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결핵으로 인한 발생률(A)과 사망률(B)      /질병간리청 논문 발췌, 연합
전세계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결핵으로 인한 발생률(A)과 사망률(B)      /질병간리청 논문 발췌, 연합

결핵은 옛날에나 유행했던 병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아직도 건강을 강하게 위협하는 질병 중 하나다. 한 해 1천60만명의 감염 환자를 발생시키고, 13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결핵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최근 우리나라가 '결핵 후진국'에 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보고서(2022년 국제 결핵 발생 현황 고찰)에 의하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39명이었다. 이는 219개국 중 공동 107위를 뜻한다.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8명으로 북한을 제외한 218개국 중 107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으로 비교 대상을 좁혀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각각 2위, 4위로 높은 수치였다.

가장 큰 문제는 결핵 발생률보다 결핵 사망률이다. 사망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WHO가 2025년을 목표로 제시한 '2015년 대비 발생률 50% 감소, 사망률 75% 감소'라는 수치를 비교해보면 국내 결핵 발생률은 2022년에 50.6%가 줄어들어 목표를 달성한 것에 비해 결핵 사망률은 25.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질병청은 이 추세대로라면 WHO의 사망률 감소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핵의 주된 감염 경로와 증상, 위험성, 예방·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 감염자 10명 중 9명 '잠복결핵'…조기 치료가 중요

결핵은 폐 등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결핵균은 주로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배출돼 떠돌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기에 전염된다.

먼저 흉부 X선 검사에서 결핵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면 가래를 이용해 현미경 검사와 균 배양 검사, 유전자 검사로 결핵을 진단한다.

결핵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제를 '규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복용하는 것이다.

반면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결핵환자라고는 할 수 없다. 90%의 감염자는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잠복결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잠복결핵은 평소에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다. 잠복결핵 감염자에서 환자가 되는 비율은 약 10% 정도다.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의사들은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잠복결핵을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주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 명의 결핵 환자가 10명을 접촉하면 3명 정도가 잠복결핵 상태가 된다"며 "나이가 많거나 특정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논문 발췌, 연합
 질병관리청 논문 발췌, 연합

◇ 결핵 치료하더라도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 3.3배 높아져

결핵은 결핵균이 침범한 장기에 따라서도 증상이 구별된다. 신장 결핵이면 혈뇨와 배뇨 곤란, 빈뇨 등의 방광염 증상이 나타나고,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결핵성 뇌막염일 경우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폐결핵의 경우 기침과 객담 등의 증상이 흔하지만, 무증상도 많은 편이다.

결핵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결핵성 수막염과 급성 속립성(혹은 좁쌀) 결핵이다. 결핵성 수막염은 소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두통, 구토, 발열, 의식 혼탁, 경련, 혼수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속립성 결핵은 다량의 결핵균이 혈액 속에 퍼졌을 때 일어난다.

결핵 초기에는 기침 이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방치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단순 감기가 아니라 결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핵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결핵이 치료되더라도 생존자의 미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양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한림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국내 50세 이상 결핵 환자 5만182명과 같은 수의 건강한 대조군을 평균 3.5년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결핵 환자에게서 1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관성 치매는 결핵과 연관성이 더 큰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결핵 환자의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이 대조군에 견줘 48%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결핵에 걸린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결핵에서 비롯된 전신 염증이 알츠하이머 발생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뇌혈관질환 발생에 관여한다고 추정했다.

2011∼2023년 결핵 전체환자 발생 추이.   2011∼2023년 결핵 전체환자 발생 추이. 2024.03.22.    /질병관리청 제공, 연합
2011∼2023년 결핵 전체환자 발생 추이.   2011∼2023년 결핵 전체환자 발생 추이. 2024.03.22.    /질병관리청 제공, 연합

◇ "증상 나타나면 마스크 착용하고 손 잘 씻어야"

결핵은 평소 손 씻기만 잘해도 발생률과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조선대 의대 연구팀이 201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손 씻기를 자주 할수록 결핵 예방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결핵 발생률, 결핵 사망률과 손 씻기와의 상관계수를 분석했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라는 건 손을 씻을수록 발생률과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우선 결핵 발생률과 식사 전 손 씻기의 상관계수는 -0.17이었다. 또 화장실 사용 후 손 씻기는 -0.58, 외출 후 손 씻기는 -0.41, 비누나 손 세정제로 손 씻기는 -0.64였다.

손 씻기와 결핵 사망률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식사 전, 화장실 사용 후, 외출 후, 비누나 손 세정제를 이용한 손 세척과 결핵 사망률의 상관계수는 각각 -0.12, -0.50, -0.41, -0.61이었다.

연구팀은 결핵이 공기로 전파되는 특징으로 볼 때 청결한 손 위생 상태가 결핵 자체를 예방했다기보다는, 손 씻기 실천이 다른 좋은 위생 습관이나 건강 행동을 길들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손 세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호흡기 위생이나 기침 예절의 준수 수준이 높고,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과도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주상 교수는 "전염력이 있는 결핵 환자와 밀접 접촉을 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 등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무료로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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