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셔터 스톡
* 출처=셔터 스톡

지난달 29일,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저녁 이태원에서는 156명이 사망하고, 170여 명이 부상을 입은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수만 명의 인파가 좁고 내리막인 골목으로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발생한 압사 사고였다. 

서울 중심 거리에서 일어난 상상도 못한 참혹한 사고에 피해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큰 슬픔에 빠져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3년 만에 야외 마스크 의무가 풀려 자유롭게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온 20대들이었기에 상실감은 더 컸다. 군 입대를 앞두고, 취업을 앞두고 연인이나 친구와 추억을 쌓으려고 나왔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 내가 피해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많은 목숨을 한 번에 잃게 된 이번 참사는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온 비극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국민들의 정신 건강도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때 대부분의 피해자가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던 점, 이번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20대인 점을 보아 참사를 겪는 세대가 거의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2014년에 10대였고, 현재 20대를 지내고 있는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은 이 대형 사고들의 피해자가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지우기 힘들 수 있다. 

또한, 이태원 참사는 다수에게 익숙한 장소에서 일어났고, 사람이 몰리는 장소는 누구나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언제든 그런 위험이 나에게도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더 크게 안겨준다.

◆ 미디어 노출로도 트라우마 생겨…

심지어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만큼 목격자가 많고, 사고 현장 역시 개인 SNS 등 각종 플랫폼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민에게 공유되었다. 

이는 사고의 참혹한 현장성이 여과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사고 이후 현장 중계를 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 아프리카 TV와 주요 소셜 미디어들의 사용량이 급증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참사 직후 올라오는 끔찍한 사진이나 영상들은 정부가 본격적으로 차단하지 못했었기에 그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트라우마협회장 김선현 교수는 무서운 사건 사고 장면을 계속 찾아보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관련 콘텐츠를 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의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목격자 만큼의 트라우마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미디어 노출로 인한 트라우마’라고 한다.

경희대한방병원 김윤나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우리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행동을 거울에 비춘 것처럼 자신에게 투사해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거울 뉴런이다. 

이태원 참사 역시 계속 관련 미디어 콘텐츠에 노출되면 마치 자신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거울 뉴런 작용을 통해 무력감, 공포, 불면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고, 평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고 있던 환자들은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또한 김 교수는 저녁에는 보통 잡념이 많아지고 감성적으로 변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7시 이후로는 아예 미디어를 멀리하는 것을 추천했다. 

◆ 트라우마 자가 진단

국립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서는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가진단 척도를 공개하고 있다. 

-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 적 있다.

-  그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

- 늘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게 되었다.

- 다른 사람, 일상 활동, 또는 주변 상황에 대하여 가졌던 느낌이 없어지거나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 사건이나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위 다섯 가지 질문 중 3~5개가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심한 수준으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시급한 상태일 수 있다. 2개가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주의가 요망되는 수준이다.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정신심리 상담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를 통해 상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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