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운하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운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다. 표트르 대제(1672~1725)때 발틱해와 접하는 네바강 하구에 계획적으로 건설되었다.

1703년부터 도시 건설을 시작해 10년 후인 1713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겼다. 볼셰비키 혁명 다음해인 1918년 모스크바가 다시 수도가 되기까지 200년 이상 제정러시아의 수도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국민시인 푸시킨과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활동한 곳이며 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출생지는 모두 모스크바다. 푸시킨과 도스토옙스키가 숨을 거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파트는 각각 문학 박물관이 되어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Q: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발하기 전에 ‘붉은 광장’과 바실리 성당 등도 둘러보겠지요?

모스크바를 상징하는 유명한 붉은 광장을 빼놓을 수 없지요. 모스크바 크렘린 성벽 앞인데 생각처럼 크지는 않습니다. 광장 끝에는 아름다운 불꽃 모양의 첨탑으로 유명한 바실리 성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광장을 사이로 크렘린 성벽 맞은 편에는 굼 백화점이 있습니다.

Q: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열차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열차는 여러 종류입니다. 우리나라 KTX같은 고속철이 있는데, 약 4시간 걸립니다. 철길로는 650km입니다. 찻길로는 710km라고 하구요. 침대열차의 경우, 밤 11시쯤 출발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아침에 도착합니다. 4인1실의 침대칸을 주로 이용합니다. 러시아 열차에서의 하룻밤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행 기차를 타는 레닌그라드역.
◇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행 기차를 타는 레닌그라드역.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간 철도는 19세기 중엽인 1851년 11월에 부설된 것입니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는 레닌그라드(*소련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름)역에서 탑니다.

레닌그라드 즉 상트페테르부르크 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는 역이기 때문에 역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출발역에 목적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러시아식입니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간 철로가 완성된 1851년은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 옴스크에서 힘겹게 유형살이를 할 때입니다.

레닌그라드역 대합실에는 철로를 완공할 때의 차르인 니콜라이 1세의 부조와 함께 철도부설 기념 동판이 붙어있습니다.

Q: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무대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닌가요?

맞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을 1865년 궁핍한 유럽여행 중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집필한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쓴 아파트인 알론킨하우스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아파트 건물 벽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쓴 집’이란 표지도 붙어있습니다.

『죄와 벌』에 등장하는 센나야 광장, 그리보예도바 운하 위의 K(코쿠시킨)다리, 라스콜리니코프의 집 등 소설 속의 현장도 모두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쓴 아파트 인근에 있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집이라는 것도 도스토옙스키가 자기 집 인근의 한 아파트를 소설 속 주인공이 하숙 들어 사는 집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만 마치 라스콜리니코프가 실제 살았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라스콜리니코프 집 모퉁이에는 외투를 입은 도스토옙스키의 부조가 붙어있는데 그 아래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있습니다.

“이곳 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운명은 도스토옙스키에게 모든 인류를 향해 선을 열정적으로 설파하는 토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이곳 사람들의 삶이 도스토옙스키에게 문학적 토양을 제공해주었다는 설명이지요.

Q: 도스토옙스키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아파트는 도스토옙스키 문학 박물관이 되어 있다지요?

본문의 내용과 다소 중복되지만 계속해 설명을 하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쿠즈네치느이 길에 있는 아파트는 『죄와 벌』의 무대가 된 센나야 광장 주변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내부를 다소 개조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옙스키 문학 박물관으로 사용중입니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오른쪽 건물) 앞 골목
◇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오른쪽 건물) 앞 골목

박물관이 들어있는 아파트 골목 입구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앉아있는 동상이 있고, 동상 맞은 편에는 도스토옙스키 가족들이 다녔던 블라지미르 성당이 있습니다. 골목길에는 신선한 야채 등을 상자 위에 놓고 파는 노점상들이 길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아파트는 멀지 않습니다. 골목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4층짜리 아이보리색 건물이 보입니다. 골목이라고는 해도 차량이 교차해 넉넉히 지날 수 있는 길입니다. 차량통행도 빈번합니다. 겉으로는 4층 건물이지만 반지하까지 포함하면 5층 건물입니다. 2백년이나 된 건물이지만, 돌로 단단하게 지어진 것이어서 아직도 매우 견고해 보입니다.

박물관은 이 건물 2층의 일부이며, 박물관 입구는 길쪽 코너에 있고, 반지하로 들어갑니다. 입구에는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아파트 2층에 살았습니다. 그는 이 아파트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의 온천휴양지 스타라야루사 별장을 오가며 그의 생의 마지막 작품인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썼습니다. 그는 이 아파트에서 2년 반 가량 살았습니다.

Q: 박물관은 그가 살던 집 그대로인가요?

생활공간 구조자체는 그대로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하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산 후 계단을 따라 도스토옙스키 가족이 살던 아파트 2층으로 올라가면 입구에 도스토옙스키가 쓰던 모자와 우산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아이들 방이 나옵니다. 딸 류보피와 아들 표도르(페쨔)가 쓰던 방이죠. 표도르가 좋아하던 말 인형도 있습니다.

◇ 아이들 방
◇ 아이들 방

이어 아내 안나의 방, 식당, 거실, 서재가 나옵니다. 도스토옙스키를 빚에서 벗어나게 한 알뜰한 두 번째 아내 안나와 남매의 사진, 안나가 쓰던 가계부, 속기 노트 등이 있고 거실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쓰던 노란색 담배곽도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작품을 쓴 서재의 책상 위에는 2개의 촛대와 원고 등이 놓여있고 서재 끝에 있는 소파 위의 벽에는 그가 좋아했던 라파엘로의 작품 ‘시스티나의 성모’가 걸려있습니다.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주요 부분만 복사한 복제품입니다.

‘시스티나의 성모’ 복제품은 툴라주 야스나야 폴랴나에 있는 톨스토이 저택에도 똑같은 것이 걸려있는데 아마 당시 문인들이 좋아했던 성화인 것 같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1881년 1월 28일 이 서재의 소파에서 폐출혈로 숨을 거뒀습니다. 서재의 시계는 그가 숨진 시간인 밤 8시 38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같이 가족이 살던 실제 생활 공간 외에 도스토옙스키의 데드 마스크, 도스토옙스키 관련 사진과 그림 등을 볼 수 있는 별도의 추가 전시실이 바로 옆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계속>

글 | 이정식 작가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지구과학과)를 졸업하였고, 홍콩대 중국어문과정을 수료했다. ROTC 14기. CBS, KBS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CBS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CBS 사장과 CBS 노컷뉴스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 예술의 전당 이사, 뉴스1 사장 및 부회장, 서울문화사 부회장을 지냈다.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안중근 의사 홍보대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언론인 대상(2009)을 수상했으며, 이정식 애창가곡 1, 2, 3, 4집 등의 음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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