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은 KTX-이음 노선 개통 1주년이었다. KTX-이음은 서울에서 동해바다까지 한 번에 잇는 고속열차 노선이다. 평창 올림픽 덕에 강릉역이 생긴 이후로 기차를 타고 강원도를 오고가는 일이 매우 쉬워졌다. 

우리나라는 바다가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을 갖고 있지만, 동해만큼 바다의 정취를 짙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없다. 특히 겨울에 더 거세지는 파도와 특유의 쓸쓸함을 느끼기 위해 동해 바다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서울역에서 KTX-이음을 타고 가면 강릉까지 성인 기준 2만 원대로 2시간이면 도착한다. 강릉역에서는 배차 간격이 좀 길긴 하지만, 주문진과 경포 등 주요 관광지를 들어가는 시내버스들이 있어 뚜벅이 여행자에게도 친절한 편이다.

◇주문진항 수산물 시장에서 1500원에 파는 새우튀김
◇주문진항 수산물 시장에서 1500원에 파는 새우튀김

역에서 내려서는 시내버스를 타고 주문진항으로 향했다. 전염병이 강타한 나머지 수산물 시장 구석에서 양미리나 도루묵을 구워 먹는 풍경은 자취를 감췄지만, 하나씩 1,500원에 파는 오징어 튀김과 새우 튀김집은 만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제철인 대게를 찌느라 여기저기서 하얀 김이 추운 바닷바람을 덮었고, 많지 않은 손님들을 어떻게든 잡으려는 건어물 가게들의 호객행위들도 이어진다.

주문진항을 구경하며 1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인 방파제가 나온다. 가는 길 중간중간 표지판도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과 똑같이 빨간 목도리와 하얀 꽃을 들고 있는 관광객들을 여럿 만나게 되면 목적지와 가까워졌음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초당 젤라또 도개비점 2층에서 바라본 주문진 방파제.  관광객들이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과 비슷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초당 젤라또 도개비점 2층에서 바라본 주문진 방파제.  관광객들이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과 비슷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높은 파도를 뒤로 바다를 향해 뻗은 방파제를 보고 있노라면 괜히 드라마 촬영지가 아닌 듯싶은 풍경이다. 하지만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도깨비 촬영지 바로 앞에 보이는 초당 젤라또 도깨비점을 들어가면 멋진 바다를 풍경으로 강릉만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초당 옥수수 맛, 초당 순두부 맛 등의 아이스크림이 있기 때문이다.

◇'초당 토박이 할머니 순두부'에서 시킨 두부조림 2인분. 
◇'초당 토박이 할머니 순두부'에서 시킨 두부조림 2인분. 

주문진을 둘러보고, 경포 쪽으로 이동하여 초당 순두부마을에서 밥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두부 전문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직접 만든 초당 두부의 맛을 제대로 만나보기 위해 tvN ‘노포의 영업비밀’에 방영되었던 ‘초당 토박이할머니 순두부’를 방문했다.

순두부 전골, 두부조림, 두부 전골, 청국장 등이 주력 메뉴다. 메인 메뉴를 먹고도 모자라면 모두부나 초두부를 시켜 순수한 두부를 맛볼 수도 있다. 막걸리를 시키면 기본으로 오대산 옥수수 막걸리가 나온다. 모두부와 함께 달곰하게 한잔하면 찰떡궁합이다.

◇오래된 건축물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 '초당 커피정미소'는 실내와 외부 모두 빈티지함을 갖추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 '초당 커피정미소'는 실내와 외부 모두 빈티지함을 갖추고 있다.

초당 순두부마을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멋진 카페들도 많다. 그중 초당 커피 정미소는 오래된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음료를 팔고 있어 인기가 많다. 실내도 고즈넉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난로로 꾸며져 있어 추운 겨울 바다를 여행하다가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싶을 때 제격이다.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근처에는 조선의 문호 집안으로 알려진 허난, 허균설헌 생가가 있다. 강릉의 ‘초당동'은 이 집안의 호를 따서 지은 마을 이름일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졌었다. 이곳은 오후 6시까지 개방되어 있어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강문 해변과 경포 해변을 이어주는 다리는 밤이면 여러색으로 빛난다. 
◇강문 해변과 경포 해변을 이어주는 다리는 밤이면 여러색으로 빛난다. 

아쉬운 대로 강문 해변과 경포 해변을 따라 바다를 걸으면 겨울의 동해를 실컷 즐길 수 있다. 두 시간이면 올 수 있는 만큼 당일치기로 동해바다 여행을 결심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바쁜 생활 속 여행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단 하루라도 당장 강릉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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