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면 더없이 좋은 여행지가 있다. 바로 순천만 습지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자연경관이다.

가을에 순천만이 더 특별한 이유는 가을임을 제대로 알려주는 갈대밭 덕이다. 가을 하늘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도심 속에서 짊어진 걱정거리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기차를 이용해서 순천역에 내린다면, 순천역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66번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20분 정도만 달려 순천만 습지로 향할 수 있다. 시내버스 안내방송도 친절하게 ‘순천만 습지’라고 나오고, 버스에 타 있던 절반 이상의 승객이 우르르 내리니 외지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순천만 습지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이다. 순천 시민은 2,000원이다. 이 티켓 하나로 순천만국가정원도 입장이 가능하다.  만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따로 티켓 구매 없이 신분증만 있다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들어서고도 10~15분 정도는 걸어야 갈대밭을 만날 수 있다. 갈대밭 사이사이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나무다리의 울타리는 아주 높지 않아 걷다 보면 갈대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중앙에 짱뚱어, 우측 하단에 칠게가 보인다.
◇ 중앙에 짱뚱어, 우측 하단에 칠게가 보인다.

다리 밑을 내려다보면 갯벌이 군데군데 잘 보이는데, 여기서 짱뚱어와 칠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울타리 너머 바닥을 향해 여러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짱뚱어와 칠게가 갯벌을 활보하고 있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는 하늘만큼이나 갈대밭 역시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겐 참 낯선 이런 풍경을 구경하는 맛도 있고, 마른 갈대들끼리 스치며 내는 소리를 듣는 맛도 있다. 특히 가을에는 갈대들이 바람에 스치면서 금빛 파도의 장관을 이뤄낸다.

◇등산길이 시작됨을 알리는 출렁다리. 
◇등산길이 시작됨을 알리는 출렁다리. 

끝이 없을 것 같던 갈대밭의 끝을 보기 위해선 용산전망대까지 올라가야 한다. 용산전망대까지 오르려면 입구에서 50분 정도는 잡아야 하고, 후반부에 오르막길이 심하기 때문에 운동화와 마실 물은 필수다. 습지라고 해서 등산을 상상하지 못했는지, 불편한 옷차림의 관광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담한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습지 전경.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습지 전경.

오르는 길은 힘들지만, 중간중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습지의 풍경이 오를 힘을 더해준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전망이 더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이제껏 걸어온 갈대밭을 포함한 순천만 습지의 전경을 내려다볼 기회가 주어진다. 금빛 갈대밭, 갯벌에 나 있는 뱃길, 끝없는 바다로 이어지는 갯벌이 펼쳐져 오르막길의 고난은 잊힌다. 또, 정확하게 열을 맞춰 오고 가는 철새들 무리를 보는 재미도 있다.

◇입구에서 다섯 개씩 파는 칠게빵. 모양만 칠게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칠게 분말이 반죽에 들어간다. 
◇입구에서 다섯 개씩 파는 칠게빵. 모양만 칠게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칠게 분말이 반죽에 들어간다. 

다 돌아보면 두 시간이 훌쩍 넘는다. 많이 걸은 만큼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데 순천만 습지 입구에 순천만에서 가장 유명한 칠게와 짱뚱어를 맛볼 수 있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밀가루 대신 쌀과 칠게 분말로 만든 칠게빵은 6개의 5,000원에 팔고 있다. 칠게가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모양 역시 귀여운 칠게 모양이다.

◇짱뚱어탕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 
◇짱뚱어탕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 

주변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꼬막 정식과 짱뚱어탕을 주력으로 팔고 있다. 순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짱뚱어탕은 9,000원, 10,000원 정도로 가격 부담없이 완벽한 끼니를 완성할 수 있어 추천한다. 짱뚱어탕 특유의 향이 조금 있지만, 추어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맛이라고 느낄 것이다. 가을바람을 쐬고 와서 따뜻한 짱뚱어탕으로 몸을 녹이면 누구보다 완벽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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