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세장수시대를 잘 살아가려면 신체건강 못지 않게 마음건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매일 마음을 강건하게 만드는 마음운동(멘탈 피트니스)이 필요하다.  
◇ 백세장수시대를 잘 살아가려면 신체건강 못지 않게 마음건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매일 마음을 강건하게 만드는 마음운동(멘탈 피트니스)이 필요하다.  

10년전 걸린 우울증 극복기를 책으로 낸 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몸이 건강하려면 매일 운동(physical fitness)을 해야 하듯, 매일 ‘마음운동(mental fitness)’을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요즘 말로 하면 ‘마음피트니스’다.

얼마전 우울증으로 타계한 김정주 전 넥슨창업주처럼 아무리 돈 많고 잘나가도 마음(心力)이 약해지면 허물어진다. 그렇다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마음피트니스는 무엇일까.

정신건강과 관련, 현대 의학의 한계는 약물처방과 상담 외에 아직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19세기초 근대의학이 전염병의 원인인 세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것처럼 21세기 현대의학에서 인간의 마음과 두뇌 활동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의사들은 병의 근본 원인은 밝혀내지 못한 채, 대증요법인 약을 처방해주면서 “마음 편하게 살라”고 되풀이한다.

10여년전 내가 우울증에 걸리고 처음 찾은 병원의 의사가 그랬다. 심드렁한 말투로 “어차피 완치란 없고 이젠 병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약 드시며 편히 쉬라”고 했다. 도저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어 병원을 찾아간 내게 평생 약 먹으면서 ‘편히’ 쉬라니...

다행히 두 번째 병원의 의사는 달랐다. 그는 내게 ▲진정제▲수면제▲항우울제로 구성된 처방약을 주면서 “평생 먹을 수도 있고, 1년 안에 끊을 수도 있는데 결국 환자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고 희망감을 주었다. 나는 내 정신 상태를 약에 의존한다는 데 강한 수치심을 느꼈지만 자신을 다독였다.

“독감이나 배탈이 나도 병원에 가 약을 지어먹는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우선 외력(外力)으로 건강을 찾은 다음 자력(自力)으로 치유하자.”

예부터 동양의학에선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심신일원론((心身一元論)을 내세웠다.

나는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꼬박꼬박 들면서 몸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한시간씩 자전거를 탔고 주말에는 산에 올랐다.

운동은 죽어가던 마음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신체 각 기관을 쿵쾅쿵쾅 작동하게 만든다.

낮에는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고, 저녁에는 일찍 집에 들어가 쉬면서 단전호흡을 통해 심신을 내려놓는 훈련을 했다.

이렇게 ‘24시간 특별관리’를 하면서 3개월만에 약을 끊었다. 의사는 더 이상 병원에 올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마음의 근원적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울증은 재발률이 높아 일단 한번 걸리면 50%가 재발하고, 두 번째 발병하면 70%, 세 번째라면 90%가 다시 발병한다고 한다.

더 이상 약에 의존하지 않고 우울한 마음을 잊기 위해서는 뭔가 몰두(沒頭)가 필요했다. 과연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만족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우울증에 관한 책을 쓰기로 했다. 기자 출신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고, 인생 후반기 마음공부도 되는 등 다목적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책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명상을 알게 됐다. 명상하면 스님이나 좀 특이한 성격 소유자들이 하는 따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지금은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지친 심신을 돌보고, 나아가 자기 내면의 성찰과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마음훈련법으로 진화돼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각광받는 마음챙김명상이 그랬다.

나는 기초적인 호흡명상을 통해 ‘지금 여기(here & now)’에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서 점차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명상 모임, 강좌, 수련회에도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접했다. 조금씩 이해도 늘어나고 기법도 향상됐다.

처음에는 단 5분도 어려웠지만 지금 매일 아침 30분~1시간 정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

이제 명상은 내 마음의 힘(心力)을 키워주는 피트니스가 됐다.

명상은 달리기와 같다. 사람들이 달리기를 통해 순발력, 지구력, 근력, 유연성을 강화해 나가듯, 명상도 마찬가지다.

명상을 하면서 ▲순간적인 감정-감각을 알아차리는 ‘순발력’, ▲방황하는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시키는 ‘근력’, ▲그 집중을 계속 유지시키는 ‘지구력’ ▲생각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유연성’이 강화된다.

신기하게도 통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생각·감정이 조금씩 내 의지대로 조절·관리가 되며 작은 통찰, 직관, 깨달음, 지혜 등이 찾아온다.

100세 장수시대를 지루하지 않게 잘 살아가려면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 피트니스’가 있어야 한다.

삶의 우울과 허무, 노여움을 떨쳐 버리고 기쁨과 희망, 넉넉함으로 재충전시킬 수 있는 것 말이다.

제2차 대전의 영웅인 윈스턴처칠 전 영국총리는 40살때 자살 일보 직전 우연히 접한 그림 그리기를 통해 집안내력인 우울증을 극복하고 위대한 인간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 했다.

“나는 평생을 ‘검정개(Black Dog・우울증)’와 같이 살았다. 그러나 내가 하늘나라에 간다면 처음 맞는 100만년은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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