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엘리엇(T. S. Eliot)은 장시(長詩) 의 첫 구절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풀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다.“·죽은 땅에서 고통스럽게 꽃나무를 키워내야 하는 4월은 잔인한 계절이다. 차라리 마른 풀뿌리를 눈으로 덮었던 겨울철이 오히려 따뜻한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그 잔인한 4월이 새 생명을 움트게 한다. 생명은 산고(産苦
"색소폰 연주를 함께 한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는 절대 협연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아요. '이런 매력이 있는지 몰랐다'며 여러 번 불러주죠."브랜든 최(36·최진우)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색소포니스트다. 2016년 낸 첫 앨범 '색소폰 소나타즈'를 시작으로 미니앨범을 포함해 10개가량의 앨범을 꾸준히 냈고, 이달 초에는 베토벤의 곡들로 구성한 새 앨범 '베토벤'을 발매했다.지난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브랜든 최는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라며 "목관의 부드러움, 현의 유연함, 금관의 웅장함을 갖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어주면 좋아라 가지고 논다. 그러다 어느새 싫증을 낸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합격・취업・결혼・승진・내 집 마련 등 좋은 일(好事)이 생겨도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쾌락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 싫증・지겨움・허무・혐오같은 감정이다. 기쁨의 강도가 클수록 떨어지는 낙폭도 크다.사람들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욕망을 찾아 나서거나, 알코올・마약・섹스 등 ‘보다 강한 자극’에 탐닉하게 된다. 성공의 정상에 선 연예인, 예술가, 사업가 등이 이런 데 잘 빠지는
# 오랜만에 40년 된 단골집을 찾았다.서울의 심장이 뛰는 삼각지, 골목길의 아지트, 차돌박이 파는 ‘봉산집’.이곳에서 전두환 시대의 격동 속에서 신인 기자인 나는 처음으로 부드러운 차돌박이를 맛보았다.잉크가 마르고 오후 7시 동지들이 모였다. 소주와 담론, 비평의 만남,술잔이 부딪히는 소리, 동료애와 논쟁의 교향곡이 우리 주변을 휘젓었다.각각의 목소리는 삶의 썰물과 흐름, 열정과 고통이 얽혀 있다는 증거였다.주머니는 넉넉하고 적어도 기자들끼리 의견은 자유로웠던 시절, 선배들이 계산을 치렀다.그리고 40년이 흘렀다.# 오늘은 30대
대한민국 요식업계를 통틀어 단 한명의 상징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백종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그저 한 명의 사업가를 넘어, 요식업계의 대부라는 평까지 받는 그이지만, 한때는 사업 실패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무려 17억원의 빚을 지게 됐는데, 사연은 이렇다. ◇ 목조 사업하다 빚더미…포장마차로 재기백종원은 어린 시절 양복 차려입고 외국을 오가는 사업가를 꿈꿨다. 재능도 있었다. 대학교 진학 후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떠올린 전략으로 매출을 대폭 상승시켜 가게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1993년부터,
10대 때의 첫사랑, 콘스탄치아쇼팽은 19세에 바르샤바 음악원을 졸업했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음악에 대한 열망이 폴란드에서 활동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한 쇼팽은 앞으로 어떤 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지 고민하고 있었죠.그러던 중에 쇼팽은 음악원 내 연주회에서 성악 전공생인 콘스탄치아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실력에 반해 쇼팽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게 됩니다. 당시 쇼팽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 속에는 늘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매일 밤 쇼팽의 꿈속에 등장하는 콘스탄치아는 음악원 내 인기녀였지만 정
인도인들이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곳 리시케시는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소도시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 방면으로 자동차로 6~7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시 한복판에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된 갠지스강이 흐른다. 히말라야산맥을 등반하기 위한 요지 가운데 한 곳이며, 강가에서는 래프팅도 한다. 예전에는 히말라야에 사는 호랑이도 출몰했다고 한다. 갠지스강을 따라 사원과 요가 수련장이 많다. 예로부터 힌두교의 수행자들이 많이 찾는 성지(聖地)이다. 특히 요가의 본고장이라고 한다.인도에서 은퇴한 사람들 중
새벽녘 숲에서 꺾은 제비꽃이른 아침 그대에게 보내드리리황혼 무렵 꺾은 장미꽃도저녁에 그대에게 갖다드리리그대는 아는가낮에는 진실하고밤에는 사랑해 달라는그 예쁜 꽃들이 하고픈 말을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Heinrich Heine) 독일의 시인, 기자, 문학평론가제비꽃은 '순진한 사랑', 장미꽃은 '열렬한 사랑'의 꽃말을 가진다. 필자인 하이네는 꽃으로 사람의 마음을, 인생의 사계를 표현했다. 이처럼 그는 꽃을 빌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사랑을 아름답게 적었다. 유대계 독일의 시인인 하이네는 신랄한 풍자와 비판의식, 허무주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 봐도 독특한 느낌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웃기고 재밌다. 영화 속 대사나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홍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프랑스어 개인 교습으로 돈을 벌고,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프랑스 여성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의 이야기다.이리스가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방식은 특이하다.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학생이 무슨 말을 하면 "그때 느낌이 어땠어"라고 묻는다. 학생이 답하면 "그러니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땠냐"고 파고든다.학생이
세계 전염병 전문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앞으로 대유행(팬데믹) 가능성이 가장 큰 병원체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그다음으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질병 X를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전염병 학회(ESCMID)는 21일 독일 쾰른대 의대 연구팀이 세계 57개국 전염병 전문가 1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팬데믹 가능성이 큰 병원체 1위로 106명(56.7%)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39명(20.9%)이 미지의 질병 X를 꼽았다고 밝혔다.쾰른대 의대 중개연구센터 존 살만톤-가르시아 박사가 주도한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 시기의 자연을 느긋하게 관조하고 싶다면 이곳을 떠올려 봐도 좋을 것 같다.번잡함이 덜해 산과 강의 계절 풍경을 호젓하게 바라볼 수 있다.전남 곡성의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덜컹거리는 증기기관차에 올라 차창 밖 섬진강과 주변의 자연을 살피다 보면 뜻하지 않게 상념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곡성의 자연환경구례군 바로 옆에 위치한 곡성군은 주변 자연환경이 뛰어나 조용히 둘러보기가 좋다. 곡성팔경도 대부분 산과 강의 풍경을 담고 있다.구체적으로는 동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풍광(동악조일), 산자락에 있
대한민국은 노인인구 천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은퇴 후에도 기대수명이 많이 남은 고령화 사회에서 현명한 은퇴 이후의 삶이 새로운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워야 현명할까. 우리보다 앞선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고령자들이 은퇴생활 꿀팁에 대해 세부적으로 답변했다. 다음은 중편.◇ “당신 아는 것도 많데” “오늘 예쁜데?”은퇴 이후의 걱정거리는 금전적인 부분에만 있지 않다. 자녀들도 성장해 출가하면 남는 것은 그동안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배우자다.일본 잡지 프레지던트
박태환, 소녀시대 권유리, 카라 한승연, 김태희, 송중기까지.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잇달아 드라마에 본인 또는 과거 연기했던 유명 캐릭터로 특별출연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시청자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자칫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14일 방송가에 따르면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지난 8일 첫 방송에 박태환과 소녀시대 권유리가 각자 본인 역할로 특별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권유리는 흰 제복 차림으로 방송국에서 매니저와 대화하다가 신인 밴드 멤버의 부탁을 받고
대한민국은 어느덧 ‘노인 인구 천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4년 2월 65세 이상 인구는 981만 명으로 집계됐고 2025년에는 105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65세 이상 은퇴자가 천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가 오면서 삶의 방식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요소는 물론 체력적인 요소까지 이전의 노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워야 현명할까. 우리보다 앞선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고령자들이 은퇴생활 꿀팁에 대해 세부적으로 답변했다.◇ 노후
소원은 이루어졌다. 80년대 학창시절의 소원은 희귀 레코드판으로 가득한 나만의 음악 감상실을 갖는 것이였다. 재즈 바를 운영했던 무라카미 하루키(1949-) 처럼, 나만의 락(rock) 콜렉션들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당시 락 레코드의 커버 또한 하나의 예술 장르처럼 창의적이고, 파격적으로 아름다웠다. 영국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Hipgnosis)가 디자인한 락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앨범 커버들은 말 그대로 근사한 현대미술작품이였다. 어느날 갑자기, 라디오 음악 신청 엽서와 세운 상가의 발품으로 찾아 헤맨 모든
살아가면서 우리는 공감(共感·empathy)할 때 행복해집니다. 에너지를 얻습니다.반면 공감하지 못할 때 힘들어집니다. 에너지는 소모됩니다.그러니까 공감은 우리 내부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죠.짧은 인생에서 오순도순 공감하면서 살아도 아쉬운 판에,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으르렁 거리고 살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더구나 그 상대가 가까운 사람이라면…그런데다 서로 으르렁대는 이유가 사실은 선입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았던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항상 뭔
버리게 하소서지금 높은 것들은그 높음의 살들을지금 어두운 것들은그 어둠의 뼈들을지금 울고 있는 것들은그 울음의 피들을利己(이기)의 잠들을탐욕의 꿈들을그리하여보이게 하소서지금 부는 바람은봄으로 가는 바람이니지금 반짝이는 별은홀로 하늘을 끌고 가고 있으니보이게 하소서어둠 속의속의 빛차가운 눈이 품고 있는 저 탄생들끝내는 흐르게 하소서처음과 끝이 하나 되어흐르게 하소서일어서흐르게 하소서강은교(1945~), 현대문학가, 시인세상의 억압이나 억울한 희생자의 소멸을 바라며, 동시에 하찮게 여겨지는 가치들의 혁명을 꿈꾸는 필자의 좌절 섞인 열망
바쁜 젊은 시절엔 매일 아침에 조깅을 했다. 그러면 활력이 솟고 자신감이 생겼다. 조깅이 나의 ‘행복 레시피’중 하나였다. 나이 들어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자전거로 바꿨다. 새벽 한강변을 따라 달리면 어느새 가슴이 충만해지며 행복감에 젖게 된다.허리 디스크가 찾아와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요즘은 운동을 자제하고 명상을 한다. 명상은 최근 5년간 나의 행복 레시피에 추가된 항목이다.운동, 자연에서 걷기, 책읽기, 글쓰기, 식도락, 술, 음악, TV오락프로 보기, 여행, 봉사활동(가끔) 등과 함께 명상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대표
"남은 날이 얼마 없으니, 일단 뛰어들어야죠."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93세의 나이로 미국의 63개 국립공원을 모두 방문해 화제가 된 일명 '조이 할머니'(그랜마 조이)가 이번에는 손자와 함께 세계 일주에 나선다고 미국 CNN 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올해로 94세인 조이 라이언은 52살 차이가 나는 손자 브래드 라이언(42)과 함께 2015년부터 여행을 다니며 '조이 할머니의 로드트립'(Grandma Joy's Road Trip)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현재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 계정을 팔로우
미국에서 ‘이혼’ 현상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혼을 한 후에도 꾸준히 한 집에서 같이 살며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바로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에서 유행 중인 ‘수면 이혼 현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수면 이혼은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잠만 따로 잔다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각방’과 의미가 비슷하다. 미국인들이 수면 이혼을 예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美 전체 부부 3분의 1 ‘수면 이혼’ 중미국에서는 잠을 따로 자는 부부가 전체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