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은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않을뿐더러, 비교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셔터스톡
깨달은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않을뿐더러, 비교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셔터스톡

요즘은 모든 것에서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여서, 이제는 마음도 디자인이라는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를 치유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성장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아를 초월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는 마음의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앞에 쓴 글들에서 마음디자인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몇 편의 글을 쓴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문관인 수전 오코너 박사는 한국의 정신건강 시스템 전반을 다룬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알코올 남용과 도박,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등 ‘정신적 고통이 만연한 나라’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한국인은 정이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정신적 고통이 만연한 나라’가 되었을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아를 치유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일상생활에서 명상을 생활화하여 조그마한 깨달음을 증득하여 성장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행복에 이르도록 마음을 디자인하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마음디자인에서 강조하는 것은 명상이다. 내가 또 명상에서 강조하는 네 가지 요소는 호흡 등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집중하는 일, 마음챙김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일, 조그마한 깨달음을 증득하여 지혜를 얻는 일, 그리고 보다 높은 자아(higher-self)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는 일 등이다.

요즘 사회 각처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힐링, 인성, 창의성, 그리고 자기계발 등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명상의 깨달음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일시적이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은 가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자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 깨달음이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항상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부탄이라는 나라는 매우 가난한 나라이지만, 그 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한때 세계에서도 1위, 2위 등 매우 높았다. 그러나 아주 짧은 기간에 부탄의 행복지수는 세계 여러 나라 중 거의 밑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어떤 사회학자는, 부탄이 행복지수 1위에서 거의 밑바닥으로 추락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첫 번째 이유로 SNS 보급을 꼽았다. 그들이 딴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에 감사하며 만족하고 살 때는 행복하다고 생각했으나, SNS를 통하여 딴 나라 사람들의 풍족한 생활을 보고 그들과 비교하기 시작하자 행복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행복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하는 깨달음이 없이 자신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잠재적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외부의 환경, 즉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 등에 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면, 그 사람의 행복은 위험하지 않다. 그는 외부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깨달은 사람은 돈이나 권력, 명예 등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깨달은 사람은 자신보다 재산도 많고, 권력이나 명에가 많은 사람과 함께 있어도 비교하지 않을뿐더러, 비교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어떤 것이 좋으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감동이 있어야 하며, 유용성, 즉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명상에도 적용시키고 싶다. 명상이 좋으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감동도 있어야 하며, 유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여 명상이 좋으려면 바른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른 깨달음이 없는 힐링, 이념, 행복은 일시적일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다시 변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명상이 좋으려면 바른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바른 깨달음이 있는 명상, 힐링, 이념, 행복은 안전하다.

글 | 윤종모 주교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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