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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에서 17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한 M씨는 천신만고 끝에 최고 영업 관리자인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처음 그의 승진 소식을 듣고 아내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태도가 이상하게 변했다.

아내는 대학 시절 친했던 남자 선배를 길에서 우연히 봤다며 그 선배 칭찬을 늘어놓는 등 다른 남자 이야기를 부쩍 자주 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선 다른 남자들의 말에 유독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M씨는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아내의 그런 행동은 M씨 회사의 여성 보험설계사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유독 심해졌다.

2018년 5월 잡지 탑클래스에 실린 칼럼 ‘이성규의 젠더 사이언스’에 등장하는 사연이다.

M씨의 아내가 그런 행동은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남편의 질투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절반 이상이 위 같은 상황에서 일부러 남편(남자친구)의 질투를 유발했다.

◆애인이 잘나갈수록 질투 유발한다

‘위 같은 상황’은 정확히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자신의 ‘성적(性的) 시장가치’가 떨어졌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성적 시장가치는 돈, 지위, 명예, 외모, 나이 등 다양한 요소로 결정된다. M씨의 아내의 경우 잘나가는 남편에 비해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성적 시장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도 자신의 성적 시장가치를 판단한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남자의 20%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질투를 자극한다고 답했다. 남녀에 상관없이 성적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쪽일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애인을 질투를 유발하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몸,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질투한다!

이렇듯 인간은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질투를 한다. 본능이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의 질투에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남성은 애인이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여성은 애인이 다른 여성에게 자꾸 호감을 표시한다거나 마음 쓰는 것을 더 싫어한다. 한마디로, 남자는 여자의 육체적 배신을 못 견디고, 여자는 남자의 정신적 배신을 못 견딘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1992년 실시한 실험의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는 남녀 대학생들에게 연인의 여러 불륜 상황을 제시한 뒤 언제 더 질투심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의 60%가 연인의 성적 불륜에 질투심을 더 느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의 83%는 연인이 감정적으로 다른 여자에게 집착할 때 질투심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 이후 그는 대학생들에게 자율신경계 흥분 상태 및 맥박수를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했다.

그리고 연인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과 감정적으로 집착하는 두 가지 상황을 각각 상상하게 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연인의 외도를 상상했을 때 자율신경계가 흥분하고 맥박수가 높아졌고, 여성들은 연인의 감정적 집착을 상상했을 때 그 수치가 높아졌다. 앞의 설문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남자는 “ 내 아이 맞나?", 여자는 “혹시 도망가는 거 아냐?"

왜 남녀의 질투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할까? 버스는 이를 원시시대부터 이어진 진화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기가 자신의 자식임을 100% 확신할 수 있지만, 남성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연인이 낳는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는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겁니다. 한편, 여성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건 육아입니다.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홀딱 빠져 도망가 버린다면 자신과 아이는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성향이 남녀 간에 다른 질투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질투는 다르지만, 남녀 불문하고 질투에 관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과한 질투는 자신과 연인 모두에게 해롭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적당히 애교스러운 질투는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지만, 심한 질투로 감정이 과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코르티솔이 지나치게 분비 돼 만성피로와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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