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양배추와 닭가슴살, 사과만 조금씩 먹고 7kg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자꾸 한 끼에 많은 양을 폭식하게 됩니다. 폭식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얼마 전부터는 음식물을 삼키지 않고 뱉는 ‘먹뱉’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두렵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게시된 사연이다. 외모 중심 사회에서 획일화된 미의 기준 앞에 자유로운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전 세계 여성의 단 4%만이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더욱이 얼마 전부터는 여름을 대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다가 폭식과 구토 등 일종의 식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체형이나 몸무게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나타나는 식이장애는 보통 △굶기 △폭식 △구토 △체중 감량을 위한 지나친 운동을 반복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식이장애는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식이장애를 앓는 환자 중 상당수는 오히려 이를 다이어트의 연장선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소위 ‘먹방’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프로아나’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아나’는 ‘옹호(pros)’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가 합성된 단어다. 최근 마른 몸매를 갖기 위해 거식증에 걸리고 싶어하는 10대들이 사용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식이장애와 관련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지적했다.

1.비만치료, 식이장애 여부 우선 판별해야 

비만 치료의 시작은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평범한 비만 증상은 주로 많이 먹는 것에서 비롯되지만, 단순 비만을 넘어 식이장애를 앓고 있다면 정신적인 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식이장애 환자의 경우 치료가 단순 비만 환자와 다르다”면서 “이 경우 정신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우리나라 비만 여성 5명 중 1명 폭식장애 

지난 2020년 대한비만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 환자 5명 중 1명은 폭식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식장애를 호소하는 이들 중 3분의 1이 비만 체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식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은 주로 스트레스 등 특정 상황에서 강한 식탐 성향을 보인다. 충동적으로 폭식을 한 뒤 자책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식이다. 이와 관련, 김율리 교수는 “모든 것을 불어난 체중 탓으로 돌리는 등 체중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주로 △살 빼기 전까지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 △다이어트 성공 전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 등의 발언을 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3.‘먹뱉’ 심각할 경우 ‘음식 중독’으로 이어져

식이장애 환자의 상당수는 자발적인 구토와 설사제, 이뇨제, 관장제 등의 약물 오용을 경험한다. 비정상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시킨 음식들에 대한 기억은 식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심리를 더욱 병약하게 만들기 쉽다. 때문에 오히려 이 경우 심각한 음식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음식 중독은 음식 섭취의 목적을 영향 공급이나 포만감에 두지 않는다. 오로지 먹는 행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쾌락’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음식 중독이다. 때문에 음식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4.식이장애 앓고 있다면 “약물치료 신중해야” 

단순 비만 환자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만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도 식이장애를 호소하지 않는다면 식욕억제제와 같은 비만 치료 약물을 복용하거나 고도 비만의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식이장애 환자의 경우 식욕억제제는 자칫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김 교수는 “식욕억제제를 폭식증 환자에게 쓰면 그 반동작용으로 요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증세가 식이장애에서 비롯된 경우 그 원인이 정신에 있다는 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5.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집중해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의 핵심은 인지행동 치료다. 환자가 중독된 부분을 교정하고 영양 균형을 찾는데 목적을 둔 치료인 셈이다. 이 때 환자 스스로 폭식을 유발하게 만드는 주요 스트레스의 원인과 허기 등의 상황에 대해 인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환자들에게 쉽게 나타나는 자기 비하를 멈추게 하고 폭식장애를 극복하는 행동 동기를 강화시키는 심리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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