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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 내게 우울증이 찾아 왔었다. 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하려다 여의치 않아 접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퇴직한 사람들 대부분 그러하듯 허탈, 낙담, 무기력한 감정이 자주 들었다. 그런데 가장 큰 것은 희망이 사라졌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나이 육십을 앞두고 뭐를…. 이대로 늙어가는 거구나

 

 

부정적 반추(negative rumination)가 시작되었다. 자책, 미움, 죄책감이 슬슬 내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번 부정적 생각이 자리 잡으면 아예 마음 속에 ‘전세’를 내고 산다. 어느새 주인과 객이 바뀌어 그네들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옛날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내가 속이 썩어 죽어…

 

 

바로 내가 그랬다. 마음 속 암덩어리가 자라나기 시작했고 이게 가끔씩 발작을 일으키면 몸이 기진맥진이 된다.

 

 

잠을 잘 못자는 날이 계속 되고, 어쩌다 선잠을 들면 악몽이 나를 깨운다. 고양이에 쫓기는 쥐처럼 숨을 할딱할딱, 제대로 잘 못쉬었다.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하얗게 밤을 지새는 날이 계속 됐다. 성경, 불경, 기도, 위스키… 잠을 자기 위해 별별짓 다 해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심신의 판단이 흐리고 헝클어졌고 건강이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그러다 한밤 중 자다 겪은 (내 인생 딱 한번의) 공황발작.

 

 

병원을 가보니 정신과로 가보라고 한다. 충격과 수치심과 두려움. 변두리 병원을 찾아갔으나 의사의 사무적이고 심드렁한 말투에 실망했다. 혹시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불이익을 볼까 해서 보험처리를 안하고 일반 진료비로 계산했다.

 

 

그날 수면제를 먹었더니 잠을 푹 잤다. 나는 일방적으로 약을 끊고 병원을 가지 않았다. 증세는 바로 도졌다.

 

 

일상적 행위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 조금씩 자살 충동이 일기 시작했다. 큰일 나겠다 싶어 지인 소개로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천만다행으로 새로 간 병원 의사는 내게 믿음과 희망을 주었다.

 

 

"당연히 고칠 수 있죠. 약 드시고 제가 권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스스로 하십시오. 꼭 낫는다는 희망과 스스로 고치겠다는 결심을 하면 우울증은 도망갑니다. "

 

 

그는 내게 약을 처방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좀 쉬고 자신을 즐겁게 해주세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나름 열심히, 잘 살아온 내가 평생 약 기운을 빌어 살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이후 24시간 특별관리체계에 돌입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낮에는 의식적으로 좋은 생각을 하는 등 긍정훈련을 했다. 저녁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 쉬면서 단전호흡을 했고 자기 전에는 의도적으로 기분 좋았던 기억이나 생각을 떠올려 뇌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자기 전 5분의 즐거운 마음이 기분좋은 잠자리로 이어진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진정제, 항우울제, 수면제 등으로 이어진 약물은 조금씩 줄여나가다가 복용 3개월 후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을 끊고 병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된 것은 정상인으로서 최소한의 건강을 되찾을 것일 뿐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인생 후반기에 정말 잘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구의 힘도 아닌 내 스스로 마음의 근원적 치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처받은 과거, 왜곡된 생각과 습관을 고치고 관리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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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8년이 지났다. 내 나이 육십 중반에 도달했지만 육체적 건강은 8년 전에 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다 빠져가던 머리털도 다시 났다.

 

 

생의 의욕도 되살아나 열심히 일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더욱 좋아지고 무엇보다 내가 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대처하는 성숙함을 조금씩 더 가지게 됐다.

 

 

몸의 건강을 한번 잃어버린 사람이 이후 더 조심하고 빨리 감지하고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듯이 나는 마음의 감기, 몸살이 오면 미리 감지하고 예방하고, 설령 좀 힘들더라도 침착하게 견뎌 극복하게 됐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속을 노련히 항해하는 뱃사람처럼 말이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마음이 매우 힘든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불면증, 불안, 공황장애,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황하지 말라. 누구나 찾아오는 경험이다. 통과의례다.

 

 

앞으로 경제적·사회적·가정적·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이것을 잘 극복해야 한다. 역경 뒤에 낙(樂)이 찾아온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야 한다.

 

 

지금 마음이 힘들면 병원에 가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병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극복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노력하면 반드시 그만큼 결과가 찾아온다.

 

 

※ 함영준 대표의 우울증 관련 유튜브 강의 목록

 

■ 유튜브 영상: 나의 우울증 극복기 (클릭해 보세요)

■ 우울증 극복 3요소: 햇볕, 자연, 운동

■ 우울증으로 힘들 때 '슬기로운 직장생활'

■ 처칠의 우울증

■ 링컨의 우울증

■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BTN 다락방5회 영상)

■ 우울증은 축복이었다(BTN 6회 영상)

■ 일상속 스트레스 관리법(BTN 7회 영상)

■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습관(BTN 8회영상)

■ 우울증이 위대함을 이끌다(불교방송 BBS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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