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마음이 시키는 일이라고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과학적인 일이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SBS <뇌사부일체>에 출연하여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마음에 변화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했다. 

사랑에 처음 빠졌을 때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아드레날린은 흥분과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뇌 호르몬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허둥대고, 제대로 생각을 정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서로 사랑해서 연애를 시작하면 아드레날린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단계로 이동하게 된다. 도파민은 욕망, 쾌락에 영향을 미치는 뇌 호르몬이다. 연애 초기의 불타는 감정 역시 도파민의 영향 때문이다. 너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강한 스킨십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도파민이 지배적인 시간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편안해진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지배적으로 발생한다. 

신뢰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뇌 호르몬의 일종이다. 이는 연애 초기처럼 불타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옆에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결혼 생활 중에 조금만 늦어도 얼른 들어오라는 배우자의 전화나 집에 들어갔을 때, 남편이나 부인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것도 옥시토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를 흔히 ‘사랑의 안정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 후 출산을 하게 되면 부부 사이의 옥시토신은 급감하게 된다. 아이에게 신경을 쏟기 때문에 서로를 향한 옥시토신이 줄어들게 되는 탓이다. 우리가 가진 옥시토신은 한정적인 양이기 때문에 배우자보다는 나를 더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애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때, 아내의 옥시토신이 남편의 옥시토신보다 훨씬 더 빨리, 더 많이 감소한다. 남편이 아내를 바라볼 때 발생하는 옥시토신은 비교적 천천히, 조금씩 감소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남편이 아내에게 섭섭한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출처=싸움의 고수
◇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출처=싸움의 고수

남편은 아내를 향한 옥시토신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어, 아이에게만 신경 쓰는 아내에게 섭섭해지는 것이다. 출연자로 나온 김동현 이종격투기 선수 역시 결혼 4년차가 넘어가며 아내에게 삐친 적도 있다고 정 교수의 말에 동감했다. 

늘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쉬는 날 만큼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한데, 아내는 한시도 쉬지 않고 아이들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엄마의 몸과 뇌는 위와 같이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므로 섭섭해하지 말라고 정 교수가 설명했다.

또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옥시토신 농도 변화를 살펴보았을 때 남편이 아내보다 훨씬 더 천천히, 조금씩 증가한다. 남자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 실감하는 것 자체가 느리기 때문이다. 

아내의 경우 임신하는 순간부터 이미 아이와의 애착이 형성되고, 출산 이후 급격히 아이에 대한 애착이 증가한다. 

사랑의 변화는 뇌의 변화 때문이므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사랑에 대한 표현 방식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것을 말로써 서로에게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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