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53cm, 몸무게 48kg의 작고 왜소한 한 여성이 체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체력을 강조하는구나…’ 출판에디터이자 책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 씨의 인생역전 이야기를 유튜브 <세바시 15>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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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주인공 시점) 보시다시피 나는 작고 왜소한 몸이다. 30살 즈음에 아이를 낳았는데 주위에서 ‘아기가 아기를 낳아서 어떻게 키우니’하고 걱정을 하더라. 근데 낳고 키워보니 정말 큰일이었다. 그 후 10년 동안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에디터 특성상 야근도 많았고 일거리를 집에 가지고 오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잠 한번 실컷 자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때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었다.

 

◇ 30대 중반 고혈압 판정

성격도 예민한데 아이 엄마로 사는 것이 힘들었던지 30대 중반에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졌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가족과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책을 만드는 일에도 점점 흥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었다.

30대 즈음에는 체력 하나로 버텼는데 이상하게 마흔이 되니 왜 이렇게 몸이 예전 같지 않은지. 아침에 일어나면 천근만근, 온 몸이 쑤시고 정말 힘들어서 ‘내 인생 글렀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10년 전보다 젊어진 50살

그리고 10년이 흘러 50세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10년 전엔 상상도 못할 체력을 가지고 훨씬 더 젊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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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진 속 모습이 바로 나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 종주를 했다. 480km를 사이클로 3박4일을 달렸다.도대체 이 10년 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로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점심 먹으러 사이클을 타고 달려간다. 그리고 가끔 새벽에 한강에 나가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10번 정도 완주했고 철인3종 선수가 되었다.

그런데 내가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병이나 암에 걸려서? 아니다.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 지리산을 올라가지 못하는 자괴감

친한 친구 부부 5쌍이 지리산에 놀러갔다. 다음날 보성 녹차밭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몇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다. 지리산까지 왔는데 천왕봉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딱 두 파로 나뉘었다. 지리산 왔으니 천왕봉 올라가야 한다는 쪽, 금방 내려올 거 힘들게 거길 왜 올라가 하는 쪽.

나는 허약하고 약한 체질이라 당연히 후자였다. 그리고 다음날 보성 차밭을 갔는데 다니는 내내 울화가 치밀었다. 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젊을 때는 샌들 신고 설악산도 갔는데 언제 내 체력이 바닥이 됐나? 이 좋은 지리산에 와서도 올라가지 못하는 쓸모 없는 사람으로 살았구나… 나에게 지리산이 아닌 더 좋은 기회가 와도 미리 포기하고 마는 사람이 되겠구나. 이런 자괴심이 들었다.

 

◇ 운동,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그래서 서울로 오는 길에 굳은 결심을 했다. ‘더이상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 다르게 살거야.’ 그래서 제일 먼저 동네 수영장에 가서 새벽반 강습을 신청했다.

1 수영

그런데 하루아침에 아침형인간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늦잠 자서 빠지고, 감기 걸려서 빠지고, 수영장에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니 수영 실력이 늘 리가 있겠나. 어느 날 남편에게 수영하는 모습을 봐달라고 했는데, 끝나고 남편이 그러더라. “당신 꼭 수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물에 빠진 사람 같아"

그런데 수영을 하면서 내가 생각한 목표는 ‘꾸준함’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6개월이 지나니 호흡이 트이고 수영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수영을 하면서 놀라운 것을 깨달았다. 이 작고 허약한 몸 속에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숨어 있었다는 것. 왜냐하면 처음엔 25미터를 절대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50미터, 100미터에 내 몸이 적응을 하는 것이었다. ‘아, 나는 한 번도 꾸준히 내 몸을 단련시켜본 적이 없구나’

그래서 생각했다. 수영도 이렇게 늘었는데 혹시 다른 종목도 할 수 있지 않을까?

2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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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달리기에 도전했다. 첫날에는 동네 운동장 딱 한 바퀴만 돌았다. 한바퀴 돌고 그 다음날 두 바퀴, 그 다음날 세 바퀴. 거리를 조금씩 늘리다 보니 내 몸이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니 10바퀴, 한 5km 정도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사이클을 타고 한강변을 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3 사이클

어느 날 미사리 호숫가에 놀러갔는데 남자들이 모여 사이클 훈련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한 마리 토끼처럼 ‘아, 저 표범들 잘 달린다. 외계인 같다.’ 쳐다보고 있는데 그 틈에서 사이클 한 대가 딱 멈춰서더니 핼맷을 벗는데 여자였다. 나중에 가서 물어봤더니 나랑 동갑에 키도 비슷하고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었다. 그때의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아니, 어떻게 같은 신체조건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그때 내 마음이 아주 작은 희망이 생겼다. 저 여자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긴 것이 중요하다. 희망이 생기면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를 이루고 싶은 용기가 생기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천천히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철인3종에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 풀코스 완주할 때는 저렇게 걸었지만(사진) 두 번째 할 때는 뛰어들어왔고 세 번째 때는 왠만한 남자들도 다 이길 정도로 기록이 좋아졌다.

 

◇ 끝까지 올라가면 신나는 내리막길

나에게 지금 제일 어려운 일은 ‘시어머니 잔칫상 차리기’ 이런 거다. 예전 같으면 못한다고 했을 텐데 요즘에는 ‘그래? 그럼 무슨 요리를 해볼까? 리스트 만들고 시장 가서 장볼까?’ 생각한다. 이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누구라도 와서 돕겠지 하는 마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해보자,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결국엔 끝이 나기 마련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올라가면 결국 그 고통을 다 보상받는다. 너무 힘든데 그래도 언덕 끝까지 올라가면 그 다음엔 신나는 내리막길이 기다린다는 것을 자전거를 타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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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으로 얻은 더 큰 보너스

그렇게 10년 정도 운동을 했더니 건강한 체력은 기본이고 더 큰 보너스를 얻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나태함이나 권태로움, 공포, 두려움, 콤플렉스 등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미생에서도 주인공 장그래에게 하나만 잘하라고 하지 않는다. “이루게 싶은 것이 있거든 체력 먼저 길러라. 체력을 먼저 기르면 짜증 우울 분노를 극복할 수 있다"고 사범은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몸이 허약한데 무슨 수로 정신을 바짝 차리겠는가. 건강이 먼저다. 체력이 되어야 그 안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 잊지 말자. 체력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인생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꿈과 미래, 버킷리스트, 인간관계, 친구들,부부관계 모든 것이 변했다. 여러분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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