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적막감과 아득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제주의 아름다움은 화산 활동에서 왔다. 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에 생성됐다는 게 정설이다.◇ 제주 탄생의 비밀…불과 물의 격렬한 만남제주도 일대는 원래 얕은 바다였다. 깊숙한 지하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을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더는 물에 잠기지 않는 높이의 지형이 형성됐다.해수면 위로 육지가 드러난 뒤에도 화산활동은 계속돼 마그마가 분출했고, 분출한 마그마는 용암 대지와 수많은 오름을 만들어냈다.화산활동은 약 1천 년 전까지 계속됐을 정도로 제주도는 젊은 화산
2024 화천산천어축제가 6일 개막해 28일까지 23일간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대에서 펼쳐진다.인구 2만4천명에 불과한 초미니 접경 도시는 겨울철이면 글로벌 축제 도시로 탈바꿈한다.꽁꽁 언 얼음으로 덮인 화천천 아래 유영하는 산천어낚시를 비롯해 맨손 잡기 등 겨울철 놀이 진수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축제 기간 100만명이 넘게 찾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기까지 화천군과 주민의 노력은 성공 축제의 밑거름이다.◇ 인구 2만4천명 최전방 군사도시…겨울마다 축제 도시가 된다세계 유일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북한과 가장 가깝게 마주한
한 무기수로 부터 들은 얘기다.그는 주먹이 강하고 몸이 날렵해 사채업자의 심복으로 있었다. 감옥 안에서 그를 유난히 괴롭히는 교도관이 있었다. 밤이면 아무도 없는 방에 그를 끌어다 놓고 괴롭혔다. 벽에 밀어 부치고 목을 조르고 쓰러지면 밟고 짓이겼다.찌는 듯한 한 여름에는 재래식 똥통에 머리를 쳐 박고 있게 했다. 그는 괴롭힘을 당하면서 언젠가는 그를 잔인하게 죽여버리겠다고 이를 갈았다.그는 어느 날 작업장에서 쇠톱 조각 하나를 감추어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감방에는 몇 명이 함께 있었다. 그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꾸준히 창에 붙어
"되게 진지해요. 그런데 또 어딘가 웃긴 거야. 그게 바로 선미스러움인 것 같아요."가수 선미가 17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싱글 발매 쇼케이스에서 "이번 싱글은 '선미스럽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며 이같이 말했다.선미는 "(팬들이) '원더걸스 때도 선미는 어딘가 좀 엉뚱했다'는 걸 많이 기억해주고, 그 모습을 사랑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이어 "17년 차가 되니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며 "'선미가 이런 캐릭터야, 다들 알지?'라고 강조하고 싶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데뷔 17년 차, 솔로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에 기후변화 여파로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미시간대학 등 소속 연구진은 지난 6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히말라야를 비롯한 전 세계 고산지대에는 최근 강우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원래 이들 지역에는 주로 눈이 내렸다.연구진은 해발 8천848.86m로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6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에베레스트
새벽 4시 30분. 제주 탑동공원 앞 화이트비치 호텔. 모닝콜이 울리기 전부터 두 귀는 이미 깨어 있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제주특산 울트라 파워 초강풍 소리와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흐느낌…….“망했다!” 회사 반차 내고, 비행기 포인트 까고, 숙박비 들여가며 바다 건너 왔건만, 첫 도전이 이렇게 허무하게……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그러나 말이 100킬로미터지 주말에 조금 연습하고 3주 전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 뛴 거 믿고 오긴 왔지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매몰비용’은 빨리 포기할수록 남는겨……라는 생각이 앞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철 가운데 폭우가 쏟아지면 각종 재산·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이상화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지성 폭우와 태풍은 짧은 기간에 환경이 급격하게 변해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또, 식중독, 곰팡이, 호흡기 질환과 같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파상풍, 피부염, 곰팡이균 주의침수가 발생하여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은 단순히 빗물만이 아니다. 도로 위
장마철에는 후덥지근하고 습한 날씨 때문에 바이러스 및 미생물이 빠르게 번식해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특히, 장마철에는 감염증 질환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나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의해야 할 질환과 그 예방법에 대해 알아두고 신경 써야 한다.■ 눈병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 손에 묻어있던 바이러스 또는 각종 오염물질이 눈에 들어가면서 결막염, 다래끼 등 눈병을 유발한다.또, 여름철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 물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전염되기 쉬워 물놀이 시설에서는 개
100일 장정을 마치기 하루 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2일(D-1). 전날의 폭우가 언제 있었냐는 듯 푸른 하늘에 해도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 바야흐로 완연한 가을날이다. 차례상 과식 반성도 할 겸 조금 길게 뛰고자 했는데 20km 지점에서 이상 신호가 왔다.왼쪽 복숭아뼈(복사뼈) 바깥쪽이 욱신거린다. 누구한테 채이거나 삔 적도 없는데. 장딴지 허벅지 뒤쪽이 약간 저리는 느낌이 있는 거 보면 ‘비골근(건) 손상’ 같은 건가.검색해보니 비골건(腱)이 손상되면 복사뼈가 붓고 통증이 있다고 한다. 평소 발을 많이 사용하거나 심한
◆ 코로나 와중에? 그래도 달리는 게 맞다또 한 번의 고비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이었다. 64일째인 8월 18일(D-36)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백신 맞고 곧바로 달리다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매일 10km 뛰던 멀쩡한 아재, 백신 맞고 중태” 이런 기사로 언론들이 포털을 도배해 방역전선에 누를 끼칠 텐데. 그래서 접종 당일 무리하지 않는 차원에서 출근 전 5km 몸 풀기, 접종하고는 30시간 정도 경과한 뒤 저녁 퇴근 후 5km 서행 회복주로 웅녀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차 접종 때가 1차 때보다
편도체도 과부하되다보니 오작동도 늘어난다. 이른바 뇌의 ‘예측 오류다. 비유하자면 보슬비가 내리는데 폭우로, 산들바람이 부는데 태풍으로 감지해 일기예보(경보)를 발령하는 격이다.그러다보니 별것도 아닌 일에 화들짝 놀라고, 웃고 넘어갈 일에도 화를 내고 으르렁 거리게 된다.과거 농경사회나 산업화사회와 비교해볼 때 인간관계가 왜 더욱 삭막해질까. 꼭 당신이나 상대방의 ‘관계’나 ‘인성(人性)’의 문제로만 보지 말라.어쩌면 당신의 편도체가 쉬지 못해 생긴 결과일 수 있다. 내가 스스로 짜증나고 부정적인 마음투성이인데 타인이 살갑게 느껴지
5일 저녁 7시쯤 우리는 최대의 난관에 부딪혔다. 폭우로 붕괴된 다리를 만난 것이다. 좁은 강(또는 시내) 위에 놓여있던 다리로 긴 다리는 아니지만 난감한 상황이었다.우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였다. 오토바이를 탄 두 사나이가 나타났다. 우리에게 다가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수심이 낮은 지역을 알려줄 테니 따라오라고 했다.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차들은 두 사나이가 탄 오토바이를 뒤따라갔다. 그들은 한 지점에 서더니 “저쪽으로 건너가라”고 건널 위치를 가리켜 주었다.흐르는 물살은 거셌고 비오는 날씨 속에
㉓而況於人乎 (이황어인호)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던가希言自然(희언자연)故飄風不終朝驟雨不終日(고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孰爲此者天地(숙위차자 천지)天地尙不能久而況於人乎(천지상불능구 이황어인호)故從事於道者同於道(고종사어도자 동어도)德者同於德(덕자 동어덕)失者同於失(실자 동어실)同於道者道亦樂得之(동어도자 도역락득지)同於德者德亦樂得之(동어덕자 덕역락득지)同於失者失亦樂得之(동어실자 실역락득지)信不足焉有不信焉(신불족언 유불신언)말이 적은 것이 자연스럽네광풍은 아침 내내 불지 못하며, 폭우는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하지누가 이것을 하는가? 천지라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빼곡하게 들어선 다가구 주택들이 물폭탄을 맞고 있다. 미로 같은 산비탈 골목의 좁은 계단 아래 쪽으로 누런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다.모든 게 흥건하게 젖어있다. 집도 도로도 차도 공중에 전깃줄이 무질서하게 엉겨 있는 비스듬한 전봇대도 젖어있다.산자락 아래 있는 다가구 주택의 지하방으로 흙탕물이 침입하고 있다. 하수구의 물이 역류하면서 화장실의 변기가 입을 열고 구정물을 토해내고 있다. 내가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다가구주택 반
추석이 다가오면서 물가 걱정은 점점 커지고 있다. 7월 식료품 관련 물가지수는 2021년에 비해 8% 가까이 올랐다. 장마철 폭우로 인해 채소값 또한 점점 오르고 있고 3분기에는 가공식품 원재료 가격이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금치를 던지는 장면에서도, 시청자들의 반응 중 비싼 시금치가 아깝다는 내용이 주를 이룰 정도로 서민들의 식료품 물가 걱정이 크다.이러한 걱정을 덜겠다는 듯 각종 유통업계는 가성비 상품 출시에 나섰다. 일반 상품에 비해 크기를 키우거
질병관리청은 지난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지역에 대한 철저한 위생관리를 당부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해 발생 지역은 각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커져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주의특히, 하수구의 범람 등으로 오염된 물로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A형 간염, 장관감염증(노로바이러스 등)과 같은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이 유행할 수 있어 안전한 물과 음식물 섭취를 강조했다. 조리전, 후 및 식사 전에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지난 8일 밤 사이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계속 피해가 나오는 바람에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어제 하루에만 수천대의 침수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차량이 침수될 경우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담보 가입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다만, 자동차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 놔 빗물이 들어갔다면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다. 개인의 실수로 인한 침수 피해로 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폭우에 대한 대비요령을 알아본다. ◇ 운전시 갑자기 도로에 물이 차면 어떻게 해야 하나?폭우
폭우가 내리는 장마철은 눈 내린 겨울만큼 길이 미끄러워 걷기가 쉽지 않다. 40세부터 두뇌기능이 저하면되서 균형감각 역시 서서히 떨어진다. 균형감각 저하는 낙상 및 골절상으로 이어져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곤 한다.실제로 노인 사망 원인의 5위가 낙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 재활운동을 통해 균형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유튜브 채널에서 두뇌기능과 균형감각을 올려주는 3분 걷기 운동을 소개한다.◆ 균형감각 TEST우리의 균형감각은 소뇌가 조절한다. 소뇌의 기능을 알아보는 롬버그 검사를 통해 본인의 균형감각을 측정할 수
날이 많이 추워졌다. 우리는 계절이 오고 갈 때마다 바뀐 온도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다. 여름에 입었던 옷이 아무리 예쁘고 마음에 들어도 그 위에 덧입거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물론 한 벌로 여러 계절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뭐 그런 이도 있겠으나 대체로 계절에 맞게 나를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켜 줄 수 있는 옷을 선택해서 갈아입는다.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객관적인 인생의 계절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 연령에 맞게 성취해야 하는 인생 미션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예측할 수 없는 폭설과 폭우, 이상기온을 비롯해 난데없이 산불이 나기도 한다. 살다 보면 개인의 인생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예측 불가. 통제 불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갑작스런 인사이동, 준비되지 않은 이별, 믿었던 관계의 깨어짐, 기대했던 일의 실패, 자신했던 건강의 무너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어려움,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움......예측하지 못한 산불과 폭우, 짙은 안개처럼 삶을 멈추게 하는 일이 일어난다. 나의 코칭 고객들은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그녀들의 삶을 가만히 마주하고 있으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좋은 사람,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왔는지 가슴 저리고 눈물 난다.뭐든 열심히 하고, 책임감도 강하고, 누구보다 똑똑하고, 노력하는 그녀들인데, 계절이 바뀐것도 모르고,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도 모른 채 멈춰 어린아이처럼 운다.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는 우릴 꼼짝 못하게 하기도 한다. 나는 그녀들의 코치다. 내가 할 일은 지금 여기, 멈춰선 그 자리에서 다시 두 발을 땅에 딛고 설 수 있게, 다시 숨 쉴 수 있게 곁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바뀐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안내하는 것이다.변화를 원한다며 코칭을 의뢰한 사람도 막상 변화의 순간이 오면 뒤로 물러서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변명과 자기 기만을 알아차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것은 보통의 정직과 보통의 용기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인생에 일어난 수많은 천재지변은 바로 변화의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새 옷을 입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나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폭풍우와 산불 속에서 살아남아 지금 여기서 코치로 작가로 살고 있다. ‘삶의 모든 변화는 결국 좋아지기 위해 일어난다’ 결국 이와 같은 신념이 내 삶에 일어난 수많은 폭풍우와 산불 속에서도 춤을 출 수 있게 했다. 폭풍우와 하나가 되어 첨벙거리며 춤을 추었고, 산불 속에서 이전의 나를 불태우며 새로운 나로, 보다 진화된 나로 다시 살게 되었다. 내 삶은 장애물 경기처럼 하나를 넘으면 다음이 기다리고 있고, 또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껏 내가 넘었던 장애물들은 보다 성장되고 확장된 삶으로 안내했다. 장애물처럼 느껴졌던 것들을 넘는데 필요한 것은 언제나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께 모든 것을 내맡김이었다. 폭풍우가 치는 바닷가에서도 기뻐 환호하는 어린아이, 변화의 순간을 맞이할 때면 내가 떠올리는 장면이다. 지금 감당하기 어려운 일과 사람, 그 무엇과 씨름하고 있다면 이미 시작된 새로운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다. 모든 변화는 결국 좋아지기 위해 일어난다. 뭘 선택하든 다 괜찮다.
알타이는 안개에 갇힌 산자락처럼 몽환적인 단어다. 선계도 속계도 아닌 신비를 간직한 느낌이 든다. 우리에게 알타이는 매우 익숙하다. 한국어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사관에 근무하는 선배가 머리도 식힐 겸 알타이를 가자고 제안했다. 알타이 지방이 궁금하던 차에 샤먼을 취재하던 원로 기자 K씨가 합류를 결정하면서 알타이행은 급물살을 탔다.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3700km. 알타이주의 수도 바르나울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고르노알타이까지 다시 육로로 가야 했다. 바르나울에서 고르노알타이로 가는 길은 예상과는 달리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승용차로 달리는 세 시간 여 동안 정치와 역사를 넘나들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나랏일에 평생을 바쳐온 고급 관료와 비판의식이 강한 대기자의 동행은 편치 않았다. 사사건건 불꽃 튀는 논쟁이 이어졌고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내가 끼어들어 화제를 바꾸어 나가야만 했다.“러시아어 배우기가 어때요" 대기자가 물었다.“주재원들이 배우다가 대개 삼 개월 만에 만세를 부르고 말죠. 원어민과 함께 살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정복할 수 없다고 해요."러시아어의 문법은 성, 수, 격이 있어 라틴어만큼이나 복잡하다. 신기한 것은 동서간의 길이가 1만여km인데도 러시아어에 방언이나 사투리가 없다는 점이다. 사할린 섬 출신과 모스크바 출신 직원을 앉혀놓고 대화를 시켜보았는데 언어적 차이가 없었다. 작은 국토 안에서 지역마다 말이 조금씩 다른 우리에 비해 언어가 통일되어 있었다. 러시아 언어학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봐도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70여년의 사회주의 체제의 영향으로 언어가 통일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았다.고르노알타이에 다가서자 산 능선이 이어졌다. 구릉을 따라서 사슴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폭우가 지나간 뒤 뭉게구름이 언덕까지 내려와 있고 나무들은 푸르름을 더했다. 초원 한가운데 드문드문 서있는 나무들이 쉬어 가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알타이의 생명체는 정지 화면 속의 피사체처럼 속도가 없었다. 호수에 비친 잎새마저 흔들림이 없었다. 오랜만에 정지된 구름을 보았다. 삶의 가속 페달을 밟으며 살아왔는데 정지된 공간 속에 놓이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것처럼 몸이 일순 기우뚱거렸다.신유목시대, 나는 휴대폰의 진동과 떨림에 의지한 채 살고 있지 않는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알타이의 초원은 자연스러웠다. 꽃잎 끝에 빗방울이 맺혀 있고, 빗방울에 산이 들어와 앉아 있었다. 빗방울을 제대로 감상하는 데도 며칠은 걸릴 것만 같았다. 초원 한 가운데 서있는 나무에 기대어 사랑했던 여인을 떠올려보거나 가슴 속 추억들을 한 장 한 장 인화하고 싶었다.러시아 국민차인 라다를 타고 지나가는 길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이 될 듯했다. 스위스 산악지대가 사람이 산을 깎고 다듬어 만든 자연이라면 알타이는 자연이 만든 자연이었다. 알타이로부터 3백km를 더 남동쪽으로 가면 몽골이 나오고 남서쪽으로 가면 카자흐스탄이 나온다. 국경이 없던 시절 몽골족과 알타이족, 터키족들은 양떼들을 몰고 산맥을 넘나들며 서로 맞담배를 피웠으리라. 알타이산맥 나지막한 언덕 아래 사슴목장을 찾았다. 해가 뉘엿거리기 시작하자 스무 마리의 사슴들이 무리를 지어 일사분란하게 언덕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말을 탄 기병대처럼 대열과 발을 맞춰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물을 마시러 계곡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했다. 스무 마리 중에는 리더가 있고 리더의 통솔에 따라 움직였다. 사람이나 사슴이나 무리를 짓는 데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목장에서 관광객들이 사슴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경험이 없는 나는 마른 빵만 뜯어야 했다. 러시아인은 사슴을 식용으로 먹고 뿔은 버린다. 러시아인은 열이 많아 보약을 먹지 않는다. 언젠가 출장자가 홍삼을 선물하자 러시아인이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멀쩡한 사람에게 건강보조식품을 선물하는 것은 결례였다. 보드카로 얼얼해진 몸을 녹이려고 사우나를 찾았다. 사슴의 뿔을 끓여 만든 약탕이었다. 흰 가운을 입은 나제즈다가 들어와 심장에 청진기를 가져다 댔다. 이어 나무통 속으로 옷을 벗고 들어가라고 했다. 주어진 시간은 이십 분, 물 밖으로 고개만 내민 채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순박한 알타이 처녀가 다시 들어와 나르말리나(괜찮냐)라고 물었다. 나는 하라쇼(좋다)라고 대답했다. 수면 아래 나는 알몸인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불경스럽지 않았다.“모스크바에 가본 적이 있어요?"“아뇨, 알타이에서만 살았는데요.."“가보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혼자라면 그냥 알타이에서 사슴처럼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사우나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목이 말랐다. 60루블에 알타이산 우유를 샀다. 청정지대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자아낸 우유는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우유는 내가 마시는데 몸이 보드라운 우유 속에 잠기는 듯했다. 산의 능선이 어둠 속에 완전히 잠겨 보이지 않았다. 먼 산의 사슴떼도 어디서 잠자는지 보이지 않았다. 뭇별들이 능선 위로 떠올라 어둠을 밝혔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흘러가는 데 알타이는 그 자리 그대로였다. 시간의 궤적을 찾을 수 없었다.신과 인간을 이어주던 샤먼은 어디에 있을까. 꿈과 현실을 이어주던 샤먼은 어디에 있을까. 다음날 아침 가게에 들러 샤먼을 물어도 알타이 주민들은 모른다고 했다. 아마도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사람이 들기 힘든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샤먼을 찾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냥 나무처럼 꼿꼿이 서서 사슴들이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더 보기로 했다. 가슴 속에 흔들리지 않는 풍경 하나를 만들어 놓는다면 새가 날아들고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리라.알타이흘러가는 것들 모두 사라지고구름이 살고 있는 곳흔들리는 것들 모두 떨어지고구름이 멈춰버린 곳낮게 내려온 파란 하늘 가구름의 지붕을 짓고바람의 벽을 잇대어한 열흘 머물다보면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죽어 있는 나를 부르는침묵의 소리샤먼이 머물던 자리에긴 고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