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길어지면서 하나의 직업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무언가 시작하는 데에 나이가 덜 중요해지고, 능력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오승훈 아나운서는 현대 사회에 완벽 적응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MBC 아나운서지만 원래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그는 전공을 살려 누리호 발사 때 생중계 진행을 맡기도 했다.
대전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공부해 완전히 이과형 인재의 커리어를 따르던 그가 아나운서라는 진로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석사 논문을 쓰던 2005년 황우석 사건을 보도하던 <손석희의 시선집중>를 접하면서 손석희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 매일 아침 손석희를 검색하고, 라디오 방송을 챙겨 듣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했던 진로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가 아나운서를 하겠다고 맘을 먹고 어머니에게 의지를 밝히자 어머니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3일 동안 실망감에 앓아 누웠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바탕으로 편지를 썼다.
토끼가 달리기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달리기만 알고 살아온 토끼였는데, 어느 날 달리기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산이 보이고, 바다도 보이고, 맑은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오고 그러던 중에
거북이가 바다에서 올라와 “토끼야 안녕? 너는 늘 달리기만 하던데 결승선에는 뭐가 있어?” 묻자 토끼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생각을 스물여섯이 된 지금에야 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는 도전을 허락했고, 해군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이용해 아나운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다.
한자능력검정시험,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는 물론 매일 신문 1면에서 32면까지 소리 내서 읽고, 1일 1작문을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대 전후로 본 KBS와 MBC 아나운서 시험 1차에서 탈락했다. 해군 장교로 근무하는 3년 동안 매일을 열심히 살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꿈에 대해 절망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겸허한 마음을 다 잡고, 다음 해 MBC에서 진행한 공개 채용 프로그램인 <신입사원>에 도전했다.
무려 5509: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3인에 발탁되면서 현재의 위치를 가질 수 있었다. 합격 후에는 원래 아나운서의 꿈을 반대했던 어머니도 그 누구보다 함께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던 그는 나중에라도 시사 이슈를 전달하는 데 수월하게 하기 위해 법 공부를 시작했다.
2016년 로스쿨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했다. 하지만 로스쿨을 가서도 주어진 시간 안에 무조건 복직을 해야 하는 그는 무조건 한 번의 시험으로 변호사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부끄럽지 않게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매일 밥 먹는 시간 1시간, 가족과 보내는 30분을 제외하고 오전9시부터 밤 12시 반까지 꼬박 공부에만 쏟았다.
그는 그렇게 카이스트를 나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아나운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다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진로 세 개에 모두 거침없이 도전했던 그의 용기는 대중들에게 영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