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있는 한, 우리의 배움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 셔터스톡  
우리가 살아있는 한, 우리의 배움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 셔터스톡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그 놀이의 규칙이다.

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할 것이다.

수업 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에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므로.

 

'이곳' 보다 더 나은 ' 그곳'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필요한 해답은 모두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시를 읽는 일은 내게 말을 들려주는 일입니다. 시를 소리내어 읽으면 나와의 그 소통은 더욱 강렬해집니다. 소통이 잘 된다고 해야 하나요. 소리 내어 읽기 위해 나의 뇌는 내 입을 움직일 준비를 합니다. 그러면 신경망이 활성화하지요.

내가 소리를 내어 읽으며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상대도 듣지만 나도 듣습니다. 읽으면서 듣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신경망이 활성화해 묵독보다 더 소통이 잘 됩니다. 즉 단어의 의미를 깊이 파악할 수 있게 되지요. 이렇게 하면 시가 말하는 바를 제대로 혹은 더욱 깊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를 필사합니다. 필사란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이지요. 역시 뇌의 신경망이 활성화한다는 같은 논리로 더 깊이 읽게 됩니다. 이렇게 읽으면서 나는 시인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공감한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나 뿐 아니라 시인도 이런 느낌을, 감정을, 생각을 했구나 하고 다른 사람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그 시인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 가 닿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인이 그것을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 시를 통해 나를 돌아보기 때문에 내 삶을 통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지금껏 고민하던 문제, 풀리지 않던 의문이 풀릴 수도 있습니다. 

혹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은밀한 분노를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슬픔이 가라앉을 수도 있지요. 살아갈 용기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지요. 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번에 감기를 호되게 앓으면서 배웠습니다. 감기는, 이 병은 육체에 관한 것, 낫고 싶다는 열망에 흔들리게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에 빠지게 합니다. 불안해지면 마음이 조급해지지요. 그 불안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갔더니 혹시 이 병으로 인해 죽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감기인데도 몇주가 지나도 낫지 않으니 슬금슬금 두려움이 고개를 쳐들었던 것이지요. 물론 터무니없음을 알고는 있어도 본능에서 비롯한 두려움은 쉽게 떨칠 수 없는 법입니다. 

생은 분명 육체가 있어야 합니다. 그 육체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태어나 자라고 성숙하고 그리고 늙어가는 그 주기가 엄연히 있지요. 육체가 겪는 일에는 어떤 왕도가 없습니다. 물론 일상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겠지요. 그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니까요. 

그러지요. 삶에서 배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한. 어쩌면 죽은 이후까지도. 어떤 경우나 우리는 배울 것이고 그 배움을 인지하는 한 살아낼 테지요. 

 

글 | 이강선 교수

성균관대를 나왔다.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를 했고 토니 모리슨 연구로 영문학 박사를 받았다. 호남대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10여년 전 3기, 암을 진단 받았고 몸과 마음의 관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문학과 명상, 치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수행을 지속하고 있다. 병 기록을 담은 책 『몸이 아프다고 삶도 아픈 건 아니야 2012)를 펴냈고 십여 권의 영한 및 한영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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