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스턴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그래너리 공동묘지 모습이다.
◇ 미국 보스턴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그래너리 공동묘지 모습이다.

30년 전 필자가 잠시 공부하던 미 워싱턴 D.C. 조지타운대 캠퍼스 한복판에는 19세기 이 대학을 세우고 일한 예수회 신부들의 묘지가 있다. 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깔깔거리며 이 주변을 지나다닌다.

동북부 보스턴 도심 한복판에 있는 그래너리 공동묘지는 보스턴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자 공원이다. 독립전쟁 당시 영웅부터 18세기 후반 보스턴 학살 사건 희생자들도 묻혀 있다.

프랑스 파리의 페르 라셰즈(Pere Lachaise) 묘지는 파리 최초의 대규모 정원식 공동묘지이지만 그 이상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음산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고 관광명소요, 공원에 가깝다. 녹지도 많고 산책로도 잘 닦여 있어 자연과 예술이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루는 장소이다.

◇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공원이자 관광명소가 된 페르 라셰즈 묘지 모습이다.
◇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공원이자 관광명소가 된 페르 라셰즈 묘지 모습이다.

이 묘지에는 작곡가 쇼팽, 로시니, 비제, 작가로는 알퐁스 도데, 몰리에르, 오스카 와일드, 프루스트, 영화배우 이브 몽탕,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록그룹 도어스의 싱어 짐 모리슨 등 수많은 유명인사가 묻혀 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 서구에 가면 집 근처, 교회, 학교, 공원 등지에서 공동묘지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서구인들에게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그들의 종교관답게 죽음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내세와 이어져 있다.

◆ 내세보다 현세 중시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옛날부터 무덤이나 공동묘지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과거 유교 풍습으로 죽은 조상들에 대한 예(禮)는 극진히 갖추면서도 대체로 한국인들은 죽음을 ‘소멸’로 여겨왔다.

‘개똥으로 굴러도 이승이 낫다’ ‘죽은 정승이 산 개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죽음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인 인식은 매우 강하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내세(來世)보다 현세(現世)를 중시하는 의식세계 속에 살아온 탓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유달리 생에 대한 집착과 함께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때문에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하면서 엄청난 장례비를 들이고, 말기암 환자는 온갖 연명치료를 받으며 혼수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수백, 수천, 수억 원 하는 의료비와 장례비 부담은 모두 살아남은 가족들이 떠안게 된다.

◇ 죽음학자 이화여대 최준식 전 교수. *사진=최준식

이런 임종과 장례문화, 나아가 죽음관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국내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이자 종교학자인 최준식 전 이화여대 교수(한국학).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1992년에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 문화와 함께 한국의 고유 종교들을 연구해 종교학의 저변을 넓혔고, 지난 2005년 죽음학의 불모지였던 국내에 한국죽음학회를 발족하여 많은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죽음과 무의식, 초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과 같은 주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그는 죽음을 주제로 하는 책들을 참으로 많이 썼다.

최신 순으로만 살펴봐도 ▲《죽음 가이드북》(2022)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2021) ▲《임종학 강의》(2020) ▲《죽음학강의》(2020) ▲《사자와의 통신: 빌 구겐하임의 사후통신》(2018) ▲《한국 사자의 서: 영계가이드북》(2017) ▲《인간은 분명 환생한다》(2017) ▲《사후생 이야기》(2013) ▲《전생이야기》(2013) ▲《죽음학개론》(2013) ▲《임종준비》(2013) ▲《최준식의 한국종교사》(2007) ▲《죽음 또 하나의 세계》(2006) ▲《한국의 풍속 민간신앙》(2005) 등등….

본인의 전공인 한국학과 종교학 분야를 합쳐 줄잡아 150여 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계속>


최준식(崔俊植)

1956년생. 경기중·고, 서강대 사학과, 미국 템플대 대학원 석사, 同 대학원 종교학 박사 / 이화여대 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국제아시아철학종교학회장, 국제한국학회 회장, 한국죽음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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