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는 스산한 겨울 풍경을 담고 굽이굽이 휘어지는 산길을 달렸다. 차창으로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강이 보였고 서걱대는 마른 갈대가 지나가기도 했다.장과 내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주변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마을 입구의 작은 가게의 알전구만이 주변의 어둠을 조금씩 녹이고 있었다.장과 나는 가게에 들어가 양초를 사서 헌 신문지로 똘똘 말았다. 거기에 불을 붙이면 산길을 밝힐 간이횃불이 됐다. 우리는 산 짐승 소리가 멀리 들리는 눈 덮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장과 나는 장학재단에서 일 년간 고시공부를
"서울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동부 시장에는 채소가, 그리고 칠패(七牌) 시장에서는 생선이 가장 많이 팔린다."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1749∼1807)이 당시 문물제도와 세시에 관해 기록한 '경도잡지'(京都雜志)에서는 시장을 설명하며 이같이 전한다.칠패 시장은 서소문과 남대문 사이에 번성한 시장이다.국문학자인 진경환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는 "칠패 시장에서는 서울의 관문인 경강 지역과 가까웠기 때문에 서해에서 들어오는 각종 어물과 미곡 등이 판매됐다"고 설명한다.그는 신간 '세시풍속도감'(민속원)에서 조선 말 종각 주변의 시전(市廛
코로나 사태일 때였다. 길거리 약국으로 들어가 활명수 한 병을 샀다. 마스크를 벗고 그 약을 마시려는 순간 젊은 남자 약사가 소리쳤다.“나가요”그는 마스크를 벗은 노인인 나를 병균 덩어리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인을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허리가 아파서 시골의 의원으로 갔다. 의사는 한마디도 없이 진통제만 처방해 주었다.“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어떨까요?”내가 물었다.“그냥 가세요”나의 말에 의사는 귀찮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노인 혐오를 보았다. 대학 동창인 변호사와 둘이서 북한강가의 맛집인 팥죽 가게로 간 적
경기 파주시는 설 연휴 기간인 오는 9∼12일 주요 관광지와 시설을 대부분 정상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임진각 관광지 내 평화 곤돌라와 디엠지(DMZ) 생생누리, 독개다리 등이 연휴 기간 모두 운영된다.특히 평화 곤돌라는 80세 이상 무료 탑승(9∼12일)과 전통 민속놀이 무료 체험 마당(10∼11일), 겨울방학 소인(초등학생 이하) 50% 할인(29일까지) 등 행사를 진행한다.6·25전쟁 납북자기념관은 설 당일인 10일 개관한다.황희·이이 선생 유적지와 파주 장릉·삼릉은 모두 정상 운영하며, 연휴 기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파주
중부권 대표 겨울축제인 '제7회 겨울공주 군밤축제'가 오는 26∼28일 충남 공주시 금강신관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공주시에 따르면 '공주 알밤과 떠나는 달콤한 여행'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지역 대표 농특산물인 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긴 알밤뜰망 120개를 이용해 직접 밤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지름 2m의 대형화로 8개가 설치 운영된다.알밤은 물론 고기와 소시지 등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그릴이 8개 설치되고, 알밤 샌드위치 만들기 등 알밤을 활용해 간식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된다.연날리기, 제기차기,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쓴 『Ancient Future』(1992)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오래된 미래』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제목의 의미는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따스한 미소, 깊은 인정,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 등…호지 여사는 런던대학교 동양언어학과의 학위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1975년 라다크를 처음 방문했다. 1975년은 인도가 라다크의 문호를 외부세계에 처음 개방한 해였다. 호지 여사는 이후 이곳에서 10여년을 살게 되었고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 『오래된 미래』이다.그
도로공사로 인해 차가 자주 서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갈 광경도 보게 되었다. 산중턱 계곡에 걸려있는 만년설이 만들어낸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빙하다. 마침 차가 선 곳이 그 곳이었다.도로가 빙하의 허리를 자르고 지나갔으므로 빙하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우리가 본 빙하의 단면은 커다란 흰색 바탕에 검정 물감으로 벌집무늬를 모자이크처럼 그려 넣은 멋진 예술품 같았다.빙하는 곡(谷)빙하와 대륙(大陸) 빙하로 나뉜다고 한다. 우리가 만난 산 속 계곡의 빙하는 바로 곡빙하다. 계곡빙하라고 하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속의 오지 라다크(Ladakh). 라다크로 가는 길은 매우 험하다. 해발 3천, 4천, 혹은 5천 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어야 중심 도시 레(Leh)에 닿을 수 있다. 레의 평균 높이는 해발 3천5백 미터.레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델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레까지 가거나 아니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멀고 험하지만 육로를 이용하는 것이다.비행기로 레까지 갈 경우 1시간 반 정도 밖에 안 걸리므로 시간은 크게 단축되지만 히말라야 산맥의 아름다운 경관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여행길에 나선 사람들은 힘이 들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올바른 지식을 방해하는 네 개의 우상을 제시했습니다.동굴 안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편협한 선입견에 빠져있는 '동굴의 우상', 장터에 떠도는 헛소문처럼 잘못된 언어에서 오는 편견으로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는 '시장의 우상', 세상만사를 인간 중심으로 판단하면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종족의 우상', 무대 위의 가짜 현실에 넋이 나간 관객처럼 그릇된 권위에 맹종하는 '극장의 우상'이 그것입니다.개인의 삶이나 사회의 공동생활에서 올바른 지식과 판단을 그르치는 모든 편견이 베이컨의 네 가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루손섬 아래쪽에 있으며 사가다와 바나우에는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버스로 10시간 이상 가야하는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다.사가다는 굴 속으로 계곡처럼 물이 흐르는 동굴로 유명하며, 바나우에에는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불리는, 역사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라이스 테라스(Rice Terrace, 계단식 논 또는 다랑이 논)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필리핀의 가장 큰 화폐인 1천 페소짜리 지폐에도 라이스 테라스가 나와 있다.나는 당시(2009년) 필리핀의 앙할레스(클락)에 잠시 체류 중이었다. 그
이번 주말 충남 서해안을 찾으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맛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1일 서산·보령시와 홍성군 등에 따르면 오는 3∼12일 고북면 복남골길 일원에서 제24회 서산국화축제가 열린다.약 4만5천㎡의 축제장에는 관광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다양한 정원과 조형물, 구기자·조롱박 터널, 포토존 등이 꾸며진다.특히 6∼7일에는 황토에서 자란 고북 알타리로 김치를 담가보는 체험행사가 진행된다.엄교순 서산국화축제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이 1년간 땀과 수고로 이번 국화정원을 가꿨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4일 보령 성주산에서는 제2
2007년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 당시 전국에서 모인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길을 걸으며 각종 공연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된다.태안군은 오는 29일 이원면 내리 솔향기길 1코스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일원에서 제9회 솔향기길 축제를 연다고 23일 밝혔다.오전 9시 식전 공연에 이어 10시부터 개막식과 출정식이 진행된 뒤 2시간에 걸쳐 솔향기길 트레킹과 황금 솔방울 찾기 등이 펼쳐진다. 오전 11시부터 인근 해변에서는 독살 체험도 마련된다.오후에는 초청가수 공연과 참가자 노래자랑이 펼
경기 파주시는 책과 지식의 축제 '파주 북소리 축제'가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파주출판도시 일원에서 개최된다고 20일 밝혔다.올해로 12회를 맞는 축제는 '신선한 책'을 주제로 영화, 음악, 공간, 커피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8∼29일 출판도시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요 행사가 열린다.개막식은 '북 시티 국제 그림책 신인상 시상식'과 재즈그룹 '론브랜튼'의 축하공연으로 이뤄진다.저녁에는 MBC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가을 특집 공개 방송 '
전북 전주시는 한옥마을에서 전통문화를 즐기는 '2023 한옥마을 문화시설 특화축제'를 오는 27∼29일에 연다고 18일 밝혔다.먼저 한옥마을 전통술박물관에서는 누룩을 만들어 가양주를 빚어보고, 술 한잔을 마시며 시조를 읊어볼 수 있다.'세계는 지금 K-전통주에 빠지고 있다'와 '한국의 전통 누룩'을 주제로 한 전문가 강연도 진행된다.부채문화관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 선자장이 부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뒤 직접 만들어보는 기회도 가진다.판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국악 공연도 펼쳐진다.완판본문화관은 완판본 전시회, 판각 및 목판 인쇄 시연회
강원 고성군은 '안녕 명태야, 안녕 바다야'라는 주제로 제23회 고성통일명태축제를 오는 26∼29일 거진해변 일원에서 개최한다.국내 대표 명태 황금어장이었던 고성군을 알리고자 1999년 시작한 명태축제는 지역 이미지 향상과 경기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이번 축제는 안전 기원제와 거리·해상 퍼레이드를 보강해 올여름 수해복구에 성원을 보낸 모든 이에게 보답하는 행사로 구성했다.총 8개 분야, 32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며 첫날인 26일에는 풍어·안전 기원제, 거리 퍼레이드,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개막식과 다양한 축하공연, 불꽃놀이로 가
가을의 경기도는 축제의 장이다.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한 안성 바우덕이 축제 등 경기지역 10개 축제를 찾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조선의 아이돌…안성 '바우덕이 축제'(6~9일·안성맞춤랜드)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예술 문화축제다.조선 최초의 여성 꼭두쇠인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로, 2006년 유네스코 공식자문협력기구인 CIOFF(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의 공식축제로 지정됐다.주 축제 장소인 안성맞춤랜드에서는 남사당 바우덕이 주제 공연, 퓨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가산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 허생원이 조 선달, 동이와 함께 대화장으로 넘어가던 달밤의 고갯길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현대 단편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이 소설의 실제 무대인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은 지금 메밀꽃만큼이나 숨이 막힐 정도로 축제가 한창이다.1936년 소설 발표 이후 62년 뒤인 1999년부터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사연이 있는 물레방앗간과 메밀꽃밭, 흥정천을 무대로 효석문화제가 해마다 열린다.문화체
빠인부르크에서 마지막 경유지인 꿍나이스로 출발한 시간은 7월 26일 오전 9시. 꿍나이스로 가는 길 역시 나라티에서 빠인부르크 가는 길처럼 7-8부 능선의 산중턱 길을 한참 지나야 했다.도로를 비교적 잘 닦아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잠시잠시 차를 세우고 말과 양과 유목민들의 모습과 멀리 설산을 카메라에 담았다. 점심은 전날처럼 도로 옆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해결했다.점심을 먹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앞에 가던 차들이 모두 서 있었다. 가이드가 차에서 내려갔다 오더니 교통사고가 나 어린이가 한명 사망했다고 한다
2023평창효석문화제가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봉평면 이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밭'이다.부제이자 슬로건 역시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소설 속 허 생원의 대사에서 따온 '동행하려나 동이∼'로 정했다.축제가 열리는 효석문화공원 인근 50만8천759㎡의 메밀밭에 메밀꽃이 만개해 성공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만발한 메밀꽃은 축제의 백미로서 관람객에게 가을 낭만을 선사한다.축제장은 장터존,
발은 개고생하고 눈은 개호강 하는 운동이 트레일러닝이다. 좋은 길을 보면 걷고 달리고 싶고, 달리다 보면 더 멀리 더 빠르게 뛰고 싶다.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는 산사람들처럼 러너들도 산을 보면 오르고 싶어진다. 등산과 다른 점은 몸을 좀 가볍게, 속도를 좀 높여 간다는 점이다. 달리기는 아마추어들에겐 특별한 운동신경 필요 없이 그냥 성실하게 ‘하면 되는’ 정직한 운동이다. 반면 트레일러닝, 특히 ‘둘레길’이 아닌 높은 산을 오르는 산악마라톤은 타고난 균형감각과 운동신경, 순발력이 필요하다.그런 조건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