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전부터 국내 최정상 배우들을 모아놓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다. 

화려한 배우 라인업과는 다르게 이 드라마는 제주도민들의 소탈한 삶을 그려냈다. 그들의 일상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 보는 맛을 더했다. 

그래서인지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제주도 속 이 드라마의 촬영지들은 더욱더 대중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그중에서도 극중 김혜자, 고두심 배우가 야채를 팔던 시장인 ‘고성 오일시장'을 다녀왔다. 

고성 오일시장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하고 있고,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 관광명소가 근처에 많아 여행 코스에 넣기에 위치상으로도 적당하다. 대중교통 편으로도 편리하다. 제주국제공항에서 111번 직행 버스를 타고 ‘고성환승정류장'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들어오면 된다. 

여행을 갔을 때, 그 고장의 전통시장을 방문하기만 해도 그 지역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어떤 물건들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상인들과 손님들의 소통을 보며 잠시 그 지역의 주민이 되어보는 체험이 가능한 덕이다. 

심지어 오일장의 경우 여행날이 장날과 딱 맞기도 힘들어 날짜가 우연히 맞는다면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성 오일시장은 4와 9로 끝나는 날마다 열린다. 매달 4, 9, 14, 19, 24, 29일마다 만날 수 있다. 이외에 날짜에는 텅빈 공터만 있을 뿐이다. 

또한, 관광상품보다는 도민들의 생활을 위한 시장으로 상인들은 대부분 점심 쯤 철수하기 시작해 오후 늦게 가면 장날임에도 아무것도 보지 못할 수 있으니 오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 앞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장소라고 알리며 배우들의 사인이 담겨있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지만 그뿐, 크게 특별한 점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고성 오일시장의 매력이다. 시장 안 사람들 중에서 관광객을 찾기 힘들고, 대부분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주민들 같아 보였다. 인기 드라마가 거쳐간 명소지만 여전히 드라마보다 더 진한 동네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것이다.  

기념품이나 관광지다운 먹거리가 없어 더욱더 주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근처에 대형 마트가 없는 만큼 규모는 작지만 없는 것은 없이 다 판다. 농수산물부터 시작해 옷이나 이불, 생필품, 씨앗, 반찬 등 다양하다. 

물가도 무척이나 싼 편인데, 단호박 6개에 5천원을 하는 것을 보고 여행객 신분임을 잠시 잊고 덜컥 구매해버릴 정도였다. 

계속 생선을 손질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손님들에 답을 해줘야 하는 생선 가게 주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인들은 분주하지 않고 여유로워 보였다. 호객 행위도 간간히 작은 소리로 이뤄질 뿐이다. 씨앗을 파는 할머니 한 분은 돗자리에 누워서 낮잠 중이기도 했다. 

한산하던 시장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방향을 봤더니 좁은 시장 입구에 승용차 한 대가 뒤로 들어와 있었다. 채소 가게 앞에서 내린 남자 두 명은 승용차 트렁크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두부와 도토리묵 바스켓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시장에 가득하던 손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앞에 한 줄로 섰다. 모두가 장날에만 만날 수 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와 도토리묵을 살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관광지의 시장들처럼 화려한 푸드 트럭이나 먹거리를 기대하기는 힘든 곳이다. 하지만, 시장에 오면 주전부리를 꼭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을 향했다. 

시장 간식을 파는 곳은 딱 한 곳이었는데, 어묵과 소시지, 핫도그, 호떡, 붕어빵, 슬러시를 팔고 있는 곳이다. 800원짜리 어묵 꼬치를 하나 먹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이들은 이미 빈 꼬치를 인당 서너 개 이상씩은 쌓고 있는 중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어묵 맛도 5일을 기다린 것 마냥 한 개씩 먹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또다른 장날 먹거리로, 시장 가장 뒷편 쯤에 위치한 국밥집이 있다. 한 그릇에 5000원이면 국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시장 안 모든 물건들과 음식들은 지갑에 부담을 더하지 않는다. 일반 대형마트의 반의 반도 안 되는 크기지만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물건들을 둘러보며 여행객만 아니라면 양손 무겁게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감귤이나 한치 등 제주 특산품들이 시장 바닥에 가득한 것을 보며 그 어느 관광 기념품 쇼핑보다 더 제주에 온 것 같은 향을 짙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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