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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다. 휴가를 맞이하여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꽃지 해수욕장 바로 앞에 리뉴얼 오픈한 아일랜드 리솜을 찾았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날에는 비가 내리고 구름이 껴서 석양을 볼 순 없었지만, 그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풍경이었다. 하얀 모래,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공간 사이로 떨어지는 빗줄기만으로도 색다른 감성과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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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하면 조개구이가 필수 코스! 점심부터 조개구이를 먹으러 방문했다. 옆에 있는 가게에서 먼저 kg 별로 가격을 책정한 후 다른 식당으로 옮겨서 조개구이를 먹는 방식이다. 한 가게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던 월미도와는 약간 다른 시스템이었다. 들뜬 마음을 안고 가리비와 광어를 사서 옆 가게로 향했다. 그러나, 코로나의 여파로 조개구이집은 문을 닫았고, 상차림비를 받는 회센터만 있었다. 찜으로는 먹고 싶지 않아 조개는 환불한 뒤 광어만 먹고 말았다. 아일랜드 리솜 안에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배를 약간 남겨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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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로 들어와서는 오아식스 스파를 이용했다. 물놀이를 해가 쨍쨍한 날에 하는 것도 좋지만, 비가 올 때 따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그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이기에 고민 없이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자쿠지 안에서 보슬비를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는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출해질 때쯤, 숙소가 너무 포근해서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꼭 먹어보고 싶은 돈스파이크의 바베큐가 눈앞에 보였지만, 숙소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치맥을 먹는 것을 선택했다. 햇살 좋은 화창한 여름에 왔어도 좋았겠지만, 비 내리는 운치 있는 바다를 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일랜드 리솜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꿀잠을 자고 맛있는 조식을 먹고 난 뒤,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베란다에 낯익은 생명체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가서 보니 갈매기들이 손 내밀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가까이 갈매기를 본 적이 없었는데, 활기차게 나는 갈매기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어 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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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로 먹던 새우깡을 들고 손짓하니 갈매기가 잽싸게 날아와 낚아챘다. 동해안에서 배를 타고 나가도 가까이서 보기 힘들었던 갈매기인데, 서해안에서! 그것도 리조트 안에서! 갈매기와 교감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갈매기와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재충전할 곳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호캉스를 보내고, 제주도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쉼을 실천하고 있다. 이번 휴가기간 동안 아일랜드 리솜을 방문하며 휴가와 날씨에 대한 개념이 새로 정립된 느낌이다. 여행은 항상 맑은 날씨와 쨍쨍한 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생각했는데, 비가 내리고 구름이 잔잔한 날의 바캉스는 맑은 날과는 달리 고즈넉함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늘 똑같은 휴가가 지겹다면, 이번 기회에 비 오는 날의 바캉스를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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