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중략) 그다음에 '할매'란 소설을 써서 노벨상도 받았으면 좋겠어요."만 81세에 세계적인 해외 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른 황석영 작가는 "받으려나 싶어 두근두근하고 이상하다"며 엷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의 문학 인생 하반기가 시작된 게 1998년이니, 이후 20여년간 활동하며 10여 차례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여느 때와는 다른 소회였다.소설 '철도원 삼대'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황 작가는 17일 서울 마포구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 시기의 자연을 느긋하게 관조하고 싶다면 이곳을 떠올려 봐도 좋을 것 같다.번잡함이 덜해 산과 강의 계절 풍경을 호젓하게 바라볼 수 있다.전남 곡성의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덜컹거리는 증기기관차에 올라 차창 밖 섬진강과 주변의 자연을 살피다 보면 뜻하지 않게 상념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곡성의 자연환경구례군 바로 옆에 위치한 곡성군은 주변 자연환경이 뛰어나 조용히 둘러보기가 좋다. 곡성팔경도 대부분 산과 강의 풍경을 담고 있다.구체적으로는 동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풍광(동악조일), 산자락에 있
조선의 9대 임금인 성종(재위 1469∼1494)은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위해 1483년 궁을 지었다.과거 수강궁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창경궁이다.조선 궁궐 가운데 유일하게 동쪽을 향하고 있는 창경궁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다시 지어진 뒤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경복궁이 중건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하지만 역사의 중심이 된 것도 잠시. 1909년 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들어서면서 위엄을 잃어갔고, 1911년에는 그 이름마저 창경원(昌慶苑)으로 바뀌었다.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관객들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음식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길래 공연을 올리는 것일까'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부터 관객은 계속 머릿속으로 공연에 함께하는 것이죠." 4∼7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푸드'에서 관객들은 무대 위에 설치된 가로 6m, 세로 6.5m 크기 식탁에 둘러앉는다. 포도주를 마시고, 메뉴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정작 음식을 먹는 일은 없다.모든 음식은 작품의 유일한 출연자이자 연출인 제프 소벨의 입으로 향한다. 소벨은 관객에게 음식이 아닌 질문을 대접한다. 음
화사한 봄날에 궁궐을 둘러보며 우리 역사·문화를 배울 수 있는 축제가 펼쳐진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27일부터 5월 5일까지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 등 5대 궁과 종묘 일대에서 '2024 봄 궁중문화축전'을 연다고 5일 밝혔다.올해 10주년을 맞은 축전은 '함께한 궁중문화 함께할 국가유산'를 주제로 다채로운 전통문화 체험과 전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축전은 봄 행사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리는 개막제로 시작을 알린다.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재위 1418∼1450)이
렌터카를 타고 나고야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내렸는데 산악지대인 기후현 다카야마시(高山市) 산마치(三町) 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일본의 중앙에 있는 기후현의 다카야마시는 해발 570m에 들어선 산악도시다. 동쪽으로는 히다산맥, 서쪽으로는 하쿠산국립공원이 펼쳐져 있는 분지로 1934년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산간 오지였다.다른 곳에 비해 외부인의 왕래가 뜸했던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옛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공기가 맑고 가장 높은 건물이 3층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고층 빌딩 하나
내달부터 한달간 경복궁을 밤에 거닐며 궁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임금님이 살던 궁에서 봄의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4월 3일부터 5월 4일까지 매주 수∼일요일에 하루 두 차례씩 '경복궁 별빛야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경복궁 별빛야행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경복궁을 밤에 만날 수 있는 행사다.참가자는 궁궐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왕과 왕비가 받았다는 수라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도시락 수라상을 맛보며 전통음악 공연을 본다. 올해 행사에서는 채식(비건) 메뉴도 즐길 수
평소 관람객의 접근이 제한되는 창덕궁 낙선재 뒤뜰을 둘러보며 봄 내음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달 22일부터 28일까지 낙선재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낙선재는 조선 헌종(재위 1834∼1849) 시기인 1847년 지은 건물이다.낙선재 건물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석복헌과 수강재가, 뒤편에는 각종 화초와 화계(花階·계단식 화단)가 있는데 이를 통칭해서 낙선재라고 부른다.헌종이 서재 겸 휴식 공간으로 쓰고자 지은 이 건물은 다른 궁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편리함도 가져다주었지만 새로운 위험성도 가져오곤 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몰카’다.유튜브 등 SNS가 유행하면서 누구나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사생활 침해를 유발하는 몰카 범죄 또한 증가했다.몰카 범죄가 가장 걱정되는 경우는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숙박을 해결해야 할 때다. 사설탐정, 초소형카메라 전문가들이 몰카 범죄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1. 불을 끄고 플래시 켜기영국의 사설 탐정 애론 본드는 몰카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빛’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카메라의 렌즈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을 활
50년 가까이 사경(寫經) 한길을 걸어온 김경호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 보유자의 작품이 미국 예일대에 소개된다.18일 학계에 따르면 예일대 도서관은 19일(현지시간)부터 '성스러운 텍스트의 필사 : 영적인 수행'(Copying Sacred Texts: A Spiritual Practice)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주요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경전을 손으로 옮겨적던 관행을 소개하는 자리다.예일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성경과 쿠란, 토라(유대교 율법서) 필사본 등 1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아 수행과 더불어 귀한 가르침을 오랜 기간
잠시 서울로 올라와 중학교 삼학년인 손녀를 레스트랑에 불러내어 용돈을 주고 음식을 기다릴 때였다. 손녀가 무릎 위에 패드를 올려놓고 뭔가 하고 있었다.화면 쪽으로 시선이 갔다. 손녀는 그 짧은 순간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나의 마음이 흐뭇해졌다. 손녀는 시간을 쪼개서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도 몰입을 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런 점이 중요한 것 같다.초등학교 시절 나는 동시상영을 하는 변두리의 삼류극장에 자주 갔다. 동네 친구의 아버지가 극장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수시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 최고의 명의를 꼽으라 한다면 많은 이들이 구암(龜巖) 허준(1539∼1615)을 이야기할 것이다.그가 조선과 중국에 유통되던 의학책과 임상의학적 체험을 통한 치료법을 엮어 편찬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그러나 우리는 허준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20여 년 전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 김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가 쓴 '허준 평전'(민음사)은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저자는 그 동안 소설과 드라마 속에 묘사된 허준은 역사적 사실
옛것이 주는 포근함과 정겨움이 있다.돌담 사이로 난 올레 끝에 마주하는 초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처럼 따스한 가장 제주다운 것 중 하나다.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과 흙, 나무, 풀을 이용해 지은 초가집을 보면 산천초목뿐만 아니라 사람도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에 순응해 살았음을 알 수 있다.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제주의 가옥과 마을,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새 베고 집줄 놓고 초가지붕 새단장지난 1월 16일 제주성읍민속마을.아침 일찍부터 국가민속문화재 제68호로 지정된 '객주집'에서 '
설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고궁이나 박물관을 찾아 새해를 맞이하면 어떨까.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 세종대왕 유적은 12일까지 나흘간 문을 활짝 연다.창덕궁 후원을 제외하면 모두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평소 예약해야 볼 수 있었던 종묘 역시 연휴 기간에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과 수문군이 근무를 교대하던 모습을 재현한 '수문장 교대 의식'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경복궁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다.조선시대에 새해를 맞아 세화(歲畵)를 주고받던
지난해 8월 8일,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마우이에서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산불은 섬 서부의 유서 깊은 해변 마을 라하이나를 중심으로 건물 2천200여채를 불태웠고, 최소 1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집을 잃은 이재민은 7천여명에 달하는 결과를 낳았다.마우이섬에 산불이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난 8일(현지시간) 유선희(53) 마우이 한인회장과 인터뷰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지인들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심리적 충격과 주택난 등 여러 힘든 상황에 있다고 한다. 유 회장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이고,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두 청년 소방관,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가 3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었다.이날 오후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거행된 안장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 헌화 및 분향, 하관, 허토, 묵념 순으로 최고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유족들과 남화영 소방청장,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황원채 국립대전현충원장, 배종혁 문경소방서장, 경북소방 동료들이 차례로 헌화와 분향에 나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안장식까지 함께한 정복 차림의 동료 100여명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온몸으로
김지현의 옛사랑은 국민가수 이문세(1959~)의 1991년 발매된 7집 음반 수록곡이다. 발매된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2020년대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이문세의 , , 등을 작사한 의 작사가 이영훈(1960~2008)은 자신이 쓴 곡중 가장 만족스러운 가사로 꼽기도 하였다. 이영훈은 "이 곡 이후에 쓴 내 노래의 가사들은 모두 별첨 정도일 뿐"이라고 회고하였으며 그의 장례식장에도 옛사랑의 가사가 붙었다.옛사랑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남들도 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국민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줄 대중적인 선(禪)명상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하겠다고 17일 밝혔다.진우스님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대중적 선명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원년"이라며 "국민 정신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보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선명상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기초 호흡법부터 숙련자들을 위한 심화 과정까지 단계별 과정을 운용하고 '우울할 때 마음을 챙기는 선명상', '화를 가라앉히는 선명상'
독일 정통 가곡 '리트'의 거장인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다가오는 봄날에 어울리는 사랑을 노래한다.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3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광철과 선우예권의 듀오 공연인 '시인의 사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연광철과 선우예권의 만남은 2022년 6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시리즈 '디어 슈베르트' 이후 두 번째다. 첫 만남은 공연 라인업에 연광철을 발견한 선우예권이 연광철에게 파트너를 자청하며 성사됐다. 당시 깊이 교감한 두 사람은 다음 무대를 기약했고, 2년 만에 함께하는 무대가 마련됐다.3월 공연에서
오랜 기간 조선 왕실 가족의 생활 공간으로 쓰였던 창경궁의 밤 모습을 즐길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된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창경궁을 둘러보는 야간 탐방 프로그램인 '물빛연화'를 올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창덕궁과 함께 동궐(東闕)로 불린 창경궁은 성종(재위 1469∼1494)이 1483년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모시려고 수강궁 터에 지은 궁궐이다.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이후 창덕궁과 함께 다시 지어졌으며,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경복궁이 중건되기까지는 조선 왕조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