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아름다운 사람들' 방송 캡처
*출처=KBS '아름다운 사람들' 방송 캡처

현대적인 교통수단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무거운 짐을 대신 등의 지게에 이고 날라주며 돈을 받는 사람들을 ‘지게꾼’이라고 한다. 이제는 ‘지게꾼’이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정도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설악산에 마지막 남은 지게꾼 임기종 씨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잊혀져가는 지게꾼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들려줬다. 

초창기에는 설악산에 60명 정도의 지게꾼들이 있었지만, 산장 휴게소가 사라지면서 임 씨 혼자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열여섯 살부터 이 일을 시작해 45년 정도 산을 타며 짐을 나르는 일을 해왔다. 초창기에는 120kg이 넘는 냉장고를 지게에 지고 정상까지 오르기도 했었다. 이러한 힘과 기술 덕에 과거 SBS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바 있다.

*출처=KBS '아름다운 사람들' 방송 캡처
*출처=KBS '아름다운 사람들' 방송 캡처

그는 힘든 산을 어떻게 오를 수 있냐며 놀라는 출연자들에게 ‘인이 박여 견딜만하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들다. 모든 인생살이가 그렇다.’고 담담하게 자신의 삶의 태도를 전했다. 

하지만 임 씨가 산을 타고 짐을 나르며 받는 돈은 진행자인 유재석이 놀랄 정도로 적은 금액이었다. 

그는 계절에 상관 없이 거리에 따라 돈을 받으며, 흔들바위까지는 2만원, 비룡폭포까지는 6천원, 대청봉까지는 하루 종일 오르락 내리락 하여 25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의 숙련된 걸음으로는 짐을 들고도 흔들바위까지 2시간, 비룡폭포까지는 1시간 반정도 걸리고, 대청봉은 6시간 정도 걸려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는 거리에 따라 돈을 받는다고 했지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방송 이후 대중들은 그가 받는 돈이 너무 적다며 노동 착취가 아니나며 그의 편을 들어줬다. 청와대 청원에도 이 이야기가 올라갈 정도였다. 

지난 2월 1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설악산국립공원의 마지막 지게꾼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지게 짐을 나르고 6,000원을 받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게시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는 방송 이후 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사랑을 보내준 것은 고맙지만, 그에게 일을 맡겼던 사찰들이 곤란해지면서 일이 뚝 끊기게 된 것이다. 

임기종 씨는 등산 전문 매거진 ‘월간 산’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원섭섭한 감정을 전했다. 

대중들이 그의 편에 서게 된 것도 사실은 그가 곤란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멘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게꾼이라는 독특한 직업으로도 유명세가 있었지만, 봉사와 기부로도 많은 이목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짐을 나르면서 모은 1억 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했고, 2005년 강원도 봉사대상을 받았는데 그 상금 전액 역시 기부했다. 

그는 장애로 인해 보호시설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을 말하며, 아들을 생각하며 시설에 기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24년 동안 주변 아이들과 독거 노인들을 보살펴왔다.

또한, 정신지체와 언어장애를 가진 아내가 집에서만 생활하는 게 맘에 걸렸던 임 씨는 함께 여행을 다닐 것을 계획했다. 

하지만 기왕 가는 것 둘만 가는 것보다는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관광버스를 대절해 다함께 놀러다닌 것이 그의 봉사활동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는 남을 위해 일을 할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제는 일자리를 잃었지만, 방송 이후 그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등산화나 등산복을 보내주기도 한다며 고독에서 벗어난 근황을 전했다. 타인을 향했던 선한 마음이 그에게 따뜻한 온정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그는 여전히 언젠가 개척 교회를 지어 소년소녀 가장을 포함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삶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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