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젊었을 때는 물질적 욕망을 추구한다. 중년 이후의 나이에는 삶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래서 비록 몸은 늙더라도 정신적으로는 더욱 성숙하고 지혜로워질 수 있다.

그것은 영적인 존재로 태어난 인간이 물질적인 존재로 살다 다시 영적인 존재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우주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 들면서 추구해야 할 삶은 물질과 욕망에 사로잡혔던 젊은 날의 삶에서 벗어나, 잠재된 초월의식을 바탕으로 좀더 정신적이고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요구되는 노년의 덕목이다. 21세기 현대사회는 고도의 산업화, 도시화, 지식정보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인간의 존재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심지어 인간의 감성과 지성은 물론 생명과 영성까지도 상품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인간의 존재가치 상실과 그에 따른 정체성 혼돈은 인간 문명의 위기의식마저 초래하고 있다. 20세기의 규범과 윤리·종교적 가치의 붕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모르는 방랑자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로 상징되는 지식정보사회는 인간을 지식정보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고립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파괴된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힘을 잃고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위기 극복은 궁극적으로 생명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재성찰을 통해서 가능하다. 생명 탐구는 곧 영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욕구는 영적인 지향과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위기에 직면한 현대인들은 올바른 삶과 참나를 찾고자 각종 종교와 수행단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종교계는 물론 심리학·정신의학·교육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 존재의 위기와 현대사회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영성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런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서 최상의 나이듦은 영적인 나이듦(spiritual aging)이라고 생각한다. 영적인 나이듦이란 내면에 잠들어 있는 영성(spirituality)을 일깨워 밖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다.

영성은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생명의 빛이다. 그것은 지성, 감성, 이성, 덕성 등과는 다르다.

우리 안에 있는 영성은 사랑, 평화, 자유, 관용, 감사, 침묵, 고독 등이 핵심적인 요소이며, 크게 영적인 초월, 새로운 삶의 의미와 목적 추구, 생명과 세계에 대한 깨달음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나이 들수록 더 쉽게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맞이해야 할 모두의 노년을 위해 희망이 보인다. 영적인 나이듦은 가장 바람직하면서도 가장 의미있는 노년기의 삶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영성을 노년의 삶으로 꽃피우면 되므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나이 들면서 보다 성숙하게 무르익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정신적 힘, 영성을 꽃피우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

충남 천안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전공은 한국근현대사. 국사편찬위원회,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를 거쳐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을 다년간 역임한 뒤,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다. 요가명상에도 관심을 기울여 현재 사단법인 한국요가문화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전공서적 외에 ‘지리산에 가련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청주학 이야기’ 등을 펴냈고, 최근에는 노년학에 관심을 기울여 ‘나이듦 가슴뛰는 내일’(2020)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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