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사회에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사전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인이나 부부관계, 가족관계 등 가까운 사이의 인간관계들에서 그만큼 정신적 학대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가스라이팅’은 동명의 연극과 영화 제목에서 파생된 용어다. 1938년 패트릭 해밀턴의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연극은 남편이 가스등을 어둡게 만들고, 부인이 어둡다는 얘길 꺼낼 때마다 오히려 부인을 정신병자로 몰아가 결국 부인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남편에 대한 의존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워가는 이야기다.

가스라이팅은 위 작품의 내용과 같이 상대의 심리를 조작하여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상대를 아예 컨트롤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상대에 대한 지배력은 갈수록 더욱더 강화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발전한다.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서서히 심화하면서 정신이 피폐해지면서도 본인이 그걸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것이 그 심각성을 키운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전문의는 KBS ‘더 라이브’ 지난달 방송에서 가스라이팅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더불어 자주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커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가족, 본인의 무능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상사가 주변에 있다면 가스라이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주의했다. 특히 커플의 경우 가스라이팅이 빈번하게 데이트폭력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S '더 라이브' 방송 캡처
KBS '더 라이브' 방송 캡처

미국의 정신분석가 로빈 스턴의 책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를 보면, 가스라이팅이 세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단계 : 불신

관계에서 피해자가 혼란과 좌절감, 불안을 가진다.

 

◆2단계 : 자기방어

상대가 틀렸고,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려고 계속해서 다툼하게 된다. 괴로움과 절망감이 심화한다.

 

◆3단계 : 억압

상대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이 틀렸고, 상대방이 바르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쓴다. 이때는 다툼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갈수록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판단력을 일어나는 과정에서 정신적 폭력이 행사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에 의하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만 유난히 자신의 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자꾸 내 탓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지나치게 자주 상대에게 사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바로 인식하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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