 크루즈는 젊은 엘리트 파일럿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아량과 모험심을 보유했다.

함께 영화를 찍었던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를 본 한국의 ‘아재 관객들’은 ‘톰 형!’을 부르며 열광한다.

왜? 그가 여전히 항공 점퍼에 조종사 선글라스를 끼고 빅 바이크로 해안도로를 폼 나게 달려서? 사랑하는 여자와 요트를 타고 술집에서 골든벨을 울려서? 상의를 탈의한 채 훈련생들과 비치 발리볼을 해도 피지컬이 빠지지 않아서? 위기 때마다 전투기를 몰고 나가 마하 10의 박력으로 ‘실력 행사’를 하는 해결사라서?

결정적으로 MZ세대와 X세대가 환갑을 맞은 톰 ‘매버릭’ 크루즈에게 열광하는 지점은, 외적인 ‘플렉스(flex·과시)’보다 갈수록 능란해지는 그의 실전 감각이 아닐까.

*출처=Top Gun: Maverick(2021)
*출처=Top Gun: Maverick(2021)

“그는 스펀지 같은 사람입니다. 배운 것을 그대로 흡수하죠.” 내한 기자 회견에서 공동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말했다.

“제리, 당신에게도 많이 배웠어요”라고 톰이 웃으며 첨언했다. 톰과 제리는 머리를 맞대고 처음으로 돌아가 ‘탑건’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했고, ‘탑건’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동일한 캐릭터와 동일한 스토리라인, 동일한 톤과 감정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시간만 36년이 흘렀을 뿐.” 그렇게 그들은 한 세대의 아이코닉한 추억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영리한 표준을 찾아낸 것 같다.

대체 그 열정의 근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톰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는 제 인생의 대부분을 영화 세트, 편집실, 믹싱 스테이지, 라이팅 룸에서 보냈어요…. 어린 시절(4세)부터 이건 저의 꿈이고 동시에 삶의 전부였죠. 인생이라는 모험, 그리고 최고의 동료들과의 인터랙션에서 저는 항상 즐겁게 배웠어요. 학생의 입장으로! 감사하게도 저는 항상 ‘학생이면서 동시에 선생인 그런 상태’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을 울린 대사도 죽음을 앞둔 에이스 제독(발 킬머 분)이 자신을 찾아온 매버릭에게 젊은 파일럿들을 훈련시킬 것을 독려하는 장면이다.

“가르쳐야지! 자네가 가르쳐!”

어쩌면 이 영화의 영광은 할리우드의 전무후무한 스타가, 자신의 인생 여정을 스크린 속으로 슥 끌고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톰 아저씨는 젊은이들이 한계를 넘어서 문제를 해결한 후 안전하게 돌아오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배우들은 톰 크루즈가 직접 짠 훈련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카메라를 매단 채 하늘을 날며 연기했고, 피부 윤곽이 무너지는 중력가속도를 견뎠으며, 도그파이트와 저공 비행, 수직 상승의 무자비한 전율을 전투기와 한 몸이 되어 전달했다. 영화 속에서나 밖에서나 그들은 함께 이룬 성취에서 영광을 맛보았다.

'배우고 가르치고 함께 일하는 한’ 누구나 쓸모 있는 현역이라는(‘젊은 꼰대’도 ‘늙은 꼰대’도 아닌) 인생 학교의 고전적인 리듬을 확인하며.

‘탑건’에서 등장인물들이 매버릭에게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때마다 톰 크루즈는 “난 늘 이런 표정인데”라고 응수한다.

‘그런 표정’이란 어떤 표정일까? 지금 이 시간이 우리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믿는 표정? 어떤 제안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로맨틱한 동업자의 표정? 한국 관객들에게 손 하트를 날릴 때조차 진심이었던 톰 아저씨의 그 시그니처 표정?

어쩌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권태도 없었기에 대체 불가능해진 60세 현역의 표정이 아닐까. 그런데 알고 보면 송해 선생도 60세에 처음 전국노래자랑 무대의 마이크를 잡은 이래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내 그런 상기된 온화한 표정이었다.

※ 조선일보 김지수 문화전문기자의 7월 21일자 기사 [톰 아저씨에게 배우는 ‘60대 현역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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