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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니까 편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토로하는 분들이 있다. 인생을 열심히 살고 후반기 삶을 지혜롭게 영위하는 이들의 생활 철학이다.

얼마 전 언론계 선배가 딸을 조용히 출가시켰다. 요즘 사회 일각에서 불기 시작한 ‘작은 결혼식’에 동참한 것이다.

“막상 해보니까 너무 좋더라. 아주 가까운 일가친척과 지인들만 모시고 치렀는데 당사자나 참석자들이나 다 좋아하는 거야. 소박하고 진솔하고, 내 마음도 편하고…. 또 남한테 부담 안줘서 좋고…. 나이 먹어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산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되는 것 같아"

그는 국내 최고 신문사의 두 번째 서열의 간부다. 마음먹고 청첩장을 돌리면 내로라하는 VIP들로 예식장을 꽉 채울 수도 있고, 거금의 부조금을 챙길 수도 있지만 깨끗이 포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선배의 깨끗하고 아름답게 늙어갈 노년의 모습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은퇴 후의 삶도 욕심을 내려놓고 찾다보면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발견한다. 대기업 홍보부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한 원모씨는 인생 2막을 ‘돈을 더 버는 일’보다는 ‘재미있는 일’에서 찾았다. 그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고 정비에도 재주가 있었다. 마침 서울시가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전국민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일 때라 ‘자전거 수리공(Bike mechanic)’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이 55세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 뚝섬 지역의 자전거 대여소에 채용돼 자전거를 빌려주고 정비도 해주며 자전거 타기도 가르쳐 준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면서 활력과 보람을 찾고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생활도 꾸려나간다.

“우리 또래는 은퇴 후 자영업을 많이 하지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대기업 사장을 지낸 어느 분은 십수년전 강원도 홍천 산골에 들어와 북카페를 차렸다.

‘돌아가리라. 시골의 논밭이 거칠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중국 남북조 시대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읊은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 구절처럼 그는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 시골을 찾았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느린 아침 시간을 갖고 카페로 나와 오후 10시 문을 닫을 때까지 책 보고 차 끓이고 빵 만들고 손님들과 어울려 대화하고 강연하면서 즐겁게 보낸다. 그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중년 이후의 인생에 정말 필요한 것은 통장 잔고나 재테크 노하우가 아니라 진짜 자기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꿈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를 충실히 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계속>

일흔아홉번째 기억하기

중년 이후 정말 필요한 것은 진짜 자기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꿈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를 충실히 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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