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 [장천하 어천하(藏天下 於天下)]란 말이 나옵니다. 글자로는 [만일 천하를 천하에 감춘다면 누구도 가져갈 수가 없다. 이것이 영원한 현재(진리)의 실상이다]란 뜻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살을 붙여본다면 아래와 같게 됩니다. [만일 (실상)천하를 (현상)천하에 감춘다면 누구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것이 영원한 현재(진리)가 존재하는 특이한 방식이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들은 현상천하만을 볼 뿐 그 이면에 숨어있는 실상 천하를 보지 못합니다.
이런 말을 하신 것으로 보아 장자는 분명히 성품 법신을 깨친 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장자는 어떤 뜻으로 썼는지 한번 알아봅시다. 그래야 이 말이 가르키는 진리(성품)가 있는 곳을 우리도 볼 수 있을테니까요.
일단 천하가 있다고 인식되려면 무엇이 더 먼저 있어야 합니까? 그것은 천하를 보고 인식하는 의식이지요. 의식이 없다면 천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의식은 생명 상이며 생명자리에서 날마다 출입합니다. 그러므로 실상이란 곧 생명의식이며 그렇게 본다면 위말씀은 다음과 같이 해석됩니다.
[보는 법신(생명)자리가 보이는 현상(천하)에 감춰져 있다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것이 법신자리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없는 특이하고 비밀스러운 존재방식이다]라고 말입니다. 이제 생명이 있는 자리에 좀 감이 오십니까?
즉 모든 보이는 것들이 한결같이 침묵 속에서 가리키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지금 이렇게 만물을 보고 인식하는 진리의 성품 자리가 여기 있다는 겁니다. 그 [여기]란 바로 나란 현상이며 천하 만물을 보는 이 [살아있음]자체입니다. 이 [살아있음]의 자리가 있기에 눈이 보는 게 아닌 눈을 통해 보는 거지요.
어디 눈 하나 뿐이겠습니까? 이 [허공]같은 살아있음의 섭리가 귀를 통해서는 소리를 듣고 피부를 통해서는 촉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늙지도 않고 늘거나 줄지도 않은 채 늘 여여하게 나로서 있습니다.
진리가 이렇게 나로서 화현하여 눈을 통해 천하를 보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생각 속에서 진리를 이건가 저건가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이 글을 보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면 맛있다 하면서 생생하게 깨어서 [살아있음] 그 자체로 있건만 참나인 진리(생명)를 몰라 보니 이노릇을 어찌하겠습니까?
서울대학교 미대를 다니다가 진리를 얻기 위해 출가했으나 세상으로 돌아와 전문 직업을 구해 변리사가 되었다. 지금은 직원 백 명이 넘는 <한양특허법인>의 대표 변리사로 수십 명의 변리사, 변호사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관련기사
- (304) 진리인 생명은?
- (303) 불이법(不二法)이 가리키는 것
- (302) 열반(涅槃)이란 무엇인가?
- (301)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 (300) 의식이 깨어있으려면
- (299) 나는 인간이 아니다
- (298) 원효의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
- (297) 내 삶의 자원봉사자가 되라
- (296) '어떻게?'부터 내려놓아라
- (295) 생명과 의식
- (306) 빨리 깨어나려면
- (307) 분별심의 중독에서 벗어나면
- (308) 중생이 가진 '관념연속성'
- (309) 생명의 3가지 특성
- (310) 내 행불행이 내 감옥이다
- (311) 선악의 판단을 넘어설 때
- (312) 즉각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 (313) 이미ㆍ절로ㆍ생각없이
- (314) 모든 것의 실상(實相)
- (315) 평등지와 분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