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대한 서시베리아
◇ 광대한 서시베리아

나는 도스토옙스키가 4년간 유형생활을 했던 시베리아 옴스크에 있는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2017년 추석날인 10월4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왕복 경로는 인천공항-노보시비르스크-옴스크-노보시비르스크-인천공항으로 하였다.

노보시비르스크까지 비행기로 가서 그곳에서 서쪽으로 6백km 가량 떨어져 있는 옴스크까지는 왕복 모두 기차를 타기로 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구간의 일부다.

이 구간에서는 러시아 국내 비행기를 타는 것이 빠르고 요금도 비싸지 않았지만, 기차를 타기로 한 것은 말로만 들었던 광활한 서시베리아의 평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옴스크로 갈 때는 밤 시간이어서 열차 밖 풍경을 보지 못했지만, 돌아올 때 본 가을 햇살 속의 서시베리아 평원은 드문드문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숲이 보일 뿐 참으로 광대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갈 때 보이는 동시베리아는 서시베리아에 비해 구릉이 많아 평지가 끝없이 펼쳐져있는 서시베리아와는 풍경이 다르다.

◇ 동시베리아 풍경
◇ 동시베리아 풍경

노보시비르스크는 인구 140만으로 시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중심도시로 불린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곳을 오가는 우리 국적기는 없고 항공편은 시베리아 항공뿐이다. 당시 일주일에 두 편이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 40분에 출발, 6시간 걸려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노보시비르스크와 서울의 시차는 두 시간이다. 당일 인천공항에서 출발이 다소 지연됐는데 원래 노보시비르스크 공항도착 시간은 현지시간 오후 2시 35분이었다. 기온은 서울보다 많이 낮았지만 날씨는 쾌청했다. 노보시비르스크 공항은 말끔히 새로 지어져 있었다.

◇ 노보시비르스크역의 시계탑
◇ 노보시비르스크역의 시계탑

나는 노보시비르스크가 처음이 아니었다. 방송사에 있을 때인 2007년과 2008년, 볼쇼이, 마린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3대 오페라 발레단의 하나인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방한 공연 교섭을 위해 두 차례 드나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므로 2017년은 10년 만의 방문이며 세 번째 방문이다.

그 사이에 공항 청사가 새 청사로 바뀌어 우중충했던 과거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로비로 나왔을 때 나는 잠시 당황했다. 마중 나오기로 했던 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분은 옴스크까지 함께 다녀오기로 한 동포 김준길 교수다.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온갖 걱정을 하며 로비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보니 김 교수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서야 안도를 하였다. 김 교수는 시내에 호텔방을 하나 잡아 놨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기차를 타자고 했다.

옴스크로 가는 열차는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밤 11시에 출발한다. 돌아오는 기차도 물론 예약을 해두었다. 호텔은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 발레극장 앞 골목에 있었다. 매우 오래된 건물이었고, 방도 아주 작았다. 그러나 잠시 쉬는데 아무러면 어떻겠냐고 생각했다. 방값은 1600루블로 그 무렵 환율로 우리 돈 약 3만 2천원이다.

오후 6시쯤 호텔 옆 건물에 붙어있는 온도 전광판을 보니 섭씨 영상 5도였다. 내가 갖고 있던 날씨 정보로 10월 초였던 그 무렵 노보시비르스크의 최고/최저 기온은 +6℃/-1℃였다.

옴스크의 최고/최저 기온은 +4℃/-4℃로 노보시비르스크보다 2~3도 가량 낮았다. 러시아는 추운 곳이어서인지 어느 도시에나 온도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자주 눈에 띈다.<계속>

글 | 이정식 작가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지구과학과)를 졸업하였고, 홍콩대 중국어문과정을 수료했다. ROTC 14기. CBS, KBS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CBS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CBS 사장과 CBS 노컷뉴스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 예술의 전당 이사, 뉴스1 사장 및 부회장, 서울문화사 부회장을 지냈다.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안중근 의사 홍보대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언론인 대상(2009)을 수상했으며, 이정식 애창가곡 1, 2, 3, 4집 등의 음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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