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éry)가 쓴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것이다.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이 책의 헌사에서 작가는 “어른에게 바치는 동화”라고 썼다. 

*사진=《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생텍쥐페리
*사진=《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생텍쥐페리

하지만 어른들 대부분은 어린아이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그림은 집어치우고 지리학이나 수학, 역사, 문법이나 열심히 공부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이 그림을 한 눈에 알아본다. 심지어 상자뿐인 그림 속에서 자신이 원했던 양을 발견한다. 

 

마음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이 《어린 왕자》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는 장면은 물이 떨어지자 샘을 찾아나서는 대목이다. 어린 왕자는 말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자 소설 속의 화자인 ‘나’(조종사)는 불현듯 어릴 적 살았던 낡은 집을 떠올린다. 그곳에는 무슨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는데, 아무도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걸 찾으려고한 사람도 없었다. 

 

집 전체가 야릇한 마술에 걸려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야 비로소 모래가 신비스럽게 빛나는 까닭을 깨닫는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어린 왕자》에는 이처럼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많다. 어린 왕자가 갈증을 없애주는 특효약을 파는 장사꾼을 만나는 장면도 그 중 하나다.

 

이 장사꾼은 일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그 후로는 아무것도 마시고 싶지 않게 되는 약을 팔고 있다. 그는 이 약을 먹기만 하면 53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럼 그 53분 동안 무얼해요?”

어린 왕자의 물음에 장사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차라리 그 시간에 신선한 물이 솟아오르는 샘으로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의 말처럼 우리 인생의 비밀은 특효약 한 알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대단한 권력과 지위를 얻고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은 것 같아도 막상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늘 더 많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우리 삶에서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특효약 한 알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름길로 가서 빨리 닿을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걸어가는 시간 속에 있다. 소로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시간을 지켜라. 열차시간이 아니라 우주의 시간을 준수하라. 70년을 살았다할지라도 개인의 삶이 우주의 삶과 일치하는 신성한 여가의 순간들을 누리지 못하고 급하고 거칠게만 살았다면 도대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너무 급하고 거칠게 산다. 너무 빨리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음식의 참 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 

신은 우리에게 아주 많은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우리 일생은 살아가기에 정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다들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친다. 시간에 지배당한채 늘 쫓기듯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 시간을 엉뚱한데 써버린다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하면서 보내는 시간들, 과도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허투루 써버리는 시간들, 이렇게 낭비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계속>

글 | 박정태 월든스쿨 교장

박정태는 한국일보 등에서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으며, 현재 저술 및 강연을 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알고 나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10년간의 《월든》 공부를 토대로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 ‘월든 강의’를 하고 있다. 《월든》을 좋아하고 소로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만든 ‘월든 스쿨’의 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불멸의 문장》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자연의 순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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