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생각없이 식재료를 씻고 자르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거기서부터 영양소 손실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남들과 똑같이 직접 요리를 해 먹어도 건강을 쉽게 망칠 수 있다. 어떤 재료는 씻고 자르는 것만으로 영양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도쿄 지케이카이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영양부 과장 하마 히로노부는 현지 최초로 ‘식재료별 가장 효율적인 영양소 조리법’을 개발했다. 그는 병원식 조리법의 선구자로 영양 손실 없이 조리하는 요령을 책<그 조리법, 아직도 영양소의 90%를 버리고 있어요>에 담아 현지 누적 판매 부수 41만 부라는 실적을 쌓았다.

우리가 식탁에서 자주 보는 식재료들의 숨은 영양소들을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손질법들을 알아보고 실생활에서 직접 활용해보자. 

(1) 토마토 과육을 보호하자

토마토를 자를 때 가운데 씨를 포함한 젤리 같은 과육을 잘라 흘러버리는 경우가 있다. 요리가 묽어지지 않길 원하는 경우 과육을 아예 없애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면 감칠맛과 영양소 둘 다 손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토마토를 자를 때는 우선 뒤집어 흰색 선을 확인한 후 그 선을 피해서 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마토의 과육 부분에는 전체의 80%나 되는 아미노산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거하면 감칠맛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여기에는 피로 회복을 돕고 장기의 에너지가 되는 중요한 성분(아스파라긴산, 글루타민산)이 들어 있어 최대한 같이 섭취하는 좋다. 

(2) 고구마는 스펀지로 닦자

고구마를 조리하기 전 깨끗하게 씻는다고 수세미로 문질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면 먹기 전부터 고구마의 미네랄을 버리는 셈이다. 또한 철분이나 마그네슘도 30~50%정도가 빠져나가고 껍질에 유독 풍부한 칼슘도 90%정도는 흘러나올 수 있다. 고구마를 씻을 때는 수세미 대신 스펀지로 씻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은 마트에서 산 고구마라면 스펀지나 손으로 살살 씻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또 장내 환경을 정돈하는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열을 가할수록 증가하는데, 특히 찌는 경우에는 생고구마보다 30%나 늘어난다. 찐 고구마를 매일 한개만 먹어도 일일 권장 식이섬유 섭취량의 거의 절반을 먹을 수 있으니 제철에 올바르게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3) 연근은 껍질&마디까지 먹자

연근은 보통 껍질을 벗기거나 마디와 마디의 이음매 부분을 잘라내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좋은 영양소도 같이 제거된다. 

연근 속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타닌'은 소염작용을 해 위염이나 목의 통증에 효과적이며, 혈관의 노화를 방지하는 등 항산화 작용도 뛰어나다. 이런 성분은 연근의 몸통보다 마디에 5배, 껍질에 2배가 더 들어있다고 한다. 

또한 몇번째 마디인지에 따라서도 항산화 작용이 달라지는데, 첫번째 마디보다 세번째 마디 같은 아래쪽이 더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쪽의 식감이 덜 부드러워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영양가는 높아 씹는 맛을 살려 조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나 주의할 점은, 연근을 15분 이상 익히면 항산화력이 절반으로 감소하니 시간 조절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4) 우엉은 껍질과 뿌리가 포인트

우엉을 얇고 어슷하게 자르면 안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없다. 이렇게 어슷썰기한 우엉을 데치면 폴리페놀의 주성분인 클로겐산이 겨우 8%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껍질째 둥글게 자르면 최대 72%나 남는다. 자르는 방법만 다르게 했을 뿐인데 영양소는 무려 9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엉의 항산화 성분을 제대로 섭취하는 팁은 껍질이나 끝부분, 뿌리 끝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우엉의 철분은 끝부분의 껍질에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뿌리의 껍질, 그리고 마지막이 가운데 부분의 껍질 순이다. 

가운데 부분의 껍질은 안에 하얀부분 보다도 6배 이상 함유량이 많고, 끝부분은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우엉의 위아래 껍질을 벗겨낸다면 영양학적으로는 큰 손해다.

(5) 당근은 미리 잘라두자

당근 같은 뿌리 채소는 잘라서 두면 절단 스트레스로 단면에서 비타민C가 증가한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당근을 잘라 섭씨 25도에서 2일 동안 두었더니 비타민C가 최대 2배까지 많아졌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자른 당근을 냉장고에 보관해도 비타민C가 늘어났다. 따라서 당근은 자른 후 1~2일간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또한 보관할 때 둥글게 자르는 게 훨씬 좋다. 세로로 자를 때는 열화를 촉진하는 이산화탄소가 5배 이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둥글게 잘라도 얇게 자르지 말고 3cm정도의 두께로 자르는 것이 더 오래간다. 한참 있다 먹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열화가 늦어지도록 최대한 두떱고 둥글게 자르는 것을 기억해두자.

(6) 샐러리는 먹기 직전에 자르자

샐러리에는 비타민 외에 폴리페놀도 많은데 자르면 자를수록 늘어난다고 한다. 자르면 폴리페놀의 양은 30%정도 증가하고 항산화작용도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비타민C는 자르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되기 때문에 줄기와 잎 모두 먹기 직전에 잘라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샐러리는 잎부터 영양분이 빠져 나가니 구입하면 먼저 잎과 줄기를 나눈 뒤 잎부터 먼저 사용하는 것이 좋다. 줄기가 흐느적거린다면 차가운 물에 담아 뿌리 끝을 담궈보자. 식감도 아삭해지고 생기가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자를 때 세로로 자르지 말고 가로로 자르는 것도 잊지 말자. 스틱 형태로 길게 썰면 질긴 섬유질을 이로 끊어야 해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로 어슷하게 썰면 심지를 제거할 필요도 없고 식이섬유도 손실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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