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잘 사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처세술이 필요하다.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가린다’, ‘힘센 아이 낳지 말고 말 잘하는 아이 낳아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처세에 유리할수록 나쁠 것은 없다.

처세술에 능한 ‘하륜’은 조선시대에 화려한 2인자의 삶을 살았던 역사 속 인물이다. 오죽하면 ‘인생은 하륜처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태종 이방원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하륜의 처세술은 무엇일까?

1.타이밍은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

정도전은 일찍부터 하륜을 견제하여 이방원과 하륜의 결탁을 막고자 하륜을 충청도 관찰사로 발령 보낸다. 하륜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것을 발판삼아 기회로 만들었다.

하륜은 충청도로 떠나기 전, 조촐한 잔치를 연다. 거나하게 취한 하륜은 잔치 중 실수로 이방원의 옷에 술을 쏟았다. 이방원은 이에 화를 억누르며 집으로 가버리자 하륜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한다며 부랴부랴 이방원의 뒤를 쫓는다. 마침내 이방원을 따라잡은 하륜은 차분한 얼굴로 “대군, 좀 전에는 주위에 감시하는 눈이 많아 둘만의 자리를 만들고자 일부러 연기를 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을 전하고 이방원은 곧바로 하륜의 실수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하륜은 이방원에게 태조 이성계가 병상에 누워있는 지금이 이방원이 힘을 쓸 수 있는 기회라며 난을 일으키길 권유한다. 하륜은 이전에 안산 군수 이숙번과 그를 따르는 300명의 사병을 포섭하여 거사를 준비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역사적 사건 ‘왕자의 난’이 발생한 것이다.

때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것을 준비해 놓은 하륜에게 힘든 상황에 처했을 지라도 포기하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휘할 날이 온다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2.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라

하륜은 숙청의 피바람이 불던 시기에도 70세까지 천세를 누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상대방의 의중을 눈치껏 이해하면서, 절대 선을 넘지 않는 탁월한 처세 덕분이었다.

이방원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취한 여러 수단 중 대표적인 것은 선위(禪位) 파동 이었다. 즉 일부러 임금의 자리를 세자에게 물려주겠다는 선언을 하여 신하들의 반응을 살핀 것이다. 이 때에 태종의 최측근 이숙번은 그 칼날을 비켜나지 못하였다. 이방원의 처남인 민무구와 민무질 또한 인척이었음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러나 하륜은 태종 이방원의 의도를 단번에 눈치챘다. 하륜은 속마음을 읽어, 이방원의 “왕위를 넘길게”라는 말을 “왕위는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마”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선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하륜은 “전하, 선위만큼은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라는 말을 하였다. 하륜은 말뿐만 아니라 선위를 거두어들일 만한 구실까지도 계속하여 이방원에게 제공하였다.

인간관계에서 사람을 잘 다루는 기술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 은근히 돌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륜과 같이 말 속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처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3. 눈치를 잘 보는 것도 실력이다

하륜은 정도전의 끝없는 견제와 괴롭힘에 시달렸지만 끝까지 살아남았다. 하륜은 인간관계에 능해 자신의 편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륜은 인간관계에서 눈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수를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물일 경우 친근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를 통해 여러 우군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명분에 집착하지 않았기에 존경하는 인물인 정몽주를 죽인 원수와도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인물일 정도이니 말이다.

조선 왕조의 기틀을 세우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하륜은 역사에 남아 현재까지도 인간관계 속 ‘처세’에 대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륜의 처세술에서 인간관계 속 고민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마음건강 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